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45년…숨은 발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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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생을 무엇인가 골똘히 연구하고 발명하는 한길로만 살아온 별난 집념인생이 있다.
숨은 발명왕 변상복씨(64·서울북 공고물리교사). 지난 45년 동안 특허 출원을 한 것만도 모두 1백52건. 그중96건이 발명특허·의장등록·실용신안 등록 등을 얻었으니 평균4달에 1건씩 특허출원을 했고 3건중 1건 이상 특허가 난 셈이다.
변씨가 발명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비산농고2학년에 재학중이던 1936년. 공부하면서 책을 좀 편리하게 볼 수 없을까 궁리 끝에 어느 각도에서나 볼 수 있는 독서대를 고안했다. 요즘의 악보(악보)대 비슷한 것. 변씨는 당시 일본 특허국에 실용특허를 출원, 특허번호235534번으로 특허를 받았다.
그후 일본「와세다」(조도전)대학기계과를 졸업, 해방과 함께 교직에 몸담은 이후 지금까지「발명」과「강의」가 그의 생활의 전부.
변씨의 발명은 해방전인 1944년 발명특허를 받았다가 해방 후 우리정부로부터 등록증을 다시 받은「미분탄 내연기관」을 비롯해 점파기(씨 뿌리는 기계), 이앙기(모내는 기계), 때 안끼는 빗, 저절로 불붙는 담배, 자동약탕관, 자동연탄집게, 고체연료라이터, 위조방지특수병마개, 2중 인장, 보온도시락, 연탄제독기, 자동차배기가스 정화장치 등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변씨는 자신의 특허목록을 보면 사회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일제때 발명한「미분탄 내연기관」은 전시(전시) 석유부족을 메울 필요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이었고, 해방직후 내놓은 자동전류조정기는 당시의 전력난을 반영한 것.
61년 가뭄 때는「인공강우 법」을 출원했으나 특허는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변씨의 연구 중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병마개」와「연탄제독」. 60년대 식품·주류·화장품 등의 위조·변조가 심한데 자극 받아 시작된 각종 안건·위조방지 병마개 연구는 출원건수로 만 30여건을 헤아린다.
그러나 발명특허로 얻은 수입은 생활에 조금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자본주들은 일확천금의 욕심만 앞세워 자신의 의도대로 물건을 만들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고 특허사용료도 당초 약속대로 준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
변씨는 그 동안 특허로 얻은 수입은 모두 새로운 발명을 연구하는데 써 생활은 전적으로 학교에서 받는 월급(현재 40여만원)으로 꾸려나간다고 했다.
내년이 정년인 변씨는 죽을 때까지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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