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제약기업이 환자와 만나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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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사장

전 세계 사노피-아벤티스 지사장들이 얼마 전 한자리에 모이는 본사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환자와의 만남’ 행사장,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이 갑자기 재킷을 벗고 맨 팔을 드러냈다.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재킷을 벗어본 순간이었다. 평생 심한 피부질환을 앓았던 이 환자는 최근 개발된 치료제 덕분에 평범한 삶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헬스케어 기업에서 일하는 우리의 사명감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최근 사노피-아벤티스 그룹에서 채택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환자중심주의’이다. 제약기업이 환자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의아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좀 복잡하다. 제약기업이 환자와 접촉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약하는 국가가 많다. 또 환자가 직접 약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로서 환자의 권리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환자중심주의를 기업의 전략으로 채택해 조직을 바꾸어본 결과 환자중심주의야 말로 제약업계가 우선해야할 가치이자, 전략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환자중심주의’란 다양한 의약품과 의료서비스를 토대로 ‘환자의 치료 여정’을 공감하고, 나아가 연구개발(R&D), 영업, 마케팅 등 모든 기업 활동의 중심에 환자를 두는 것이다. 조직의 큰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환자중심주의를 조직의 핵심 전략으로 두고 환자와 눈높이를 맞출 때 윈윈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첫째, 신약 개발 및 환자 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를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이다. 사노피-아벤티스는 최근 주사로 된 희귀질환치료제를 먹는 약으로 개발했다. 연구 시작 15년 만이다. 평생 주사 치료를 받아온 환자들이 치료 중에도 학교나 직장 생활을 편히 할 수 있게 됐다. 노인 환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인슐린 투여장치에 돋보기를 장착한 적도 있다. 환자를 중심에 놓으니 시장 분석에만 치중했더라면 모르고 넘겼을 틈이 보였고, 이는 치료제와 서비스에 적극 반영됐다.

 둘째, 환자중심주의는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낸다. 내가 하는 일이 눈앞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고, 알게 된다면 작은 일도 허투루 할 수 없게 된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문제 때문에 건전하게 일해온 직원들까지 사기가 크게 꺾였다. 이런 시기에 직원들의 사명감을 일깨우는 것은 개인과 업계를 위해, 무엇보다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

 사실 환자중심주의는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제약업계뿐 아니라 정부·학계·의료진 등 환자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이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치료결과를 향상시키자는 공동의 목적 아래 협력할 것을 강하게 권하고 싶다. 이런 협력은 신약에 대한 약가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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