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진압 실패한 군, 오인사격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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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 병장 생포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총기 난사 순간부터 생포될 때까지 몇 차례 제지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 병장은 21일 총기를 난사한 뒤 실탄을 챙겨 부대를 빠져나오기까지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시신과 부상자를 수습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초기 진압에 실패하는 바람에 민간 지역까지 파장이 확산됐다.

 임 병장은 이후 18시간 만에 부대에서 10㎞ 떨어진 민통선 이북 고성 제진검문소까지 도주했고, 피해를 우려한 주민 수백여 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해야 했다. 또한 22일 밤에는 임 병장이 포위망을 뚫고 군 병력이 있는 차단선 30m까지 접근했는데도 수색팀은 잡지 못했다.

 특히 생포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3일 오전 8시40분쯤엔 수색부대원끼리 오인 사격을 하는 바람에 진모 상병이 오른쪽 관자놀이에 탄환이 스치는 부상을 입어 후방 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임 병장을 생포했지만 군 작전에 오점을 남긴 셈이다.

 군 관계자는 “비록 임 병장이 실탄을 갖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수색팀이 꾸려지고도 전문적 훈련을 받지 못한 병사 한 명을 상대로 너무 난항을 겪었다”며 “무엇보다 국민에게 커다란 불안감을 야기시킨 데 대한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군 당국을 비판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군기는 군대를 결속하는 힘이고 군대를 전투에서 싸워 이기게 하는 전투력의 원천”이라며 “군기 확립을 위해 군은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군대는 나라도 지켜야 하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마음도 지켜야 한다. 국민을 지키는 군이 국민의 걱정거리가 됐다”며 “국방부 장관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느냐”고 꼬집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을 겸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 업무 관장이나 책임 부분이 느슨해져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군 장성 출신 의원들은 관심병사 제도의 개선을 강조했다. 육군 교육사령관 출신의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단순하게 관심병사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보다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며 “A라는 일을 잘못해도 B라는 일을 잘할 수 있는 만큼 보직을 줄 때 융통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육군대장 출신인 정수성(새누리당) 의원도 “관심병사도 소대장·중대장·대대장·연대장급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체계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고 24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마치는 대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여는 데 합의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가 지난 5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후반기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아직 인사청문회도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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