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들의 연금개혁에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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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공무원사회의 상실감과 논쟁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이 폭력적이거나 비이성적 양상을 띠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계층인 만큼 합리적 갈등 해결과 문제의식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한국연금학회 주최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실력행사로 무산된 데 이어 최근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공무원연금에 대해 호도하는 인간들 다 쥑이삐게 총 좀 삽시다”는 글까지 올라오는 등의 거친 반응은 우리 사회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민간 연금시장 활성화를 위한 꼼수’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일각의 비이성적 대응도 자제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측은 이번 연금안 개정안 마련에 공무원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는 일견 타당한 듯 들리나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이 우리 사회 갈등의 한 축이 된 것은 오래됐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혈세로 메워 준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됐고, 국민연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수준의 소득대체율 때문에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 당시 평균 급여율이 40%였지만 90년대 초엔 76%로, 유족연금도 사망 전 배우자가 받던 연금의 40%에서 70%로 늘어나는 등 꾸준히 수혜 폭이 올랐다. 이렇게 시나브로 혜택을 키우고 위화감의 폭을 넓힌 건 국민의 공감과는 별도로 공무원사회였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개혁에 나섰지만 가장 강도가 높았다는 2009년 개혁조차도 실질적으론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셀프 개혁’이 불가능함을 증명한 것은 공무원사회였다. 공무원들은 박봉을 호소하지만 지금 민간은 일자리 자체를 찾지 못하거나 낮은 고용안정성에 시달리고 있다. 고통 분담이 필요한 시기다. 공무원사회의 거친 반응은 제 밥그릇만 챙기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젠 공무원 스스로 연금 특혜에서 내려오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