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기 프로그램 조작한 주유소 대표 등 입건

중앙일보

입력

주유기 프로그램을 조작해 정량보다 기름을 적게 주유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대전지역 주유소들이 적발됐다.

대전지방경찰청과 한국석유관리원 대전충남본부는 17일 주유기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주유소 대표 이모(25)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대전시 대덕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씨는 지난해 8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주유기 10대 중 6대의 프로그램을 위조, 휘발유와 경유 등을 적게 주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4개 주유소는 위조한 주유기 15대를 통해 4개월간 33억2000여 만원어치를 팔아 1억1400만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정량보다 적게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준다”며 주유소에 찾아온 한 남성에게 주유기 1대당 250만원을 주고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4개 주유소는 인근의 다른 곳보다 1L당 20~30원씩 싸게 판다고 광고해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이씨 등은 1L당 2000원인 휘발유를 5만원어치 주문하면 25L가 주유돼야 하지만 조작한 주유기를 사용하면 실제로는 24L(4만8000원)만 주유되는 방식을 사용했다. 주유기에는 25L가 주유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소비자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기름 양을 3.3~7.0% 가량만 적게 주유되도록 했다.

이번에 적발된 4개 주유소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1차례 적발에도 등록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임대할 수 없고 같은 장소에서 2년간 주유소 영업도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주유소에서도 주유기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심이 되면 신고해달라”며 “같은 금액으로 꾸준히 주유하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은 조작 프로그램을 판매한 남성을 쫓고 주유기를 조작한 주유소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zino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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