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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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림픽」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쇼」이다. 고대「그리스」에서 적어도 1천2백년동안 4년마다 중단되지 않고 이 「올림픽」은 계속되어 왔다. 기록에 따르면「올림픽」대회는 기원전 776년에 최초로 열렸으며 기원 후 393년에 제293회 대회로 최후를 장식했다. 근대「올림픽」이 부활된 것은 1896년 「아테네」에서였다. 금년의 「뮌헨」대회는 제308회가 되는 셈이다.
「올림픽」사상 불행했던 기억은 인류가 전화에 휩쓸려 대회를 외면했던 일이다. 1940년·1944년은 모두 2차 세계대전에 의해 중단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편으로 세계사의 암흑기엔 「올림픽」의 이상도 정치색에 의해 변질되지 않을 수 없었다. 「히틀러」는 「올림픽」을 자신의 독재정치를 위한 유희장쯤으로 전락시켰었다. 비록 30년대의 「베를린」은 아니지만, 바로 그 독일의 땅 위에서 오늘의 「올림픽」이 「팡파르」를 울리는 것은 새 시대의 느낌을 더욱 깊게 한다.
그러나 대전 후에도 「올림픽」은 부단히 정치의 도전을 받아왔다. 「스포츠」를 통한 분단국의 대립, 강대국의 정치적 자만심의 과장 등은 불쾌한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금「메달」뒤엔 쓴맛의 「가십」도 심심찮게 뒤따랐다. 그것은 금「메달」이 국위선양의 「심벌」로 이용되는, 「스포츠」의 정치화가 빚은 악습이다. 최근엔 인종분쟁까지도 곁들여「올림픽」의 이상에 먹칠을 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지난 「멕시코」대회 때는 그와 같은 정치색들을 「올림픽」에서 제거하기 위해 무던히 고심했었다. IOC는 「메달」의 표창식에서 국가연주와 국기게양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올림픽」은 『인류의 우애와 세계청년의 교환을 위한 장』이라는 이상을 저버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그 당시 이 결정을 이룬 회의에선 차라리 국가 대신에 그 나라의 대표적인 민요를 연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 후 이 제안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가령 우리의 선수가 금「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아리랑」이 연주된다면 우리 감회는 어떨까? 또한 북한주민들의 가슴도 뭉클하지 않을까?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브런디지」IOC 위원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이다.
「브런디지」위원장은 이른바 「아마추어리즘」을 끝까지 버티어온 진짜「스포츠」애호가이다. 「아마추어리즘」은 「스포츠」의 심미적인 의미를 지켜주는 가치의 기준이기도 하다.
세계의 정치현실은 아직도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아집에 발이 묶여있다. 모처럼 4년마다 인류가 허심탄회하게 모여서 열정을 쏟는 「올림픽」이 좀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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