하나금융, 중국 큰손 자산관리·M&A 원스톱 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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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18일 서울 역삼동 IPC 개점식에서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하나금융그룹의 ‘인터내셔날PB센터 (International Private Banking Center·이하 IPC)’. 입구부터 IPC를 중국어로 옮겨 ‘국제재부관리중심(???富管理中心)’ 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중국 현지의 은행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곳곳에 중국어로 쓰인 상품 자료가 전시돼있었다. 이곳 직원도 하나금융그룹 내 중국 전문가로 채웠다. 김승준 센터장은 중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중국 법인에서 경험을 쌓았다. 상담을 맡은 PB도 중국어 전공자이고 외환업무를 맡은 직원은 중국인이다.

 IPC가 다른 PB센터와 차별화한 건 외양뿐만이 아니다. 이곳엔 하나은행 PB와 함께 외환은행 외국인직접투자센터(Foreign Direct Investment Center, 이하 FDI센터)가 함께 입주해있다. FDI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때 외국인 투자관련 규정 자문, 자금결제 은행 등의 업무를 대행해준다. 하나은행 PB센터 안에 외환은행의 FDI센터가 금융복합점포로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다 또 하나대투증권의 투자은행(IB), 중국유한공사 서비스도 연계돼 있다. 이곳에만 오면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의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IPC가 겨냥한 건 중국인 큰손이다. 제주도·부산 등지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중국인을 보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낸 아이디어다. 이날 오픈식에서 만난 김 회장은 “최근 메르스의 확산 우려로 개점식 일정을 고민했다”면서 “다만 6월 18일의 숫자가 중국어로 발음했을 때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는 좋은 뜻을 담고 있어 예정일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IPC는 하나금융그룹의 역량을 총결집한 곳”이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이 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시범 사례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했다.

 IPC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중국 큰손에겐 부동산·주식·펀드 등의 자산관리를, 기업에겐 인수합병(M&A), 부동산 투자 등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중국 부호를 위해 ‘부동산 관리 트러스트(신탁)’를 선보였다.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국내 부동산 매입부터 신축, 임대,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건물 주인은 임대 수익만 챙기면 된다.

 이형일 하나은행 PB사업본부장은 “하나금융이 그동안 중국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자문을 비롯해 녹지그룹 등 다수 중국기업의 한국 진출에 대한 자문과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IPC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 부동산 1위 기업인 완커그룹, 중국 패션업체인 랑시그룹 등이 IPC의 고객이 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신상국 랑시그룹 부회장은 “한국에서 아가방앤컴퍼니 지분 인수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앞으로 추가 인수를 위한 검토 작업이 끝나면 인수·합병(M&A)펀드를 조성할 때도 IPC의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IPC가 글로벌 자산관리는 물론 투자 교류에 있어 하나금융그룹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역삼동 1호점을 시작으로 제주, 부산을 거쳐 중국과 미국 등지로 IPC를 확대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하나금융 랜드마크 빌딩도 짓는다.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와 인접한 하나은행 고객센터 빌딩에 500억원 규모의 복합금융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예술과 금융이 공존하는 색다른 공간이 될 것”이라며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금융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누구나 자연스럽게 금융을 익히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 휴식처로 가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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