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오픈AI와 경쟁? 혁신 과정일 뿐" 순다 피차이 구글 CEO

[팩플] "오픈AI와 경쟁? 혁신 과정일 뿐" 순다 피차이 구글 CEO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픈AI는 음성 비서 ‘GPT-4o’(포오) 를 내놨다. 하지만 I/O에서 구글이 밝힌 기술 하나 하나는 오픈AI의 기술과 비교 대상이 됐다. I/O 두번째 날인 15일(현지시간)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이 일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고장난 제품' 영상 찍으며 "왜 안돼?" 묻자…구글 AI가 띄운 것 [팩플]

'고장난 제품' 영상 찍으며 "왜 안돼?" 묻자…구글 AI가 띄운 것 [팩플]

전세계 검색시장의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AI) 검색엔진 분야에 뛰어들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I/O 2024(연례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이 공개한 AI 검색은 복잡한 질문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동영상으로 보낸 질문까지 해석해 냈다. ‘AI 개요’는 지난해 I/O에서 구글이 선보인 검색 엔진에 생성 AI를 결합한 ‘검색 생성 경험’(SGE)을 더 고도화시켜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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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플] 엔비디아 덕에 ‘신데렐라’ 된 美 AI 스타트업, 10조원 금융 조달

    [팩플] 엔비디아 덕에 ‘신데렐라’ 된 美 AI 스타트업, 10조원 금융 조달

    조(兆) 단위의 막대한 자금이 인공지능(AI)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투자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코어위브’(CoreWeave)는 최근 75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데이터센터 이미지. 게티이미지  ━  무슨 일이야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코어위브는 최근 부채 금융(debt financing)으로 세계적인 투자 회사 블랙스톤과 칼라일 그룹, 블랙록 등으로부터 75억 달러를 조달했다. 부채 금융은 주식 금융(equity financing)과 달리 지분을 넘기지 않아도 되지만, 이자 비용과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WSJ은 “민간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전했다. 마이클 인트레이터 코어위브 공동설립자는 “이번 대규모 금융 조달은 AI 인프라에 대한 시장의 끊임없는 욕구와 이들에게 최첨단의 혁신을 제공할 수 있는 코어위브 능력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코어위브는 이번 금융 조달을 포함해 지난 1년 간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120억 달러(16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8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23억 달러(3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달 초엔 11억 달러(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코어위브는 이렇게 확보한 대규모 투자금으로 지난해 14개였던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올해 그 두 배인 28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  코어위브는 어떤 회사?   코어위브는 ‘엔비디아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급부상한 기업이다. 2017년 암호화폐 채굴 회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19년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코어위브는 지난해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받고, 대규모 GPU 공급 파트너십까지 맺으며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엔비디아는 수요가 폭등한 GPU를 기존 클라우드 주요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아닌 코어위브에 제공하기로 했다. AWS나 MS 등이 GPU 부족으로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자, 그 반사 이익을 코어위브가 얻은 셈이다.   매트 맥그리그 엔비디아 글로벌 디렉터(클라우드 및 전략적 파트너 부문)는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의 자랑스러운 후원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GPU 대신 자체 개발 혹은 AMD의 AI 칩 등으로 대체재를 늘리고 있는 MS도 코어위브와 계약을 맺어 이 회사 인프라를 사용할 정도다.     ━  이게 왜 중요해   박경민 기자 2018년부터 주춤했던 데이터센터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생성 AI가 확산하면서 2021년부터 반등하더니 최근엔 2차 호황기로 접어 들었다. 특히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서버 10만대 이상’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대세다. 빅테크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MS와 오픈AI는 최근 2028년까지 1000억 달러(135조원)를 투입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도 향후 15년 간 데이터센터 건설에 약 1500억 달러(약 20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투자사 CBRE와 삼성증권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2022~2026년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  한국은 어때   박경민 기자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대비해 통신사와 플랫폼 대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증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에 축구장 9개 규모(약 7만3712㎡)의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0개였던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7년 7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통신 3사의 실적을 보면 데이터센터 사업 성과가 두드러진다”며 “국내에선 2~3년 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2024.05.19 16:59

  • AI전환 페달 밟는 LG유플러스, 새 슬로건 내놨다…"AI 혁신 이끌 것"

    AI전환 페달 밟는 LG유플러스, 새 슬로건 내놨다…"AI 혁신 이끌 것"

    LG유플러스가 '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Growth Leading AX Company)라는 새 브랜드 슬로건을 공개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 17일 열린 온라인 성과 공유회에서 브랜드 슬로건을 설명하는 모습.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Growth Leading AX Company)를 새 브랜드 슬로건으로 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고객 서비스부터 신사업 등 모든 영역에 ‘AX’(AI 전환)을 접목해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DX)에 집중해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회사가 되자는 의미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었다”며 “최근 AI나 DX 분야에 대한 고객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브랜드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브랜드 홍보에 기술 관련 용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다. ‘고객의 일상을 바꿉니다’, ‘Why Not?’과 같이 일상 언어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번에 공개한 슬로건에서는 AX와 같은 기술 용어를 직접 설명으로써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게 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다만 기존 슬로건이었던 ‘고객 일상의 즐거운 변화를 주도하는 디지털 혁신 기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  이게 무슨 의미야   본업인 통신 사업이 침체되면서 통신사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 발표된 통신 3사의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영업이익은 SK텔레콤(4985억원), KT(5065억원), LG유플러스(2209억원)으로,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5G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포화 상태이고, 중간요금제나 5G 스마트폰의 LTE 요금제 가입을 허용하면서 본업인 통신 부문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   성장 침체 국면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통신사들은 AI를 활용한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업간 거래(B2B), 특히 AI컨텍센터(AICC)와 데이터센터(IDC)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LG AI연구원과 협업해 통신 특화 AI 모델인 ‘익시젠’(ixi-GEN)을 개발하고 있다. 준비 중인 AI 에이전트나 AICC 사업 등에 순차적으로 익시젠을 적용해 나갈 계획. 향후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성준현 LG유플러스 AI·데이터프로덕트 담당은 “전사의 모든 사업과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4.05.19 14:51

  • [팩플] EU, 페북·인스타 또다시 정조준…”미성년 중독 유발 여부 조사”

    [팩플] EU, 페북·인스타 또다시 정조준…”미성년 중독 유발 여부 조사”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를 상대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를 상대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미성년자의 플랫폼 중독을 방치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다.    ━  무슨일이야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어린이에게 ‘토끼굴 효과’ 등의 행동장애를 유발했을 가능성과, 메타의 이용자 연령 확인 절차와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 등을 둘러싼 우려가 발생했다”며 “DSA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토끼굴 효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된 콘텐트만 중독적으로 소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DSA는 온라인상 가짜뉴스·유해 콘텐트 확산에 대해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으로, 지난해 8월부터 발효됐다.    ━  왜 중요해   DSA를 앞세워 빅테크를 견제하는 EU의 움직임이 점차 본격화하고있다. 이날 발표한 메타의 DSA 위반 여부 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4월 말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 확산을 방치했을 가능성을 두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EU 집행위는 밝힌바 있다.   관련기사 EU, 애플·알파벳·메타 콕 집었다…DMA 위반 조사 착수 EU도 '빅테크 갑질' 규제 본격 가동…구글‧애플‧메타 공식조사 [팩플] “EU, 애플에 7200억 과징금 부과”…빅테크 독점 규제 본격화   EU집행위는 또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EU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관련 가짜뉴스 확산의 통로로 엑스(X·옛 트위터)를 지목해 조사 중이다.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만든 틱톡도 조사 대상이다. 지난달 틱톡은 이용자가 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바우처나 기프트 카드 등과 교환할 수 있는 보상 프로그램인 ‘틱톡 라이트’를 출시했다. EU는 틱톡 라이트가 청소년을 중독시킬 우려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EU 발표 후 틱톡은 관련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중단했다.    ━  이걸 알아야 해   EU뿐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청소년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에서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와 41개 주(州)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 이용자의 플랫폼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중독성이 강한 시스템을 설계했다며 메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온라인 아동 성착취를 주제로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 있던 아동 성착취 피해자 부모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청문회에는 저우 서우즈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엑스 CEO 등 다른 빅테크 소셜미디어 대표들도 참석했다.   지난 2월 온라인 아동 성착취를 주제로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 있던 아동 성착취 피해자 부모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사진은 당시 청문회에 참석한 저커버그. AP=연합뉴스   일부 주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이용 연령을 높이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미 플로리다주는 13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금지하고, 14~15세 청소년은 부모 동의를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지난 3월 공포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은 플랫폼 약관으로 소셜미디어 가입 연령을 13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법안으로 이를 금지한 건 플로리다주가 처음이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4.05.17 13:55

