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살 대책, 교육계 안팎에선 실효성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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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학생 자살 징후를 파악해 부모에게 알리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를 다음달 보급된다. 학생 자살을 막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 안전장치 설치도 의무화한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학생 자살 예방 대책’을 확정했다. 지난해 118명에 이르는 학생 자살을 올해 두 자리 수로 줄이기 위한 범정부 대책의 일환이다.

이날 정부는 학생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SNS에 남긴 자살 징후를 감지해 부모에게 알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자녀의 스마트폰에 ‘죽고 싶다’ 등 자살을 고민하는 듯한 내용이 나타나면 부모의 스마트폰에 이를 알리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원하는 학부모가 자녀와 본인의 스마트폰에 동시에 해당 앱을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방송통신위가 개발·보급중인 학교폭력 예방,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스마트 안심드림, 스마트 보안관)에 자살 예방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통위와 함께 이달 안에 관련 기능의 개발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학교·아파트의 옥상에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 하는 규정을 마련키로 했다. 학생 자살의 상당수가 옥상 등에서의 투신(65.9%)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평상시엔 옥상 출입을 통제하고 화재 등 응급상황에만 개방되는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또 매년 5월초 시행하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초1·4학년, 중1, 고1 대상)’를 4월로 당겨 시행하고 올해 5월까지 전국 초·중·고 교장 114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에 필요한 관리자 교육을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황 부총리는 “전국 교장에게 자살, 학교폭력 근절에 힘을 합쳐주길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학생이 자신의 생명을 저버리는 비극적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근본 원인을 외면한 '땜질식 처방'"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스마트폰 알림 서비스는 사실상 감시에 초점을 두고 있어 학생들이 이용을 꺼려할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 옥상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은 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한국교총은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데엔 가정 불화, 성적 비관, 교우 관계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옥상을 폐쇄하는 식의 방법은 궁극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전교조 역시 “SNS를 검색하는 방식은 인권 침해에 문제가 있고 실효성도 적다”며 “무엇보다 근본 원인인 가혹한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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