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 복제견 구조견 도전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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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 훈련장에서 28일 복제견들이 복종 훈련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광섭 훈련사와 복제견 ‘나라’, 박남순 훈련사와 ‘누리’. 이민균 훈련사와 ‘다솔’. 나라와 누리는 이날 오후부터 29일까지 인명구조견 2급 공인인증 평가에 참가한다. [사진 대구 프리랜서 공정식]

28일 오전 9시 대구시 달성군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 4년생 독일산 셰퍼드인 ‘나라’와 ‘누리’가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쇠고기와 양고기·돼지고기를 비벼서 만든 특식이었다. 이어 훈련사가 주는 디저트인 ‘개껌’까지 한입에 먹어치웠다. 그러곤 힘이 난다는 듯 여러 차례 ‘컹컹’ 힘차게 짖었다.

나라와 누리에게 28일은 특별한 날이다. 인명 구조견 2급 공인 인증 평가가 있어서다. 119구조본부 훈련견이면 으레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이들이 유난히 주목을 받았다. 수의학자인 황우석 박사의 ‘복제견’이자 국내 처음으로 형제 복제견의 구조견 도전이기 때문이다.

수컷인 나라 형제는 황 박사가 2012년 10월 경기도 수원에 있던 셰퍼드 ‘라쿤스’의 체세포를 떼어내 대리견의 자궁에 이식해 태어난 ‘1대1 복제견’이다. 나라가 형이고 누리는 3일 뒤 태어났다.

황 박사가 2013년 2월 기증해 구조본부에 온 뒤 3년여 간 구조 수색 훈련을 받으며 이날 시험을 준비해왔다. 현광섭 훈련사는 “나라와 누리가 다소 공격적이지만 복제견이라고 해서 병에 걸리는 등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며 “여름에 체력이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훈련견과 크게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덩치는 형인 나라가 크다. 나라는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높이(체고)가 65.5㎝, 꼬리에서 목까지 길이(체장)가 73㎝다. 몸무게는 28㎏이다. 누리는 이보다 작은 63㎝, 71㎝, 25.5㎏이다.

시험은 29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첫날엔 산악구조 시험을, 29일에는 복종과 장애물 통과 실력을 보는 종합전술 시험을 치른다.

28일 오후 1시 진행된 산악구조 시험. 산속에 숨어 있는 훈련사 2명을 찾아내 20분 내에 알려야 한다. 나라 형제는 2만㎡의 산악 지역을 발빠르게 누볐다. 하지마 아쉽게도 각각 1명씩만 찾아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6개월 내 다시 도전할 수 있다. 29일 예정된 종합전술 시험은 그대로 치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시험은 일단 실패다.

나라 형제 말고도 구조견이 되려고 몸을 풀고 있는 황 박사의 복제견은 또 있다. 나라 형제의 이복 동생인 ‘다솔’이다.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패니얼인 다솔(체장 57㎝, 체고 51㎝, 몸무게 17.2㎏)은 오는 9월 시험을 치를 예정이지만 벌써 훈련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명품 구조견으로 통하는 ‘수안’의 복제견이어서다. 다솔은 수안의 체세포를 받아 대리견을 통해 2013년 2월 태어났고 그해 6월 구조본부에 기증됐다.

냄새로 마약 등을 찾는 탐지견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훈련을 받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 현장을 누비는 구조견은 2년 이상 훈련을 받아야 구조견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런데 다솔은 벌써 산악구조뿐 아니라 복종, 장애물 통과 등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훈련사들의 설명이다.

이민균 중앙119구조본부 평가 담당은 “나라와 누리에 다솔이까지 구조견으로 합격해 배치되면 국내 최초의 복제견으로 구성된 구조견 가문이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구조견은 국내에 22마리가 활동 중이다. 이 중 3마리는 119구조본부에, 나머지는 각 소방서와 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다. 이들 중 일부 구조견은 다음달 1일 2차 구조대에 포함돼 지진 참사 현장인 네팔로 파견될 예정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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