  •  대본 넣으면 영상이 뚝딱…‘100% 무료’ AI툴 완전정복

    대본 넣으면 영상이 뚝딱…‘100% 무료’ AI툴 완전정복 유료 전용

    Today’s Personal Topic ‘AI 영상 편집자’ 들이는 법 동영상 AI 도전! 나도 AI 마스터③   회사에서 밑도 끝도 없이 “OO씨가 젊은 감각으로 영상 좀 만들어봐라!”라는 지시를 받았거나, 우리 가족 영상을 예쁘게 편집해 보관하고 싶거나, 개인적 만족을 넘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릴스에 ‘찐’ 영상을 올리고 싶을 때가 있다. ‘영상은 나와 상관 없다’고 살아왔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언제 어디서 영상 제작 능력을 요구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인 점. 한 땀 한 땀 작업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다행히 요즘엔 생성 인공지능(AI)이 초보자 티 안 나게 영상 만들기를 도와준다는데. ‘영알못’부터 기존 동영상 툴에 익숙한 사람들까지, 똘똘한 ‘AI 영상 편집자’ 하나 두고 싶다는 사람들은 오늘의 리포트 주목.     ■ 💬목차 「 1. 📝 현재 상황 3줄 요약 2. 🎬초급: 간단한 편집과 자막을 넣고 싶다면 3. 🎬중급: AI 영상을 직접 만들게 하고 싶다 4. 🎬고급: 입 모양까지 구현, 업무에도 활용해보자 5. 🔭빅 픽처를 알고 싶어 」    오혜정 디자이너    ━  1. 📝 현재 상황 3줄 요약   챗봇·이미지 AI 다음은?: 지난해가 챗봇(텍스트)과 이미지 생성 AI 시대였다면 올해는 영상이다. 물론 아직 “액션 영화 한 편 만들어줘”라는 프롬프트(명령어)에 결과물을 뚝딱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 허나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똘똘한 동영상 생성 AI 도구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안 쓰면 나만 손해가 되는 상황. 런웨이(Runway), 신디시아(Synthesia), 디스크립트(Descript)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편집 툴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의 변신도 주목할 만한 점.   생성 AI ‘감독님’: 텍스트 투 비디오(TTV) 서비스를 하는 런웨이는 지난해부터 LA에서 ‘국제 AI 필름 페스티벌’을 연다. AI를 활용해 만든 출품작은 지난해 300여 개에서 올해 3000개로 늘었다고. 할리우드에서는 AI에 대해 뿌리깊은 거부감을 보이는 가운데 기술과 예술의 공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것.   동영상 생성 업체 '런웨이'가 지난해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는 '국제 AI 필름 페스티벌'의 2024년 수상작. 사진 런웨이   음악과 결합: 영상 AI 영혼의 단짝은 음악 AI. 길든 짧든 영상엔 배경 음악이 필수. 영상 AI 시장이 커질수록 음악 AI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직접 만들기엔 비싸고 공개된 무료 음원 중 원하는 걸 쓰기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2월 사용자가 몇 단어만으로 음원을 생성할 수 있는 서비스 ‘뮤직FX’를 업데이트했다. 텍스트 한 줄로 분위기·장르·악기를 설정해 음원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부터 4235자. 읽는 데 2분15초.    ━  2. 🎬초급: 간단한 편집과 자막을 넣고 싶다면   일단 내가 어떤 용도로 동영상 툴을 사용할 건지 명확히 해야 한다. 유튜브에 업로드할 동영상을 만들건지,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쓰는 동영상을 만들 것인지 등에 따라 사용할 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급용은 일단 편리한 사용성에 초점을 둔 서비스들로, 일단 꼭 무료 버전으로 테스트해보고 결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① 문서 편집하듯 쉽게 영상 편집하고 싶다면? 디스크립트 어떻게 써?: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인물이 말하는 내용을 자동으로 받아쓰기(transcription) 한다. 텍스트와 영상을 연동해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 중 삭제하고 싶은 구간이 있다면 스크립트에서 해당 단어나 문장을 눌러 ‘커트(cut)’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AI가 알아서 장면을 잘라준다. 만약 영상 중간에 뭔가 넣고 싶다면? 스크립트에 슬래시(/)를 넣으면 비디오의 장면이 나눠진다. 사이에 추가 장면도 넣을 수 있다.   장단점: 워드나 구글독스에서 문서 작업할 때처럼 손쉽게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 단 스크립트는 한국어로 출력은 안 되고 자동으로 번역돼 영어로 나타난다. ‘오터’ 등 기존 AI 받아쓰기 앱보다는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가격: 무료 버전은 동영상 화면에 해당 기업의 로고가 각인돼 있는 ‘워터마크’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다. 디스크립트는 워터마크가 없는 동영상을 한 달에 1개까지만 만들 수 있다. 받아쓰기(transcription)도 1시간으로 제한. 월 15 달러인 크리에이터 버전은 워터마크가 없는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고, 받아쓰기는 10시간까지 가능하다. 화질 제한이 있는 무료 버전과 달리 4K 화질까지 지원한다. 제일 상위 버전인 프로(월 30 달러)는 30시간까지 받아쓰기가 가능하고 반복되는 단어는 자동 삭제해주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텍스트 투 스피치(TTS) 기능도 지원한다.   ② 긴 동영상 숏폼으로 만들고 싶다면? 오푸스 클립(Opus Clip) 어떻게 써?: 긴 동영상을 짧은 영상으로 압축할 때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영상 내에 핵심적인 부분을 사람이 직접 찾아서 편집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동영상 링크를 넣으면 AI가 자동으로 영상의 내용을 파악해 핵심 부분을 1분 이내의 여러 개 숏폼으로 만들어 메일로 보내준다.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올릴 동영상을 만들 때 활용하기 좋은 툴이다.   장단점: 한글을 인식해 스크립트를 만들어주는 건 장점.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무료 버전은 3분짜리 동영상 링크를 넣었을 때 메일로 받아보는 데까지 15분 이상 걸렸다. 또 가로로 된 영상을 넣어도 쇼츠 형식의 세로 영상으로 편집한다. 세로로 된 영상에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가격: 무료 버전은 동영상 처리 시간이 한 달에 60분까지 가능하다. 단 1080p 화질까지만 가능하고, 워터마크가 들어간다. 워터마크를 없애고 싶다면 유료 버전을 써야 한다. 월 9달러인 스타터 버전에선 AI가 자막도 제작해준다. 9.5 달러(현재 행사 중) 프로 버전은 AI가 편집하고 남은 장면을 중간중간 넣어주는 기능도 있다.   오푸스 클립으로 영상을 줄인 모습. 가로 영상을 넣었지만 세로 영상으로 줄여진다. 사진 오푸스 클립    ━  3. 🎬중급: AI가 영상을 직접 만들게 하고 싶다면   내가 찍은 영상 혹은 원래 존재하던 영상 편집에 특화된 게 초급 버전이었다면, 중급 툴은 AI를 활용해 영상을 구성하는게 가능하다. 자연어로 된 명령어를 바탕으로 AI가 영상을 만들어내는(TTV) 기능을 제공한다. 어떻게 명령어를 입력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챗 GPT에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①사진으로 영상을 만들려면? 런웨이 특징 및 사용법: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TTV 툴 중 하나로, ‘젠-2’(GEN-2)가 대표적이다. 올 초 공개된 오픈 AI의 TTV 모델 ‘소라’(Sora)처럼 프롬프트를 입력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영상 속 배경을 바꾸거나 불필요한 사물을 삭제할 수도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 움직이는 영상을 만드는 기능도 있다. 사진과 프롬프트를 넣어 인물이나 배경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 다만 프롬프트는 영문만 가능하고, 챗 GPT와 마찬가지로 프롬프트의 질에 따라 영상의 퀄리티가 상당히 차이난다.     장단점: 이미지로 움직이는 영상은 퀄리티가 좋은 편이나 저사양 컴퓨터에서는 구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가격: 역시 무료 버전은 워터마크가 들어간다. TTV 기능은 16초까지 가능. 월 15달러의 스탠더드 버전은 워터마크가 없고, TTV 기능도 더 길게 쓸 수 있다. 월 35달러의 프로 버전부터는 특정 음성을 이용해 립싱크하거나 TTS를 만들 수 있다. 원하는 목소리를 고르면 입력한 텍스트를 그 목소리로 읽어주는 식이다.   ② 대본은 있는데 영상이 없다면? 픽토리(Pictory) 특징 및 사용 방법: 영상이지만 화면보다 텍스트 위주로 전달하고 싶다면 픽토리가 가장 적절하다. 전문적인 지식 등을 길게 설명할 때 유용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장문의 스크립트만 입력하면 AI가 적절한 길이로 스크립트를 나눈 뒤 어울리는 영상을 찾아서 자막에 스크립트를 넣어 편집해준다.    장단점: 픽토리에서 찾아주는 영상은 픽사베이나 셔터스톡 같은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 있는 사진들의 느낌과 유사하다. 그래서 스크립트의 세밀한 부분을 캐치하진 못한다. ‘스위스 전통 가옥 샬레’를 입력해도 그냥 바위 산만 나오는 식이다. 등장 인물들이 주로 서양인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한글로 자막을 넣어도 내용을 인식할 수 있지만, 영어보다는 인식률이 떨어진다.     가격: 가입한 후 첫 14일은 무료. 그 이후엔 무료 버전이 따로 없다. 월 25달러부터 49달러·119달러까지 있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제작할 수 있는 영상 수가 늘어나고 AI 보이스 등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   픽토리에 스크립트를 넣고 영상으로 출력한 모습. 알아서 스크립트와 맞는 영상을 찾아준다. 사진 픽토리 캡처    ━  4. 🎬고급: 입 모양까지 구현, 업무에도 활용해보자   TTV와 TTS를 활용해 생성 AI로 영상을 만들어봤다면, 이젠 AI를 업무에도 활용해 볼 차례다. 신디시아와 피치(Peech)는 가입할 때 업무용 e메일 인증을 요구한다. 단순히 상황에 맞는 영상을 AI가 찾아주는 걸 넘어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잘 소개할 ‘아바타’까지 만들 수 있다.   신디시아: 초급·중급까지의 툴이 일상과 업무 영역 일부를 커버할 수 있는 툴이었다면. 신디시아는 주로 마케팅·홍보 등 업무에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스크립트를 입력한 후 어울리는 화자를 고르면, 그 화자가 내가 입력한 내용을 말하면서 전달해준다. 화자와 어울리는 목소리도 약 120개 중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영상 구성이 단조로운 편이라 긴 영상보다는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how to) 내용을 짧게 설명할 때 유용하다. 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완성된 동영상을 전달해준다. 한글로 입력해도 TTS가 잘 되지만 발음과 입 모양이 완전히 매치되진 않는다.     피치(Peech): 브랜드 로고를 업로드하면 영상 윗부분에 로고를 넣고, 적절한 길이로 편집해주는 툴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영상을 업로드해도 되고 유튜브 링크를 넣어도 된다. 영상만 넣으면 인트로와 아웃트로 영상을 브랜드 로고에 맞게 AI가 알아서 만들어준다.       ■ ✂️피치 직접 써보니 「 원본 영상에 손 쉽게 브랜드 로고를 넣고 주요 내용을 편집하고 싶다면, 내가 일일이 장면을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피치가 알아서 몇 가지 버전의 영상을 만들어준다.     ✔️일단 업로드할 영상을 고른다. 예시는 지금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구글 I/O 영상 중 하나. 여기에 팩플 로고를 추가했다. 로고 색깔 등을 자세하게 고를 수 있다.    ✔️AI가 영상 내용을 파악하고 강조할 만한 내용을 뽑아준다. 이때 사용자는 이 내용과 비주얼을 고를 수 있다.     ✔️비디오에 자동으로 추가할 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 음악·자막·인트로/아웃트로 등을 선택하면 AI가 내용에 어울리게 만들어 넣어준다.   ✔️최종 결과 확인. 전체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수십초 단위로 잘라 필요한 부분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편집해준다.   」  박경민 기자  ━  5. 🔭빅 픽처를 알고 싶어   빅테크도 동영상 AI 전쟁: 동영상 AI 시장에 ‘절대 강자’는 아직 없다. 각자 주력으로 미는 기능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압도적인 기능과 서비스로 무장한 곳이 없기 때문. 그래서 이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빅테크의 전장도 텍스트·이미지에서 영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공개될 오픈 AI의 TTV 모델 소라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메타도 지난해 11월 ‘에뮤 비디오’를 공개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주고, 지시에 맞춰 그림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지난달 9일 AI 기반 동영상 제작 도구 ‘구글 비즈’(Vids)를 공개한 구글 클라우드는 다른 빅테크들과 다르게 ‘업무용 영상’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게 특징.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도 비디오가 중요해질 거라는 게 구글의 판단이다.     오픈 AI가 지난 2월 공개한 TTV 모델 '소라'. AFP=연합뉴스   돈이 몰린다: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상 AI 스타트업에 큰손들의 투자금도 몰리는 중이다. ‘신디시아’는 엔비디아를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1억56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런웨이’도 구글과 세일즈포스 등에서 1억4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어스에 따르면 글로벌 영상 제작 AI 시장 규모는 2022년 4억1500만 달러에서 2032년에는 217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05.16 16:11

