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은 장애인…장애인 대우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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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DB]

비만도 장애로 볼 수 있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18일(현지시간) “비만이 장애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직장에서 일하는 능력에 지장을 주는 물리적·정신적·생리적 어려움을 준다면 장애로 간주할 있다”고 판결했다. 직장 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조치와 유사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국 언론들은 큰 의자를 제공하거나 출입구에 가까운 쪽에 주차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번 판결은 체중이 160㎏이 넘은 카르스텐 칼토프트(50)라는 보모가 덴마크의 한 지방정부가 비만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지방 정부는 이를 부인했으나 지속적으로 살을 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EU 고용법이 비만으로 인한 차별을 구체적으로 금지하지 않지만 비만을 장애로 간주할 경우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칼토프트는 판결 후 “마침내 승리했다”며 “그러나 덴마크 법원에서도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 덴마크도 비만을 이유로 해고한 건 옳지 않다는 판결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간 보모였는데 처음 보모가 될 때부터 비만이었다”며 “삶의 방식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고 했다.

업계에선 “EU가 업계 사정에 대해선 모르고 또 판결했다”, “벌레 든 깡통을 연 격이다. 비만인 사람들의 관련 요청이 잇따를 텐데 직장 내에서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8년 통계에 의하면 유럽 여성의 23%, 남성의 20%가 비만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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