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을 대중화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고(故) 스티브 잡스(사진) 애플 창업자다. 하지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2년8개월 만에 스마트폰 디자인의 철칙으로 세웠던 ‘최적 사이즈=3.5인치’는 시대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이폰의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S5, LG전자 G3 등은 모두 화면이 5인치를 넘어섰다. 2007년 1월 출시 당시에 가장 큰 화면을 자랑했던 아이폰은 2012년 출시된 아이폰5부터 화면 크기를 4인치로 키웠지만 지금은 가장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 중 하나다.
잡스가 2010년 아이폰4를 발표하면서 “인치당 화소수(ppi)가 300를 넘어서면 일상적인 거리에서 인간의 눈은 각각의 화소를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했던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도 빛이 바랬다. 326ppi의 1136×640 해상도인 아이폰 화면은 출시 당시엔 최고라는 평을 받았지만 이제는 풀HD(1920×1080) 화면을 장착한 갤럭시S5나 소니의 엑스페리아 Z2 등 경쟁 기기에 밀리는 형편이다. 심지어 G3는 풀HD보다 해상도가 두 배 더 높은 QHD(2560X1440) 화면을 달고 나왔다.
애플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 등 대형 화면을 장착한 스마트폰 시장을 되찾기 위해 5.5인치 대화면을 채택한 ‘아이폰 6S(가칭)’를 올 9월 내놓을 예정이다. 잡스가 생전에 “(너무 커서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조롱했던 크기다.
잡스 생전에는 아무도 손댈 수 없었던 ‘신의 크기’이던 3.5인치가 이제는 너무 작다는 사실을 애플도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은 6인치대를 넘어 7인치까지 커지고 있다. 어디까지 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교적 손이 작은 한국인의 경우 6인치를 넘나드는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크기에서 풀HD나 QHD 해상도를 사람의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데 굳이 고해상도 화면을 쓰는 것은 상술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대 서효중 교수는 “스마트폰 화면 경쟁은 돌돌 말거나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 안경 모양의 웨어러블(입는) 디스플레이 등이 대중화돼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