  • [팩플] "오픈AI와 경쟁? 혁신 과정일 뿐" 순다 피차이 구글 CEO

    [팩플] "오픈AI와 경쟁? 혁신 과정일 뿐" 순다 피차이 구글 CEO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픈AI는 음성 비서 ‘GPT-4o’(포오) 를 내놨다. 스포트라이트는 자연스럽게 오픈AI에 먼저 돌아갔다. 구글 I/O는 구글이 기술력과 방향성을 전세계에 공개하는 연중 최대 규모 행사. 하지만 I/O에서 구글이 밝힌 기술 하나 하나는 오픈AI의 기술과 비교 대상이 됐다. 현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구글 대 오픈AI’는 주요 대화 주제 중 하나였다.    ━  무슨 일이야    I/O 두번째 날인 15일(현지시간)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이 일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사옥에서 글로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우리는 계속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항상 작은 순간들이 있죠” 피차이 CEO는 오픈AI의 GPT-4o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다른 기업 혁신을 보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우린 혁신에 의해 분열되기도 하지만, 혁신은 우리 모두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밀어주기도 한다”며“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주는 정말 멋진 한 주였다”고 덧붙였다.    ━  두 빅테크가 하루차로 공개한 두 기술   구글은 14일 인간처럼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 시간차 없이 바로바로 정확한 음성 답변을 내놓는 AI 데모 영상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음 날 아스트라 체험 세션 현장은 다른 어떤 세션보다 사람이 몰렸다. 30분 정도 기다린 뒤 짧게 체험해 본 아스트라의 반응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즉석에서 게 모양의 소품을 골라 카메라로 보여주며 “이게 뭐야?”라고 음성으로 묻자 바로 “네가 게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라는 음성 답변이 돌아왔다. 화면에 그림을 그려가며 AI와 일종의 ‘스무고개’ 놀이도 할 수 있었다. AI는 사용자가 그리는 그림에 “혹시 사과 아니야?” “딸기인가?” 스스로 추측하며 문제를 맞췄다. 아직 한국말은 못했다. 구글은 아스트라 프로젝트의 일부 기능을 연내 구글 제품에 탑재할 예정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I/O 데모 행사장에서 구글의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체험하는 모습. 홍상지 기자   전날인13일(현지시간) 오픈AI가 온라인 라이브로 시연한 GPT-4o도 실시간 음성 대화가 가능한 AI다. 시연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종이를 비춘 뒤 ‘3X+1=4’라는 방정식을 쓰자 GPT-4o는 이를 지켜본 뒤 X값을 구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알려줬다. 종이에 ‘나는 GPT를 사랑한다’는 문장을 쓰자 “너무나 감동적이야. 고마워”라고 답했다. 영어·한국어 등 50개 언어에 대한 실시간 통역 기능을 갖춘 GPT-4o의 응답 시간은 평균 320밀리초(ms·1000분의 1초). 인간의 응답 속도와 유사하다. 오픈AI는 핵심 기능인 음성 대화 기능을 수주 내 챗GPT에 도입할 계획이다.    ━  더 알아야 할 것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는 순다 피차이 CEO를 비롯해 구글 각 사업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홍상지 기자   구글과 오픈AI, 두 글로벌 빅테크가 쏘아올린 ‘AI 에이전트’ 경쟁은 해당 기술을 더 가속화 할 전망이다. 영화 ‘그녀(her)’의 남자 주인공처럼 고도로 발전한 AI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일이 현실화 될지도 모르는 일. 15일 열린 I/O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도 ‘사람들이 앞으로 AI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피차이 구글 CEO는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며 농담을 던진 뒤 “모든 기술은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양쪽 다 있기에 누군가는 AI 에이전트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책임감 있게 기술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운틴뷰=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2024.05.16 15:30

