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 빼돌려 술값으로 탕진한 농협 직원

중앙일보

입력

 
경남 하동에서 농협 직원이 횡령한 수십억원을 9개월만에 유흥비로 탕진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하동경찰서는 6일 농기계를 산 것처럼 농협 내부 전산망을 조작해 21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로 하동농협 직원 A(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230차례에 걸쳐 농협 내부 전산망에 트랙터 등 농기계를 매입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입력하고 물품 대금을 자신의 가족 통장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1000만원 이상 농기계 대금만 상급자의 결제를 받는다는 허점을 이용해 이보다 작은 금액의 농기계만 매입하는 수법을 썼다. 농협은 지난해 말 농기계 재고 현황을 파악하던 중 A씨의 비리를 확인해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2011년 농기계 수리기능직으로 농협에 입사해 농기계 매수 및 판매 관련 회계 업무를 맡아왔다.

A씨는 경찰에서 "광양·여수·진주 등 인근 지역의 고급 룸살롱에서 돈을 다 썼다"고 진술했다. 이어 "한달에 많을 때는 15번 이상, 어떤 때는 5~6명의 도우미를 불러놓고 발렌타인 30년산 등 고급 양주 10여 병을 마셔 술값이 2000만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퇴근 후 여수 등으로 가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 외에 택시나 렌트 차량을 이용했으며, 술을 마신 뒤 모텔 등에서 자고 다음날 근무지인 하동으로 출근한 것으로 파악했다. 자신의 빚을 갚는데도 돈을 썼다. A씨 통장에는 4000만원가량이 남아 있는 상태다.

경찰은 A씨가 횡령한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룸살롱 것이라고 밝힌 20개 계좌에 횡령한 돈을 이체했다. 이 중 한 계좌에는 10억원이 넘어갔다. 경찰은 계좌가 룸살롱 것이 맞는 지 추적 중이다.

하동=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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