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선택 아닌 이 시대 '당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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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정의화(66·사진) 새누리당 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을 26일 발의했다. 단일 법안으로는 최대 규모인 100여 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혹자는 ‘이준석(세월호 선장) 방지법’이라는 별칭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급조된 ‘반짝 법안’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실상은 준비하는 데만 꼬박 14개월이 걸린 ‘숙성 법안’이다. 그는 왜 이 법을 만들었을까.

 “처음엔 ‘고리타분한 인성교육을 법으로 제정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말도 많았습니다. 소위 주목을 끌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에게 인성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입니다. 입법가로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을 만드는 일 역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요.”

 인성교육이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인성교육을 꼭 법으로까지 만들어가며 강제해야 했을까. “말로는 모두 인성교육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실천하지 않습니다. 법안은 이름처럼 인성교육을 진흥하고 장려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성교육을 하고 싶어도 행정·재정적 지원이 없어 못했던 교사와 학교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것이죠.”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을 구성해 여야 의원 50여 명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법안을 다듬어 왔다. 법안은 학교 총예산의 일정비율을 인성교육에 쓰도록 정했고 정부와 17개 지자체와 교육청을 인성교육의 주체로 명시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인성교육이 또 다른 부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금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것만이 능사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어떻게’ ‘왜’ 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한국 사회는 물질적으론 놀랍게 성장했습니다. 이젠 정신적 성숙을 이뤄야 할 때입니다. 남과 더불어 살 줄 알아야 하고 약자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줬습니다. 이젠 인본주의가 우리 사회의 기풍이 되도록 어른도 아이도 모두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지난해 본지·경희대 공동조사에서 중학생들은 사회지도층의 인성점수를 50.1점(만점 100점)으로 매우 낮게 평가했다. 막말·몸싸움 국회 등 정치인부터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정치인뿐 아니라 사회의 어떤 리더도 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 취임하면 우리 정치인 스스로가 품격을 지킬 수 있는 ‘인성 국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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