  • '고장난 제품' 영상 찍으며 "왜 안돼?" 묻자…구글 AI가 띄운 것 [팩플]

    '고장난 제품' 영상 찍으며 "왜 안돼?" 묻자…구글 AI가 띄운 것 [팩플]

    전세계 검색시장의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AI) 검색엔진 분야에 뛰어들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I/O 2024(연례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이 공개한 AI 검색은 복잡한 질문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동영상으로 보낸 질문까지 해석해 냈다.   로즈 야오 구글 부사장이 동영상 검색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AI가 내놓은 검색 결과에는 제조사, 모델명과 함께 관련 정보, 링크가 표시됐다. 구글 유튜브 캡처  ━  무슨 일이야   이날 I/O 키노트(기조연설)가 한창 진행 중이던 쇼어라인 앰피시어터 무대에 로즈 야오 구글 제품 부사장이 고장 난 턴테이블을 들고 등장했다. 야오 부사장은 곤란한 듯 “이걸 어떻게, 무엇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며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구글 검색창 오른쪽 끝에 있는 ‘동영상 검색버튼’을 누른 그는 턴테이블의 상태를 영상으로 찍으며 “왜 작동되지 않을까?”라고 말로 물었다. 그러자 영상을 인식한 AI는 해당 제품 제조사, 모델명을 자동으로 파악해 고장 점검 매뉴얼을 화면에 띄웠다.   구글은 이 AI 검색 서비스에 ‘AI 개요’(AI overview)라는 이름을 붙였다. 생성 AI가 이용자들이 텍스트 뿐 아니라 사진, 동영상 등으로 한 질문에 맞춤형 답변을 해주는 기능이다. 특정 정보 하나를 찾기 위해 검색창에 검색어를 계속 바꿔 입력하고, 소위 ‘낚시’ 게시글을 피해다니며 양질의 후기를 찾아야 했던 이전과 달리 검색 결과에 AI를 도입해 필요한 내용만 딱 제공하는 것이다.   ‘AI 개요’는 지난해 I/O에서 구글이 선보인 검색 엔진에 생성 AI를 결합한 ‘검색 생성 경험’(SGE)을 더 고도화시켜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기능이다. 구글은 이번주 미국을 시작으로 수개월 안에 더 많은 언어권에 이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  구글 검색, 어떻게 달라져   질문을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출력하는 전 과정에 구글의 AI모델인 제미나이를 본격 탑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은 특히 ‘시간 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제각각 출처에서 정보를 따로 얻지 말고, ‘AI 개요’를 통해 한번에 결과를 얻으라는 것이다. 구글 측은 “제미나이가 검색에 드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legwork out)”고 표현했다.   리즈 리드 구글 검색 부사장은 “열 개 이상 질문을 단 한번에 검색할 수 있다. 가장 복잡한 질문을 구글 검색에 물어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서 가장 좋은 요가 또는 필라테스 학원을 찾아줘. 그 곳은 어떤 곳인지, 또 집에서 도보로 얼마나 걸리는지, 제공되는 혜택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줘’와 같은 긴 문장의 검색도 AI가 맥락을 읽고 원하는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  이게 왜 중요해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I/O 2024. 연합뉴스   구글은 전 세계 검색시장 90%를 차지한 ‘검색 왕국’이다. 하지만 검색엔진에 AI를 먼저 도입한 경쟁사가 인기를 끄는 사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지난 4월 90.91% 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포인트 하락했다.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은 지난해 2%대에서 1년만에 3.64%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메타 역시 최근 인스타그램 검색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메타 AI’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냈다. 오픈 AI도 현재 AI 기반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검색 시장 선점은 구글에겐 ‘자존심’이자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구글의 가장 큰 투자 및 혁신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지금의 구글을 있게 한 제품인 구글 검색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더 알면 좋은것   올해 결론이 날 사법리스크도 구글의 우려 요소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어겼다며 2020년 10월 제소했다. 이달 초 최후변론을 마쳤고 하반기 중에는 판결이 나올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결과에 따라 구글이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구글로서는 사업 경쟁력은 물론 외부 요인을 감안해서라도 자체 경쟁력으로 1위 사업자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내 안경 못 봤어?" 핸드폰이 알려준다…구글 '일상 AI' 공략 [팩플] 깔깔대고 말 끊고 ‘얼굴 빨개졌다’는 그녀, AI였다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마운틴뷰=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2024.05.16 06:00

  • "내 안경 못 봤어?" 핸드폰이 알려준다…구글 '일상 AI' 공략 [팩플]

    "내 안경 못 봤어?" 핸드폰이 알려준다…구글 '일상 AI' 공략 [팩플]

    ‘그것(AI)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고, 우린 이제 시작입니다.’  14일(현지시간)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I/O 2024의 개막을 알리는 영상의 마지막 멘트가 나오고, 무대 위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상시처럼 회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피차이 CEO는 “구글의 I/O는 의상이 바뀌지 않는 ‘에라스 투어’(테일러 스위프트의 전세계 순회공연)”라며 농담을 던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I/O 2024에서 순다 피차르 구글 CEO가 구글의 AI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이날 행사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대형 원형극장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는 전세계에서 온 개발자·기자·크리에이터 등 총 4300명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 됐다. 향후 구글의 방향성을 알릴 본격적인 발표를 앞두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피차이 CEO가 말을 이었다. “구글은 본격적인 제미나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  이게 왜 중요해   현재 구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1인자’ 자리를 지켜오던 검색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이 조금씩 빠지고 있고, 생성 인공지능(AI) 분야에선 늘 새로운 기술로 치고 나가는 오픈AI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AI는 구글 I/O 바로 전날인 13일 음성 대화 기능 등이 담긴 새로운 AI 모델 ‘GPT-4o’를 발표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선점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구글에 가장 유리한 선택지를 골랐다. 검색엔진·구글 포토·워크스페이스·안드로이드 등 이미 전세계 약 20억 명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구글 제품 전반에 자사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녹이겠다는 것. 탄탄히 쌓아온 구글의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일상 곳곳에 제미나이를 노출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모델은 더 빠르고, 가볍게: 구글은 먼저 제미나이 울트라 1.0을 탑재한 챗봇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구독자 대상으로 가장 최근 AI 모델인 제미나이 1.5 프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어드밴스드 구독자 수는 약 100만 명이다. 제미나이 1.5 프로보다 가벼우면서도 멀티모달(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 여러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는 모델) 추론 기능과 대용량 정보 처리 기능을 갖춘 제미나이 1.5 플래시도 공개했다. 이날 발표자로 무대에 오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가볍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를 추론하는 능력이 뛰어나 긴 문서나 표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요약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20억 사용자 구글 라인업에 녹인다: 주차장에서 요금을 내려고 하는데, 차량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언제 차 사진을 찍어놨을지 모를 사진첩을 뒤적이거나, 다시 차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근데 구글 포토 이용자라면? 구글 포토에 탑재된 제미나이에 ‘내 차 번호가 뭐였지?’ 물어보면 된다. 그러면 제미나이가 내 사진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차량을 인식한 후, 차 번호를 알려준다. 이 기능은 올 여름 출시될 예정.지메일·문서·드라이브 등 구글 워크스페이스에도 제미나이 1.5 프로가 도입돼 여러 기능들이 추가된다. 예를 들면 지메일에서는 사이드 패널에 ‘중앙일보로부터 온 메일 요약해줘’‘계약서 파일 받은 거 찾아줘’ 등의 질문을 하면 메일함을 일일이 직접 열어볼 필요 없이 제미나이가 바로 찾아주는 식이다. 글에 첨부된 파일까지 분석해 추론하는 능력도 갖췄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 1.5 프로는 1500페이지 분량 문서를 한 번에 이해하거나, 100개의 e메일이나 1시간 분량 동영상을 한 번에 요약할 수 있다. 구글은 이밖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용 AI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를 탑재하는 등 기존 제품과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갈 방침이다.    ━  앞으로는   이날 I/O 현장에서는 2분 가량의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사무실을 여기저기 비추며 제미나이와 음성 대화를 나눈다. 책상에 놓여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묻거나 컴퓨터 화면에 나와있는 코드가 어떤 코드인지, 창밖에 보이는 지역이 어디인지도 물어본다. 제미나이는 “고주파 스피커입니다” “암호화를 정의하는 코드입니다” “런던의 킹스크로스 지역인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바로바로 답한다. 중간에 여성이 “혹시 내 안경 못봤어?” 물어보자 “책상 위 빨간 사과 옆에 있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카메라에 담긴 장면을 기억해 이를 기반으로 위치를 스스로 파악한 것이다. 스마트 안경을 쓰고도 같은 기능을 구현했다.   14일 구글이 공개한 AI 에이전트 프로젝트인 아스트라 데모 영상. 구글 유튜브 캡처   이 영상은 구글이 인간처럼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미래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아스트라’의 데모 영상이었다. AI 사업 책임자로서 올해 구글 I/O에 처음 등장한 데미사 하사비스 CEO는 “에이전트가 실제로 유용하게 쓰이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역동적인 세상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해야 하며, 보고 들은 것은 받아들이고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연 영상 등을 통해 공개된 기술은 연내 구글 제품에 일부 탑재할 예정이다.    ‘큰 한 방’ 보다는 구글 제품에 자연스럽게 제미나이를 녹여 구글만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AI 에이전트’라는 미래 청사진까지 그린 구글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의 챗GPT를 기반으로 한 코파일럿을 전 제품에 탑재한 바 있고, 아스트라의 데모 영상도 I/O 전날 오픈AI가 공개한 ‘GPT-4o’와 비슷한 성격의 음성 비서 모델이다. AI 생태계 구축서부터 ‘인간 같은 AI 에이전트’ 시장까지, 가는 길마다 겹치는 빅테크 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AI 그녀 "얼굴 빨개지네요"…영화 'her' 진짜 현실이 됐다 [팩플] “KTX” 말만 했는데 놀라운 일…시리 밀어낼 ‘찐 비서’ 정체마운틴뷰=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2024.05.15 16:08

