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선] 어쨌든 가지만, 끝까지 속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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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선제골을 내준 후 한국 선수들이 결정적 실수를 범한 김영권(22번)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있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뤘지만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울산=뉴시스]
최강희 감독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한 듯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한국(FIFA랭킹 40위)은 18일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이란(67위)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4승2무2패(14점)로 이란(5승1무2패·16점)에 조1위를 빼앗겼지만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브라질 직행 티켓을 가까스로 땄다. 한국은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카타르를 5-1로 누른 우즈베키스탄과 승점은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1골 앞섰다. 우즈베키스탄이 막판 소나기골을 넣는 바람에 경기를 먼저 끝낸 한국은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한국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한 건 ‘도하의 기적’이 일어났던 1993년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축구계에는 ‘비겨도 되는 경기가 가장 어려운 경기’라는 격언이 있다. 최강희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승부수로 들고나왔다. 최전방에는 김신욱(25·울산)과 이동국(34·전북)이 투톱으로 기용됐다. 손흥민(21·레버쿠젠)과 지동원(22·선덜랜드)은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투톱과 측면 공격수 4명이 모두 최전방 공격수를 맡을 수 있는 매우 공격적인 선수 기용이었다. 이청용(25·볼턴)은 근육 부상으로 제외됐다.

 한국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6분 김신욱의 발리슛, 전반 12분 이동국의 왼발 중거리슛에 이어 전반 21분 손흥민이 골 에어리어 정면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뿜어댔다. 전반 40분에는 역습으로 이명주(23·포항)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소극적으로 경기에 나선 건 한국이 아니라 이란이었다.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카타르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전반 37분 선제골을 터트려 이란은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 진출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전반에 잇따라 골 찬스를 놓친 한국은 후반에 대가를 치렀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이란은 한국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습에 성공했다. 후반 15분 백패스를 어설프게 처리한 김영권(23·광저우)의 공을 빼앗은 레자 구차네자드(26·스탕다르 리에주)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예리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이란의 유일한 슈팅이 골로 연결되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지동원·손흥민을 빼고 이근호(28·상주 상무)·김보경(24·카디프시티)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이란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최 감독과 독설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경기 당일에도 추태를 보였다. 경기가 끝난 직후 한국 벤치로 다가와 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감정을 자극했다. 이란 국기를 펼쳐 들고 경기장을 도는 선수들에게 물병이 쏟아지고, 이란 선수들이 이를 다시 관중석을 향해 투척하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됐다.

 한편 아시아 B조에서는 호주가 이라크를 1-0으로 꺾고 3승4무1패로 조 2위에 오르며 본선 직행에 성공했다.

울산=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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