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남용이 부른 해충번성|서울대농대 백운하 교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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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에는 유난히도 해충이 기승을 부려 벼농사는 물론 유실수 작황에도 타격이 심한 것 같다. 그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농약의 남용 탓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백운하 박사(서울대농대교수)는 『해충방제의 신 동향과 우리의 현실』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과거 20년 동안 농약을 비롯한 살충제 사용은 해충방제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농약에만 의존한 결과 해충의 피해가 극도에 달하게 되었다』고 진단을 내렸다. 농약 남용으로 해충과 천적의 평형이 깨져 천적의 종류와 수가 줄어든 반면에 해충들의 경우는 농약에 대한 저항성계통만이 살아남아 특정 해충들만이 번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벼농사에서 아주 유익한 천적인 거미·풀잠자리·장구벌레 등이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참새와 잠자리도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 적어졌다. 천적의 격감과는 상대적으로 농약에 대한 저항성 해충의 격증은 심각할 정도인데 최근 조사결과 저항성 해충으로 기록된 것은 2백여종이나 된다. 벼의 해충인 이화명충의 경우 농약에 대한 저항성이 50배나 늘어난 것이 있는가 하면 유실수의 해충으로 유명한 사과응애와 점박이응애에서는 저항성이 각각 2백배·88배로 늘어난 종류가 있다는 놀라운 보고가 이미 학계에 발표된바 있다.
백 박사는 『종래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해충들이 가장 중요한 해충으로 등장, 번성하게 된 것도 농약남용이 빚은 심각한 문제』라고 그의 논문에서 지적했다.
벼오갈병을 매개하는 끝동매미충이라든지 과수에 기생하는 점박이응애·사과응애·벚나무응애 등은 과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해충이었는데 농약사용이 늘어나자 이들을 억제하고 있던 각종 천적, 예컨대 애기무당벌레·반날개류·꽃노린재류·총채벌레 등이 사라지면서 중요한 해충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생태계의 균형과 조화의 파괴로 해충이 끼치는 피해가 막심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관계당국이 증산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당장에 달성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지나치게 농약에만 의존, 「해충방제는 곧 농약살포」라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라고 학계에서는 지적하고있다.
해충도 농업생태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해충방제는 해충의 증식율·사망율·개체수·경쟁자·기생자·포식명·식이량 및 이들에 관여하는 환경요인을 어떻게 해충측에 불리하게 변화시키느냐 하는 생태학적인 종합방제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농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선택성 농약 ,생리적 활성물질, 불임법, 유인물질 ,천적 등을 종합적으로 이용하는 해충방제 원칙아래 당국의 정책전환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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