  • 율촌·네이버 때려친 두 남자, AI에 계약서 가르치는 까닭

    율촌·네이버 때려친 두 남자, AI에 계약서 가르치는 까닭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 “판결문? 우린 계약서로 글로벌 노린다”율촌·네이버 때려치고 리걸AI 하는 이유   “네이버? 업스테이지? 법률 도메인(분야) 기술과 서비스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BHSN 사무실에서 만난 임정근(48) 대표와 김형준(38) CAIO(최고AI책임자)는 자신있게 말했다.    BHSN은 법무법인 율촌 등에서 18년간 인수합병(M&A) 변호사로 활동한 임정근(사법연수원 35기) 대표가 2020년 창업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을 위한 법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기업 계약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계약서 검색은 물론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계약서 검토와 작성, 관리 등 전 과정을 돕는다. ‘변호사님’(BHSN) 글자 자음에서 따온 BHSN의 솔루션이 기업들의 ‘AI 법무팀’이고 ‘사내 변호사님’인 셈이다. 사내 CAIO를 별도로 두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다. 지난해 합류한 김형준 CAIO는 SK텔레콤, 네이버 AI 개발자 출신으로 각 사 LLM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판결문 수집에 집중하는 다른 리걸테크 기업과 달리 BHSN은 계약서에 집중한다. 임 대표는 “판례는 분명 양질의 데이터지만, 비즈니스와 기업 법무의 핵심은 계약서”라며 “법률문서 기반 리걸AI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리걸AI 시장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손잡은 네이버,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손잡은 업스테이지 등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계약서는 왜 BHSN에 판결문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일까. 복잡한 계약서, AI비서가 대신 써주는 날이 올까. BHSN이 네이버와 업스테이지를 이길 수 있다 자신한 전략은 무엇일까. 임정근 대표와 김형준 CAIO를 함께 만났다.     ■ 💬목차 「 1. 판결문보다 계약서, 양보단 질 2. 그 좋다는 율촌, 네이버 그만둔 이유 3. AI가 계약성 작성·검토, 준법 경영까지 4. 법무팀, 사내변호사 대체할까   」  오혜정 디자이너  ━  1. 판결문보다 계약서, 양보단 질     가장 양질의 법률 데이터는 판결문 아닌가. 왜 AI가 계약서를 학습해야 하나. 임정근 대표(이하 임): 판례는 양질의 데이터다. 하지만 법률시장 전체, 특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면 얘기가 다르다. 보통 대형 로펌의 경우 ‘자문’이 60%, 법원에서 소송하는 ‘송무’는 40% 정도 된다. 기업 비즈니스의 핵심은 계약서다. 계약서에는 갑과 을,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호의관계에 불과하다. 큰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 복잡한 비즈니스는 결국 계약서로 귀결된다. 계약서에는 각종 조건과 정보가 담긴다. 계약서 관리, 검토, 작성 등 업무와 AI의 결합에 시장의 기회가 있다고 봤다.     계약서는 기업 고유의 문서고 보안이 중요하다. 데이터 확보가 어렵지 않나.  임: 우리는 보안 이슈가 없는 법률 데이터만 쓴다. 고객 계약서를 동의 없이 가져다 쓰지 않는다. 현재 협업 관계인 BHSN 로펌에는 11명, BHSN AI에는 7명의 변호사가 있다. 표준계약서는 물론, 자체적으로 만든 다양한 계약서 데이터가 있다. 또 계약서에는 패턴이 있다. 전 세계 각종 산업 협회에서 관련 가이드라인 등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BHSN AI 학습에 활용한다. 정리하면, 변호사들이 규제 기관의 가이드라인과 각종 계약서를 참고해 데이터를 생산하고 라벨링도 한다. 내부 변호사들이 작성한 문서 데이터 이외에도 외부에서 얻는 데이터도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해외 정부 발표, EU 가이드라인 등 법령, 판례, 규제 등을 참고한다.   김형준 CAIO(이하 김): 라이선스 문제가 없는 공개 문서와 BHSN 자체 법률 데이터를 활용한다. 또 비식별화와 데이터 증강 기술을 이용해 양질의 데이터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자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  2. 그 좋다는 율촌, 네이버 그만둔 이유    차준홍 기자 기업변호사로 15년 정도 일하다 뒤늦게 창업했다. 계기가 있었나.   임: 율촌 등에서 M&A 변호사로 해외 기업, 테크 기업 업무를 주로 했다. 기업 변호사로 일하며 교수님들의 연구개발과 창업에 자문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마침 서울대 AI 대학원장 장병탁 교수님이 AI 프로젝트를 같이할 법률 전문가를 찾고 있더라. 당시 자문단으로 참여해 AI 기술이 어디에 적용되는지 살펴보다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와 아이템을 발견했다.    그게 무엇이었나.   임: 변호사는 찾아야 할 문서, 검토할 문서가 엄청나다. 문서 업무 처리에 시간을 많이 쏟는다. 기업 법무팀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메일함, 하드 드라이브에 있는 걸 찾는 것도 고된 일이다. 기업에 법률 자문을 하면서 비즈니스의 기본인 계약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느꼈다. 계약서 관리에 AI 기술을 적용하면 문서 찾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겠더라. 2017년 율촌을 나와 로펌을 차렸고, 2020년 BHSN을 창업했다. 스타트업 대표는 다양한 직군과 일하며 전체적인 운영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로펌 대표와는 다르더라. 스타트업은 오케스트라처럼 운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차준홍 기자   김 CAIO는 네이버에서 클로바X를 개발했다. 왜 BHSN에 합류했나. 김: 임정근 대표를 만났는데 변호사인데도 AI 지식이 풍부했다. AI를 그냥 맛보기로 하는 회사가 아니라 AI 기술을 깊이 고민하는 회사였다. 임 대표의 비전에 공감했고, 버티컬(전문 분야) 시장에서 AI로 성과를 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 합류했다.    BHSN의 AI 리걸 솔루션 ‘앨리비’는 계약서 작성과 검토, 기업 송무와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AI 법무 솔루션이다. 특수관계자 거래나 하도급 거래 등을 AI로 분석해 기업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상정하거나 사전 승인 여부 결과를 제공하는 준법 경영 관련 업무도 가능하다.    월 이용금액은 기업 내 사용자 수와 AI 사용량에 따라 정해진다. BHSN에 따르면 계약관리솔루션의 전 기능(계약서 작성·검토·결재·보관)과 기업법무 솔루션의 자문·송무·외부로펌관리 등 전 기능을 사용하면서, 한 달에 100건의 계약서를 AI로 검토할 경우 이용료는 월 225만원부터 시작된다. BHSN은 지난해 1월 CJ제일제당에 계약관리솔루션(CLM)을, 10월 SK텔레콤에 법무AI 고도화 솔루션을 공급하며 기업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BHSN '앨리비'의 서비스화면    ━  3. AI가 계약성 작성·검토, 준법 경영까지   BHSN 제품을 쓰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임: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문서, 특히 기업 내부의 계약서, 법률 데이터를 어떻게 정리하고 요약하고 검색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기업 내부 준법 경영 업무도 간편해진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임: 예를 들면 대기업이 계열사와 계약할 때 계약이 ‘부당 내부 거래’에 해당하는지 살펴야 한다. 부당 내부 거래 기준과 공시 등을 직원들이 하나하나 살펴야 하는데 BHSN AI를 쓰면 검색을 통해 기준 금액, 관련 내용 등을 한번에 살필 수 있다. 해외 비즈니스에서 생기는 각종 규제 이슈, 보조금이나 개인정보 규정을 AI가 정리해 쉽게 챙길 수 있다. 계약서 작성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계약서 파일을 올리면 AI가 계약서 주요 조항을 요약 추출해 표준계약서와 비교해 준다. 법무 담당자는 여기에 검토 의견을 작성할 수 있다. 회사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도 AI가 추출해낸다. 또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도 막을 수 있다. 계약관리 솔루션은 계약 생성부터 법무 검토 조율과 합의, 결재, 계약서까지 통합 관리하기 때문에 기존의 문서 위조나 횡령 등의 사고도 예방한다.   임 대표는 “BHSN AI 기능이 고도화되면 법무팀보다 구매·판매부서가 많이 쓰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량의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요지를 파악해 사건 기록을 요약하는 솔루션인 ‘리걸 코파일럿’은 계약뿐 아니라 송무와 사건 수사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게 BHSN의 설명이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B2G(기업-정부 간 거래) 관련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60억원을 투자받은 BHSN은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  4. 법무팀, 사내변호사 대체할까    앞으로 BHSN의 AI가 법무팀의 사내 변호사나 자문 로펌을 대체하는 것 아닌가.   임: 아직은 귀찮은 업무를 대신해 주는 정도다. 빨래를 예로 들어 보자. 세탁기가 생겨서 과거 안 빨던 걸 세탁기로 돌리기도 하고, 더 자주 빨래를 하지 않나. 손으로 빨아야만 하는 것도 있다. 비슷하다. 법무팀 직원이나 변호사 중엔 기존에 하는 역할이 줄어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 커질 거다. BHSN AI를 쓴다고 김앤장, 태평양이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 자료, 문서 정리가 더 쉬워지고 빨라지면 법무팀이나 변호사는 더 중요한 의사 결정 등 고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BHSN 계약서관리솔루션의 서비스화면   지난 3월 네이버·대륙아주의 리걸AI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외 리걸테크 기업들의 리걸AI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3월 글로벌 법률 정보 서비스 기업 렉시스넥시스는 ‘렉시스플러스AI’를 출시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도 지난달 법률전문가용 AI 서비스 ‘엘박스 AI’ 베타를 공개했다. 업스테이지와 손잡은 로톡은 6월 AI 법률비서 ‘수퍼로이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BHSN 리걸AI의 경쟁 우위는 무엇일까. BHSN은 “지난 2월 리걸LLM의 학습 및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강화했다. 현재 공개된 계약서, 판례, 법령, 심결례, 보고서, 행정규칙 등 폭넓은 리걸 데이터에 BHSN 소속 변호사가 자체 개발한 고품질 비공개 데이터를 결합해 리걸AI 엔진의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 CAIO는 네이버 출신이다. 네이버가 대륙아주와 함께 만든 리걸AI는 어떻게 봤나. 김: 조심스럽지만, 좋았던 점은 기술 시스템이 잘 녹아 있더라. 쿼리 분석, 질문 분석, 일부 에이전트 개념이 인상깊었다. 다만 아쉬운 건 해당 도메인 전문가들이 툴을 잘 다룰 수 있는지 여부다. 대륙아주와 함께 더 고민하겠지만, 기술뿐 아니라 정확성이나 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 노하우나 기술을 엮어서 로펌과 함께 어떻게 서비스화할지 B2C로 접근하는 방법 등이 관건일 것 같다.   임정근 BHSN 대표(왼쪽)와 김형준 CAIO가 지닌달 9일 서울 강남구 BHSN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BHSN 리걸AI의 경쟁력은.   임: 우린 시작부터 계약서와 AI 기술을 통해 기업 법무의 문제를 풀고자 했다. 데이터도 그렇다. 판례 데이터가 많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게 뭐냐. 어떤 데이터를 어떤 비율로, 얼마에 제공할지 이런 고민을 우리 서비스에 녹였다. 현재 B2G 외에도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챗GPT가 현지 언어를 더 잘할 수 있지만, 현지 비즈니스 법률 문서를 잘 다루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현재 APAC(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들이 하는 얘기가 미국산 리걸AI, 계약관리 시스템을 쓰려니 비용이 너무 비싸다더라. 그 시장을 노리고 있다.     김: 계약서는 다국어로 확장이 가능한데, 그걸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빠르게 해나가고 있다. 계약서 자체가 여러 가지 언어나 형식으로 확장이 가능하도록 기술 요소를 디자인하고 있다. 뉴스, 블로그 등을 학습한 범용 언어 모델과 달리 우리는 법령, 판례 이외 계약서, 법률 자문과 송무 등 전문적인 법률 서류에 집중한다. 내부에 전문 변호사들이 별도로 있고 이들이 만든 문서를 활용해 데이터 학습을 위한 전처리를 한다. 데이터를 직접 가공해 자체적으로 만드는 게 경쟁력이다. 법률 분야만 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르고 저렴하다.   외국어 계약서 기반 데이터 확보는 어떻게 하나   임: 글로벌 M&A를 하면서 얻은 표준계약서와 관련 리서치 문서들이 있다. 회사에 해외 업무를 하는 변호사와 함께 일하는 해외 로펌과 유관 협회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정책 당국의 규제 관련 데이터 수집 노하우도 쌓였다. 각국 언어로 공개된 데이터와 법률 문서도 적극 활용한다.     법률시장과 리걸 AI의 전망은.   임: 계약서의 법리도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미국은 이 시장이 크다. 계약관리업체로 웨스트로, 도큐사인 등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계약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콘기업 아이서티스의 고객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등 빅테크 기업이다. 리걸AI 수요는 더 커질 텐데 아시아 법률 문서와 AI 분야에서 리더가 되는 게 목표다.       김: AI가 변호사나 판사를 대체한다는 건 그저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법률 분야에서 AI 기술을 통해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교과서만 잘 안다고 법무팀이나 변호사가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기술 지식과 비즈니스 과제를 어떻게 연결해 푸는지가 중요하다. BHSN AI의 확장 가능성은 송무와 계약관리솔루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걸 매끄럽게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리걸테크가 더 궁금하다면 챗GPT, 넌 윤석열도 모르지? 법률AI는 최신 판례까지 안다 우영우 돕는 준호씨 사라진다…AI, 우군이야 적군이야 김앤장 박차고 만든 엘박스…‘판결문 맛집’ 소문난 비결

