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주영 같은 창업가 10만 명만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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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가 많이 어렵다며 정부는 최근 경기 부양, 임금 인상, 규제 완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띄우겠다고 한다. 그걸로 충분한가. 한국 경제가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성장의 호시절이 지나갔다고 한탄만 할 때가 아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같은 창업가 10만 명만 키우자. 한국 경제호의 재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예전 같지 않다. 청년 실업의 강도는 미국·프랑스·일본보다 심각해 ‘세대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기업가 정신 지수(GEDI)’는 세계 120개국 중 32위에 그쳤다. 콜롬비아·오만 같은 나라보다도 낮다. 기업가 정신이 강한 나라일수록 경제가 강한 활력과 역동성을 가진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는 전 세계 억만장자 1826명을 조사했더니 3명 중 2명꼴인 1191명이 창업 등으로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형이었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는 230명(12.6%)에 그쳤다. 미국의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정보기술(IT)·바이오·의류·서비스 등 다양한 신성장 분야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새로운 부를 일구고 있다. 차량 제공 업체 우버,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등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가 강한 이유다.

 한·중·일 세 나라만 비교해도 분명해진다. 포브스 조사 결과 중국은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을 포함, 자수성가형 부자가 98%였으며 일본도 86%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29억 달러) 등을 포함해 자수성가형 부자가 약 30%에 그쳤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돌파구는 ‘창업의 숲’을 키우고 겁 없는 도전자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새로운 방정식만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