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6m 철책에 가로막힌 '유러피언 드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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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있는 스페인령 멜리야(Melilla)로 넘어가기 위해 6m 높이의 철책을 오르던 불법이민자들이 양국 경찰에 발각되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어느 쪽으로도 오도가도 못하게 된 이들 25명은 철책에 매달려 ‘자유’를 부르짖었습니다. 칼날이 있는 철책을 기어오르느라 손과 발은 온통 피투성이였습니다. 그렇게 버틴 일곱 시간.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이들은 결국 모로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프리카 20~30대 남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곳 멜리야로 넘어와 ‘유러피언 드림’을 이루려 합니다. 면적 20㎢의 멜리야는 시 전체가 길이 12㎞의 철책으로 싸여 있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멀리 카메룬에서는 사하라사막을 건너는 긴 여정을 이겨내야 합니다. 모로코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철책까지 이르려면 경찰의 눈을 피해 숲에서 은둔해야 합니다.

이들 난민들의 목적은 일자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동안 스페인으로 넘어온 난민은 30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주로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 출신이 많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2013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8년부터 불법이민을 시도하다 죽은 아프리카인은 2만여 명입니다. 지난 2월 6일에는 모로코에 있는 또 다른 항구도시 스페인령 세우타(Ceuta)로 밀입국하려던 수백 명 중 14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습니다.

지난달 6일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은 멜리야와 세우타의 국경선 철책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멜리야의 철책도 더 높아질지 모릅니다. 데일리메일은 이들 멜리야 국경 철책 위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들을 ‘새로운 삶을 위한 필사적인(Desperate for a chance at a new lif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조문규 기자 [사진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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