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다이어트 집착하는 딸 (경험자의 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저는 30대 초반의 가정주부입니다. 따님의 사례를 읽고 마치 저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도움이 될까 해 몇자 적어봅니다.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여대생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따님처럼 얌전하고 내성적인 경우가 더욱 위험합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처음 대학에 입학하면 또래집단과 여러 가지로 비교하게 됩니다. 여학생의 경우 자연히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지요.

저는 신입생 시절 '뚱뚱해서 그런지 성격도 좋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동아리 선배 오빠가 다른 사람에게 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던 거지요.

이때부터 결사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난 광고 등 좋다는 다이어트 비법은 해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덕분에 살은 많이 뺐습니다. 163㎝의 키에 58㎏의 체중이었는데 불과 서너달 만에 49㎏까지 뺐으니까요.

그러나 따님의 경우처럼 생리도 불규칙해지고 매사에 기운이 없어 흐느적거려야 했습니다. 성적도 오르지 않고 우울증에 시달려 1년 동안 휴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리한 다이어트로 몸과 마음을 망쳤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고통에서 벗어난 것은 신부님의 권유로 교우들의 등산모임에 참가하면서부터입니다. 여학생이 무슨 등산이냐고 처음엔 꺼렸지만 제 몸이 하루하루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체중이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54㎏ 정도를 유지하니까요. 그러나 지방은 사라지고 근육이 붙으면서 활력이 생겼습니다.

몸이 건강해지니까 다소 뚱뚱하더라도 제 몸매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더군요. 따님에게 등산과 같은 운동을 억지로라도 권하면 어떨까요.

서울 개포동에서 정아 엄마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