    2024.05.15 15:16

  • [단독]'라인 아버지' 신중호 입열다…"보안 내 책임, 라인 안 나간다"

    [단독]'라인 아버지' 신중호 입열다…"보안 내 책임, 라인 안 나간다"

    “보안 관련 이슈가 나온 것은 CPO(최고제품책임자)인 내 책임도 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CPO가 입을 열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다. 신 CPO를 비롯한 라인 경영진은 회사의 현재 상황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무슨 일이야   라인야후 한국 법인 격인 라인플러스는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전 직원 대상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신중호 CPO,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 황인준 라인파이낸셜 대표, 인사관리(HR) 임원 등 7~8명이 참석했다. 직원들은 1500여명이 들어왔다. 간담회는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  무슨 얘기 나왔나   한일 양국 임원 모두 한국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태는 막겠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이은정 대표는 “한국 직원들이 걱정하는 차별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한국 직원들이 그룹사(라인야후)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면 갖고 있는 권한을 다해서 나설 것이며, 이건 여기 있는 모든 임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우리는 네이버가 아니라 라인 직원”이라며 “네이버랑 특수관계이긴 하지만, (이용 서비스에) 제값을 지불하고 있다. 특수관계로 인해 서비스를 더 많이 쓰는 것일뿐, 별도의 회사”라며 라인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데자와 CEO는 “(일본 정부) 총무성이랑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한테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건 알고 있는데, 보안 문제는 우리가 문제된 거 맞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도 “일본 정부에서 라인을 중요한 서비스로 보는 거니까 좋은 쪽으로 이해 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출시하기로 한 새로운 서비스들은 신중호 CPO가 잘 준비하고 있고, 글로벌 사업 개발과 새로운 서비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라인야후의 향후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경진 기자 간담회 중간 온라인으로 접속한 신 CPO는 “나는 계속 라인에 남아있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신 CPO는 지난 8일 라인야후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신 CPO가 들어오자 채팅방에는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올라왔다고 한다. “왜 이사진에서 내려왔냐”는 질문에 그는 “과거부터 이사진 비율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었고, 총무성 행정지도가 나오면서 내려올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일본 정부랑 얘기해야하고 풀어가는 게 중요한데 나보다 다른 사람이 나서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미안하고, 보안 이슈가 나온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외부 상황에 흔들릴 수 있는데 임원들이 앞장서서 최대한 투명하게 소통했다”며 “글로벌 진출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중호 라인야후 CPO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다. [중앙포토]  ━  한국 직원 고용은 어떻게   간담회에서는 고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라인 계열사 직원들도 포함된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50%의 지분 중 일부라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된다면 2500여명의 대한민국 노동자인 라인 구성원들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라인 경영진은 간담회를 통해 일단 라인의 생존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은정 대표는 “중단기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으나 장기는 답하기 어렵다”며 “장기 고용은 생존이 돼야 보장된다”고 했다.    ━  앞으로는   네이버는 오는 7월 1일까지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 내용을 넣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각 여부를 포함해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라인플러스 측은 “임직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임직원들이 고민하는 내용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 더중앙플러스: 네이버의 글로벌 「 “네이버는 라인(LINE)으로 글로벌 진출 모델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발버둥치면서 괴로워하는 걸 봐서 나도 괴로웠다. 정말 성공하고 싶었다”(2016년 7월 15일, 라인 상장 기자회견 중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정말로 성공하고 싶었다던 라인. 한·일전으로 확전한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을 어떻게 뒤흔들까요. 팩플이 ‘“라인 망할까 펑펑 울었다” 이랬던 네이버 치명적 실수’를 통해 내수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로 나아가고자 하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을 짚었습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 ‘팩플 오리지널’(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8969)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인의 글로벌을 이끈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의 ‘팩플 인터뷰’(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7258)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 여성국‧권유진‧김남영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4.05.15 14:15

