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하한가 확대, 증시 선진화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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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부터 증권 시장의 상·하한가가 두 배로 늘어난다. 하루 ±15%에서 ±30%로 확대되는 것이다. 10만원짜리 주식이 하루에 13만원까지 오르거나 7만원으로 떨어질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사흘 연속 하한가로 떨어지면 원금의 61%인 6만1000원이 남던 것이 앞으로는 3만4000원밖에 남지 않는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경제 위축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엔저와 미국의 금리 인상같이 우리 기업의 수출·수익성을 좌우하는 큰 변수들도 널렸다. 이렇게 종잡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선 증시의 변동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가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묶어두는 규제는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미국과 유럽 선진 증시에는 가격제한 제도가 없다. 한국보다 가격 제한폭이 작은 나라는 대만(±7%)·중국(±10%)뿐이다. 주가가 일정 폭에 묶이면 되레 작전세력에 이용당하기 쉽다. 반대로 주가 변동의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작전 세력이 상한가 잔량을 쌓아놓는 식으로 시세조종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 가격 제한이 없는 선진국 증시가 한국 증시보다 변동성이 작은 이유다.

 물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하고 리스크 관리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공시 제도를 더 강화하고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을 철저히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 또 지수 급변동 충격을 줄이는 장치를 최대한 정교하게 가다듬어 선의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개인의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간접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증권사는 과도한 신용 거래를 삼가고 투자자 교육에 힘써야 한다. 개인들도 루머와 테마에 휘둘리며 한탕만 좇는 ‘묻지마 투자’ 대신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에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