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보육시설 내달부터 전국 100→243곳으로 대폭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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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인경(36·부산 연제구)씨는 재준(3)군이 태어나기 직전인 2012년 남편 직장 문제로 부산으로 이사했다. 친구 하나 없는 외지에서 초보엄마가 아이를 기르기가 쉽지 않았다. 김씨는 “누가 단 몇 시간이라도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 서울 친정 식구들이 그리워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집 근처 부산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시간제 보육시설에서 일주일에 서너 차례 두세 시간씩 아이를 맡긴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사업을 계획해 부산 창업지원센터의 청년창업가로 선발됐다. 그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있으니 혼자 아이 키운다는 우울함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용한 시간제 보육시설이란 부모가 생후 6개월 이상 36개월 미만 영·유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필요한 시간만큼 맡기는 곳이다. 일하는 부모는 물론 병원 이용·외출 등 갑작스레 개인적인 볼 일이 생긴 전업주부도 잠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학교에 다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부모나 직장에 간 아들·딸을 대신해 손자를 돌보는 조부모들에게도 요긴하다. 보건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시간제 보육 시설을 이용해본 부모 6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만족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런 시설이 현재 전국 100곳에서 다음달부터 243곳으로 대폭 늘어난다. 복지부는 새로 운영에 참여하는 시간제 보육 시설 143곳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각 지역별 시간제 보육시설 명단은 아이사랑보육포털(www.childcare.g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간제 보육시설은 어린이집ㆍ육아지원종합센터 내에 설치된 별도의 반이다. 보육교사 한 명당 24개월 미만 아이는 3명, 24개월~36개월 미만은 5명을 돌본다.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이용 가능하다. 이용 금액은 시간당 4000원이지만 정부가 일부 보조한다.

양육수당을 받는 가정양육 가구는 월 40시간 한도로 1시간에 2000원 내면 된다. 시간제 근로ㆍ한부모 가구, 장기입원 등으로 양육 부담이 큰 가구는 월 80시간 한도로 1시간 당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한도 이상 아이를 맡길 수도 있으나 초과시간에 대해선 보조받지 못한다.

이용 희망자는 희망일 한 달 전부터 하루 전까지 아이사랑보육포털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급한 일이 생겨 당일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면 원하는 시설에 전화로 신청을 해도 여석이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서문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만 0~2세는 집에서,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 3~5세는 기관에서 기르는 방향이 맞다”며 “지금의 보육 서비스는 나이 구분없이 어린이집 종일반에만 집중돼 있는데 시간제 보육 시설은 집에서 어린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을 지원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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