  • "아직도 안쓰나요"…10개 중 7개 기업, 이것 못 하면 안뽑는다 [팩플]

    "아직도 안쓰나요"…10개 중 7개 기업, 이것 못 하면 안뽑는다 [팩플]

    “한국 회사 리더들 70%는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채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오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모던워크비즈니스 총괄팀장은 14일 MS의 ‘업무동향지표 2024’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일자리와 업무 환경에서 “AI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다.   오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모던워크비즈니스 총괄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업무동향지표 2024: AI가 여는 미래 일자리의 변화와 혁신’ 기자간담회에서 보고서 주요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  무슨 일이야   한국 MS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총 31개국, 3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MS 365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 링크드인 채용 트렌드 등을 분석해 만든 업무동향지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참여 근로자 4명 중 3명(75%), 한국의 경우 31개국 평균보다 낮은 73%가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중 46%는 지난 6개월 이내에 AI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18~28세 AI 활용률이 85%로 가장 높긴 했지만, 58세 이상 근로자들 역시 73%가 AI로 업무를 처리한다.   다만 아직은 개인적 차원의 활용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 대상자 중 78%가 회사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AI 도구를 사용해 일한다고 답했다. 한국은 85%로 더 높았다. 또 리더급 근로자 중 79%는 AI 도입이 회사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했지만, 60%는 “조직 내 비전과 명확한 계획이 부족해 우려된다”고 답했다. 중요성은 다 알고 직원들은 적극 활용하지만, 조직 차원의 ‘전략적 활용’ 사례는 아직 적다는 것. 오 총괄팀장은 “직원들이 회사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회사의 안전장치 마련이나 검증 부분에 있어 (개인과 회사의) 인식 차이가 느껴진다. AI 관련 조직의 비전이나 명확한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  이게 왜 중요해   취업·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AI기술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익혀야할 필수 능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일할 때 AI를 많이 쓰면, 사람 뽑을 때도 AI 활용 능력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뜻. 실제 조사에 참여한 리더 중 66%는 향후 AI 기술이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국의 경우 70%에 달한다. 기업과 직무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답변만 놓고 보면 10개 중 7개 기업은 AI를 쓸 줄 모르는 구직자를 뽑을 생각이 없다는 것. 또 리더 중 71%(한국은 77%)는 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보다 AI 역량을 갖춘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적극적으로 AI 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링크드인 프로필에 AI 관련 기술을 추가한 회원 수는 전년 대비 142배 늘었고, AI 관련 키워드가 언급된 공고의 지원자 수는 평균 17% 증가했다.   한편 이미 취업을 한 직원들은 AI 활용 능력을 뽐내기보단, 오히려 숨기기도 한다. 직장에서 AI를 쓰는 사람 중 52%가 중요 업무에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회사나 상사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3%는 중요 업무에 AI를 사용하면, 자신이 ‘AI로 대체 가능해 보일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차피 AI로 하는 업무인데, 사람이 꼭 필요한가?”와 같은 생각을 회사 고위층이 가지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 그래픽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  앞으로는   MS는 2024년이 ‘AI로 일하는 회사’가 현실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전문 지식을 누구나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일자리 전반을 민주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무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막대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스위스국제학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AI가 ‘쓰나미’처럼 세계 노동시장을 강타하고 있다”며 “향후 2년 내 선진국 일자리의 60%, 전 세계 일자리의 40%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퇴근 전 떨어진 PPT…"만들어줘" 한마디면 AI가 척척 이젠 AI도 '가성비 전쟁'…언어모델 작게, 데이터센터 더 키운다 [팩플] ‘똥손’도 1분 만에 디자이너…작품 만드는 챗GPT 활용법 [팩플] MS “소형 AI ‘파이-3’, 비용 10분의 1로 줄여”…'가성비 AI' 격전 챗GPT에 "애인해라"…이 말 하면 벌어지는 일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2024.05.15 06:00

  • AI 그녀 "얼굴 빨개지네요"…영화 'her' 진짜 현실이 됐다 [팩플]

    AI 그녀 "얼굴 빨개지네요"…영화 'her' 진짜 현실이 됐다 [팩플]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경쟁사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를 하루 앞두고 보고 듣고 말하는 새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실시간 음성 대화가 가능한 AI다.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부터)와 엔지지어들이 13일(현지시간) ‘GPT-4o’(GPT-포오)를 공개하고 새로운 AI모델로 종이에 쓴 방정식을 푸는 시연을 하고 있다. 오픈AI 홈페이지 캡처  ━  무슨 일이야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3일(현지시간) 온라인 라이브 행사에서 새 AI 모델 ‘GPT-4o’(포오)를 공개하고, 이를 개발한 엔지니어들과 기능 시연에 나섰다. GPT-4o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다. 주로 텍스트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던 기존 모델과 달리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는 것. 새 모델명의 ‘o’는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에서 따왔다.    ━  무엇을 할 수 있어   시연에서 드러난 GPT-4o의 성능은 2013년 개봉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AI) 음성 비서 사만다를 연상케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이 영화에서 AI개발에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마치 영화에 나오는 AI처럼 느껴지는데, 이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조금은 놀랍다”며 “컴퓨터와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렇다”고 밝혔다.   ①어색한 지연 없이 대답: 시연자가 스마트폰으로 GPT-4o가 적용된 챗봇에 “지금 시연을 하고 있어 긴장했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묻자 “심호흡을 하고 자신이 전문가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답했다. 답변하는 과정엔 어색한 지연이 없었다. 오픈AI가 밝힌 GPT-4o의 응답 시간은 평균 320밀리초(ms·1000분의 1초). 기존 GPT-3.5(2.8초)와 GPT-4(5.4초) 보다 압도적으로 빨라졌고, 인간의 응답 시간과 유사한 속도다. 감정 표현도 풍부했다. 감정을 극대화해 이야기해달라거나 로봇 목소리로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에 즉각 목소리를 바꿨다. “너는 매우 유용하고 놀랍다”고 하자 “오, 그만해! 얼굴이 빨개지네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기존 음성 인식 AI가 말하는 것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과 달리 답변 도중에 새로운 질문으로 끼어들어도 즉각 대응했다. 새 모델은 영어, 한국어 등 50개 언어에 대한 실시간 통역 기능도 갖췄다. 영화 ‘그녀(Her)’에서 인공지능(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시어도어. 그는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믿지만 진실은 자신에 최적화 된 AI로부터 정서적 만족감을 느꼈을 뿐이다. 중앙포토   ② 종이에 쓴 방정식도 풀어: 시연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종이를 비춘 뒤 ‘3X+1=4’라는 방정식을 쓰자 GPT-4o는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뒤 X값을 구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알려줬다. 종이에 ‘나는 GPT를 사랑한다’는 문장을 쓰자 이를 보고 “너무나 감동적이야. 고마워”라 답했다. 또 컴퓨터에 코딩 화면을 띄운 뒤 코딩이 어떤 내용인지 묻자 즉각 해석해 답변을 내놓았고, 코딩을 개선할 대안도 제시했다.   김주원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오픈AI의 이날 발표는 구글 I/O 행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AI 분야 최대 경쟁자인 구글이 가져갈 스포트라이트를 선점한 것이다. 특히 오픈AI는 이날 GPT-4o를 챗GPT에 즉시 적용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가 AI 모델의 발전된 기능을 공개하며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구글 등 빅테크 그룹과 경쟁을 심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업데이트된 챗GPT는 시연에서 선보인 것 외에도 텍스트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능력과 비영어권 언어 능력 등이 향상됐다. 다만 핵심 기능인 음성 대화 기능은 몇 주 뒤 도입될 예정이다. 오픈AI는 챗GPT 기반 검색 상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GPT-4o 사용자가 크게 늘 경우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검색 시장의 판을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앞으로는     오픈AI의 새 AI가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Siri)’에 탑재될지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일 “애플이 다음 달 열리는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챗GPT를 탑재한 시리의 차세대 버전을 공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애플이 챗GPT와 독점 계약을 맺지 않고, 구글의 ‘제미나이’를 함께 탑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픈AI는 올 하반기 동영상 생성 AI ’소라’를 정식 출시하고 성능이 더욱 개선된 ‘GPT-5’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2024.05.14 15:47

