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개 2000마리 보금자리 … 포천 유기견 보호소 철거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기도 포천시 유기견 보호시설인 애린원에서 공경희 원장이 강아지들을 보살피고 있다. [전익진 기자]

보금자리를 찾은 유기견 20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다시 집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국내 최대 유기견 보호시설인 경기도 포천시 애린원이 땅을 내놓아야 하게 돼서다.

 사연은 이렇다. 애린원 공경희(71·여) 원장은 남편과 사별한 뒤 1980년대 초반부터 버려진 개들을 데려가 키웠다. 점점 마릿 수가 늘어 몇 차례 집을 옮기기도 했다. 2001년 250마리가 되자 포천시의 국유지를 저렴하게 빌려 애린원을 세웠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유기견 보호시설과 동물구조대에서 개를 보내왔다. 현재는 2000마리에 이르는 대식구가 됐다. 공 원장은 1만여 명 회원들의 후원을 받아 하루 수십만원 사료비를 해결하며 개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후원금 만으로는 모자라 1억7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그러던 중 빌려 쓰던 국유지가 사유지로 바뀌었다. 2009년 최모씨가 소송을 통해 조상의 땅임을 인정받았다. 최씨는 자신의 땅에서 유기견 보호시설을 철거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 철거 시한이 올 3월 말이었다. 하지만 공 원장은 대체 부지를 마련하지 못했고, 이에 땅 주인은 법원에 철거 등 강제집행 신청을 낸 상태다.

 공 원장은 “옮기려면 부지 구입비와 시설비로 3억~4억원이 필요하다”며 “1억7000만원 빚을 걸머진 상태라 이런 이전 비용 마련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지를 못 구해 다시 거리를 헤매게 된 우리 식구(개)들이 혹시 안락사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일 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공 원장은 경기도와 포천시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개인 시설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글, 사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