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보다 실이 많다|각종 사설학원 상오 수업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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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출근시간의 도심지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당국이 3월초 시차제를 실시하면서 사설학원에 대해 낮12시 이후에만 문을 열도록 한 오전수업금지 조치가 실제로는 교통난 해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다 오전시간을 빼앗긴 재수생들이 학원주변의 다방이나 당구장 등 유흥가에 몰려 헛되이 지내는 등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내 인문계·어학계·기술계·예능계·사무계 등 각종 학원인구는 13만8천여명(5월말현재 서울시교위 집계)으로 하루 총 교통인구 1천만명의 1%를 약간 넘는 숫자.
이 가운데 오전수업을 주로 해온 인문계 입시학원은 37개소 4만7천명(재수생)에 지나지 않는다고 당국은 지난해 수도권 인구재배치 계획에 따라 강북의 2백61개 사설학원을 81년까지 모두 4대문 밖 또는 강남으로 이전키로 하고 1차로 금년1월말까지 39개 입시학원전부를 먼저 옮긴 뒤 수업시간도 낮12시 이후로 조정, 도심지 교통해소를 꾀했다.
그러나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재수생들이 종전과 같이 아침일찍부터 학원에 모여 학원주변의 다방이나 당구장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거나 심지어는 여관방을 빌어 도박판을 벌이기도 한다.
또 4대문 밖 이전이후 학원들이 용산역·서대문「로터리」·청량리역 등 우범지역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오전수업 금지로 학원주변에서 서성대는 학생들이 나쁜 유혹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서울용산구 J학원생 김모군(19·재수생)은 『아침에 집에서 나와 학원의 빈 강의실에서 공부해보지만 별로 능률도 오르지 않고 정작 수업이 시작되는 하오에는 몸이 나른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원생들은 또 수업이 하오6, 7시에 끝나게 돼 오히려 퇴근시간에까지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고있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을 수용하고 있는 노량진 D학원이 지난달 4천여명의 학원생을 대상으로 생활상의 애로점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90%가 『수업시간을 당겨달라』 는 요구를 했다.
J학원 부원장 이덕윤씨(52)는 『학원수업도 교육의 연장이다. 정규학교가 아니라 하여 차별하는 것은 교육적인 견지에서 재수생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뿐이다. 하루5, 6시간씩 수업하는 인문계학원만이라도 시차제를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시차제 문제에 대해 서울대 하상락 교수(사회복지학)는 『교통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조치는 재수생들로 하여금 제도적으로도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할 뿐』이라며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당국은 시차제보다도 다른 차원의 교통인구 분산책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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