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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꽃 계절
6월 장마가 오락가락한다. 하늘을 보면 검은 구름과 흰 구름이 서로 번갈아 먼 산과 들녘을 넘나든다. 그럴 때마다 검은 구름은 비가 곧 다가올 것이요 흰 구름은 비 올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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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향기
누군가 이렇게 말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인간에게 편한 계절이 5월과 6월이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다른 달은 자연들이 거두고 피우고 또는 움츠리고 하는 계절이지만 5월과 6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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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꽃피는 계절
봄이 되어 고속도로를 달렸다. 올해는 유난히 조팝나무가 아름다웠다. 하얀 꽃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손사래 치는 것과 같다. 봄에 몇 가지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했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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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에 남풍 불면
누군가 말했다. “봄이 오니 꽃이 피는 것이 아니고 꽃이 피니 봄이 온다”고... 삼월 초순 청록색 쪽빛바다가 여울지는 남해 바닷가 근처에 망운산 수광암을 찾았다. 대숲이 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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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다
새해 들어 갑자기 무문관(無門關, ‘문이 없는 관문’이란 뜻으로 수행자들에게 주어지는 화두)에 들어온 수행자처럼 아무 할 말이 없어졌다. 세상 일이나 내 일이나 대단하게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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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겨울여행
언젠가 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이유 없이 끌리는 것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 서울에 올라갔다. 그간 한 번은 가야지 했던 강남 한복판의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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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
마음이 텅 빈 날은 저녁에 조그만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번뇌와 망상은 환상인가 하는 생각의 엉킴을 무심히 바라본다. 투명이라는 말과 양심이라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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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낫게 하는 법
얼마 전에 머리를 빡빡 깍은 그가 나를 찾아왔다. 예전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웃음으로 먼저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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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농사 끝난 이 가을에
세속을 떠난 수행자들은 추석이나 설이 되면 새벽 법당을 나서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 또는 고향의 산소를 향해 조용히 망배(望拜)를 한다. 망배는 갈 수 없는 먼 곳을 향해 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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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는 비책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어느 곳에선가/늘 울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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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의 땅’ 시베리아의 가르침
누가 그랬던가. 여행이란 ‘눈 감은 시간의 파노라마 같은 것’이라고. 한 여름의 시베리아 여행은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시작되었다. “이걸 보려고 몇날 며칠을 고민하였던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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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하늘 아래 쓸모없는 건 없다
한 여름, 모시적삼 하얗게 입은 사람을 보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 옷의 사각거림은 달라붙지 않아 좋고, 환풍이 되어 좋다. 여름밤은 붙지 않는 모시적삼처럼 건넛방에 잠자리를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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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믿음]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한 여름, 모시적삼 하얗게 입은 사람을 보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 옷의 사각거림은 달라붙지 않아 좋고, 환풍이 되어 좋다. 여름밤은 붙지 않는 모시적삼처럼 건넛방에 잠자리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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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7월 몽심재에서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누군가 좋은 글을 보내왔다.#미루나무가 훤칠한 7월, 하얀 감자꽃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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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무심에 이르는 길
어릴 적 어머니는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노래를 가끔 부르셨다. 1920년대 유행했다는 ‘희망가’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다. 원곡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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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어느 선배의 속세 체험기
곡우 입하가 지나면 무슨 절기가 다가올까. 산과 들에 꽃이 떨어지면 정원 작약이 개미를 불러 모은다. 떫은 차(茶)라도 벗과 마주앉으면 그 향이 더욱 감미롭다. 차 맛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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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어느 선배의 속세 체험기
곡우 입하가 지나면 무슨 절기가 다가올까. 산과 들에 꽃이 떨어지면 정원 작약이 개미를 불러 모은다. 떫은 차(茶)라도 벗과 마주앉으면 그 향이 더욱 감미롭다. 차 맛이 그리워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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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내 가슴에 묻은 4월
언제부터인가 나도 어머니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살아계실 때 어머니는 “올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 여기 왔지?” 부엌에서 음식을 하다 안방으로 건너와 서성거리는 일이 종종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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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습관성 집착
3월은 추운 겨울 남쪽으로 떠났던 제비가 다시 돌아오는 달. 제비가 처마 밑에 오기 전 서둘러 집안을 깨끗하게 하고 또 뒤란도 대 빗자루로 청소하고 대문 앞도 깨끗이 한다.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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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맑음'
지난주 경남 사천의 이순신 바닷길을 다녀왔다.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바다를 적은 숫자의 배로 왜군을 막아 지켜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파도와 물결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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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믿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맑음'
지난주 남도 삼천포 사천의 이순신 바닷길을 다녀왔다.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 이 바다를 적은 숫자의 배로 왜군을 막아 지켜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파도와 물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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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떠날 때는 말없이’라지만…
12월이 한 해를 마감한다면 1월은 교무들이 임지에서 떠나고 들어오는 송별과 이임의 시기다. 인디언들은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란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인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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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시간의 나그네
얼마 전 밥상머리에서 뜬금없이 아내가 말했다.“지금 영자는 잘 사는지 몰라.”연예인 누군가를 말하는 줄 알았더니 산골 소녀 영자를 이야기하는 거였다. 10여 년 전, TV 모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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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내 인생의 배역
오늘 길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빨간 단풍나무를 봤다. 우산을 들고 한참 서 있는데 마치 그 나무가 나를 기다리듯 붉은 잎새를 내려뜨렸다. 이 비가 그치면 곧 겨울이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