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도 DNA 검사 … 원산지 등 인증 작업에 응용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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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와인도 DNA 검사를 받는 시대가 왔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온라인뉴스 최근호를 통해 "가짜 와인을 판별해 내기 위한 여러 연구가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DNA 검사를 이용한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와인의 원소를 분석하는 것이다. 지구상 모든 곳엔 탄소.수소.산소가 있으며 이 양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또 그 지역 농산물에는 이 원소의 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와인 속에서 이들 원소를 분석하면 어느 지역의 포도가 사용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독일 바이에른 건강.식품 안전기관에선 이 방법을 이용해 대대적인 '와인인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원소의 양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포도 수확시기에 비라도 내리면 그 지역 원소 비율이 종전과 달라지는 것이다. 이 기관 노버트 크리스토프 박사는 "이로 인한 오류를 막기 위해 매년 전세계 각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 샘플을 수집, 데이터뱅크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 정부에선 와인 품질 검사에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크로마토그래피는 추출이 힘든 혼합액체에 흡착제를 갖다 대 차례로 색이 번지는 모습을 바탕으로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 와인의 경우 포도의 붉은 빛을 내는 수용성 색소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분석의 기준이 된다.

한편 프랑스에선 'DNA 추출 검사법'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몽플리에 대학 파트리스 티스(유전자학) 박사는 지구상 2500여 종의 포도를 모두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 족보'를 작성 중이다. 액체가 된 와인 속에서 원래 포도 껍질에 있던 유전자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오랜 숙성기간 탓에 포도 성분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과학자가 와인 성분 분석에 매달리는 것은 단지 순수한 맛을 추구하는 열정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 누이슈타트연구원 피셔 박사는 "같은 크기의 병에 들어 있으면서도 2달러에서 200달러까지 가치가 천차만별인 제품은 와인밖에 없다"며 "완벽한 와인 성분 분석법이 나온다면 그 경제적 가치는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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