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인준’ 말 아낀 문재인 … 충청 여론 부담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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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1일 밤 12시를 앞두고 인사청문회 마지막 발언을 했다. 이 후보자는 “무거운 사명과 책임을 일깨워 준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2일 내내 말을 아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원내대표부가 알아서 할 것”이란 말로 일관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도 이 후보자 인준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후 다시 의총이 열리자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의총장을 나온 문 대표가 간 곳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승희 최고위원 주최로 열린 ‘복지재원 확보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조세개혁방안’ 토론회였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굳게 다물었던 말문을 열었다. 그는 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증세 없이 135조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당초 자신은 청와대와 민생·정책을 놓고 각을 세우고, 정치 이슈는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맡긴다는 입장을 정했다. 한 측근은 “문 대표가 이 후보자 문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냥 못 넘긴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구체적인 인준 문제는 원내 전략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대표가 첨언해 메시지 방향을 흐트러뜨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문 대표가 충청 여론을 의식해 이 후보자 인준 문제와 거리를 뒀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표는 이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만나 “충청분들께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한편 문 대표는 대표경선에서 2위를 했던 박지원 의원과 13일 경선 이후 처음으로 만날 것이라고 박 의원 측이 전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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