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빈둥거리는 남동생 (시인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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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경아님의 남동생은 인생에 몇번 다가오는 어려운 고비 중의 하나를 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방황을 해야 하는 남동생은 자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누나의 마음 만큼이나 아프고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줄곧 우등생으로 지내다가 집안 형편.시험성적 등의 이유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은 누구도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컸을 겁니다.

25세 된 동생으로서는 군대에 갔다 와 알찬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자신이 비교되기도 할 것입니다.

동생에게 가족의 걱정어린 말 한마디는 물론 흐르는 시간조차 큰 바위 같은 부담이 돼 길을 막고 서 있지 않을는지요.

제가 아는 뇌성마비 장애인 중에는 학교를 다닌 것의 전부가 초등학교 5년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스무살이 다 된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6년 동안 중입.고입.대입 검정고시를 치르고 올해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집에서만 지내는 뇌성마비인들 중에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공부를 해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도록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이 남동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주진 않으셨는지요. 이제는 동생의 심정을 짐작만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동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세요. 다만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니 자신의 행동 뒤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도 동생이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런 과정 속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사랑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인생은 누가 대신 만들어 주는 것도, 대신 살아 주는 것도 아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박경아님! 하늘을 쳐다보며 긍적적인 마음을 가져 보세요.

최명숙 <시인.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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