  • “라인 망할까 펑펑 울었다” 이랬던 네이버 치명적 실수

    “라인 망할까 펑펑 울었다” 이랬던 네이버 치명적 실수 유료 전용

    Today’s Topic “미⋅중 맞설 ‘제3극(極)’ 되겠다”네이버 이해진의 글로벌, 멀어지나   “네이버는 라인(LINE)으로 글로벌 진출 모델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발버둥치면서 괴로워하는 걸 봐서 나도 괴로웠다. 정말 성공하고 싶었다”(2016년 7월 15일, 라인 상장 기자회견)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을 때 여기서 죽나 싶을 정도로 라인 사무실이 있던 빌딩이 휘청였다. 10년간 고생했는데 (잘 안됐고) 사업을 더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압박감에, 회사 사무실에서 펑펑 울었다.”(2019년 한국사회학회·경영학회 공동심포지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그래픽 이미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하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라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가 됐다. 역경과 고난, 극복 서사까지 완벽히 갖춘 라인은 네이버 글로벌 사업의 아이콘이자, 이해진 GIO와 직원들의 피·땀·눈물이 녹아 있는 서비스. 그런 라인이 이젠 네이버의 품을 떠날 수도 있게 됐다. 네이버는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고 있다”며 매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 한·일전으로 확전한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을 어떻게 뒤흔들까. 일본·동남아시아 기반이 없어도 네이버는 북미·중동·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까. ‘빅테크 제국주의’에 저항한 ‘내수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한 축이 되고자 하는 ‘팀네이버’의 미래는 안녕한 걸까.     ■ 💬목차  「 1. 라인의 국적, 네이버의 국적 2. ‘라쏘공’ 네이버 일본 사업은     3. 1억명 동남아 시장 영향은   4. ‘NO라인’ 북미·중동·유럽 가능? 5. 제국주의 저항,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오혜정 디자이너  ━  1. 라인의 국적, 네이버의 국적   “네이버가 라인 주식의 약 83%(당시 기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인은 한국 회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 같다. 그런데 네이버 주식의 약 60%는 외국인 투자자 소유다. 그 논리라면 네이버도, 라인도 한국 회사가 아니다.”(2016년 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  이해진 GIO는 수차례 ‘라인의 국적을 묻는 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국적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다르게, 일본에선 집요하게 “라인, 너는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다. 일본의 바람대로, 라인은 이제 정말 국적을 갖게 되는 걸까.     라인·네이버의 ‘스불재’: 일본 정부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건 네이버와 라인이다. 두 회사가 업무를 위탁했던 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51만9000건에 달하는 라인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됐기 때문. 라인야후 사정을 잘 아는 IT업계 관계자는 “라인은 독립 법인인데 현지 국가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인프라가 없을 정도로 네이버가 안일하게 운영했다”며 “그간 라인 해킹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던 거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차례 경고음이 울렸지만, 라인과 네이버가 이를 놓친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지적.   9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앞으로 직장인이 지나가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소프트뱅크의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결산설명회에서 "라인야후 측이 네이버와 업무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전날 발표했다"며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태생부터 긴장 관계: 2021년 라인야후의 경영 통합을 선언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50대 50으로 A홀딩스(라인야후 모회사) 지분을 나눠 가졌다. 소프트뱅크의 결제 서비스 ‘페이페이’와 라인의 ‘라인페이’가 출혈경쟁을 하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경영 통합은 급물살을 탔다. 구글과 텐센트(위챗) 등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한다는 공동 목표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한 몸이 된 이후엔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라인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네이버가 기술을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 왔다”고 말했던 이유다.   ‘made by Korean’ 지우기: 합병 이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A홀딩스 회장에 올랐지만, 이사회 의장은 공동대표인 미야우치 겐 소프트뱅크 사장이 맡았다. 이사회 역시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다수를 차지. 라인야후 이사회 중에선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당시에도 “지분이 50대 50이면 주도권은 누가 쥐냐”는 질문이 많았다. 이때 네이버가 믿었던 구석도 신 CPO. 라인과 관련된 최종 결정은 그가 하기 때문에, 네이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믿은 것. 하지만 라인야후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신 CPO를 사내이사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A홀딩스 출범 당시 ‘경영은 소뱅, 기술은 네이버’라 협의했지만 사실상 기술만 넘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 CPO를 믿고 있던 라인야후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직원들도 동요하는 중.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신중호 CPO가 이사회에 있는 게 한국 직원들에게 힘이 됐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최근 간담회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소통도 실패: 일이 커진 데는 라인야후의 안일한 대응도 한몫. 9일 아사히신문은 “지난 3월 첫 행정지도 조치가 내려진 뒤 라인야후는 총무성에 ‘네이버와의 네트워크 분리가 2년 이상 걸린다’는 전망과 구체적이지 않은 안전 관리 대책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총무성 관계자들의 화를 돋웠고, 한 간부는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닌가”란 반응을 보였다고.   2016년 7월 14일 뉴욕증권거래에서 라인의 기업공개(IPO)가 시작되자 신중호 라인 대표 등 라인 관계자들이 타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  2. ‘라쏘공’ 네이버 일본 사업은   라인야후를 제외해도 일본은 현재 네이버 글로벌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 2020년 3분기부터 라인 매출은 네이버 연결매출에서 빠졌지만, 라인은 네이버의 IT 인프라와 콘텐트 사업 등 일본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라인야후 향(向) 매출은 722억원이다. ‘라인이 쏘아올린 공’의 파급효과 뜯어보니.   숫자를 보니: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매출 9조6706억원 중 7%(6799억원)를 일본에서 벌었다. 네이버의 해외 매출(1조3526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5310억원), 기타(1415억원) 지역이 뒤를 이었다. 일본 매출은 2021년 1667억원, 2022년 4368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네이버웹툰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의 기여가 크다. 지난 1월 일본출판과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 만화시장은 축소 중이지만 웹툰 등 디지털 만화는 4830억 엔(약 4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라인망가가 발굴한 일본 웹툰 ‘신혈의 구세주’는 지난 1월 일본 현지 웹툰 최초 월 거래액 1억 엔(약 8억8000만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일본은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검색, 플랫폼, 모바일, AI 등 특허 총2732건(지난해 말 기준) 중 23%(629건)의 특허를 등록한 곳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교두보인 셈이다.     사업을 보니: 콘텐트 영역에서 네이버와 라인은 깊이 얽혀 있다. 라인망가는 브랜드명에 라인이 들어갔지만 네이버웹툰의 사업이다. 2022년 네이버웹툰은 일본 계열사이자 라인망가 운영사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통해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 인수를 완료하고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인수로 카카오픽코마에 빼앗겼던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 1위를 탈환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은 네이버가 71.2%, 라인야후가 28.7%를 갖고 있다. 이렇듯 네이버 해외 사업 관련 계열사 일부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에 묶여 있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근영 디자이너   ■ 일본에선 지금 「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 중단되는 협업: 라인야후 지분 구조가 안 바뀌더라도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물론 라인야후가 자본 재조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일본 비즈니스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와의 협업도 흔들리는 중. 최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라인과 페이페이(소프트뱅크 간편결제 서비스) 계정 연동 서비스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라인과 소프트뱅크는 라인페이와 페이페이를 연동해 시너지를 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페이페이에 있는 개인정보를 라인과 공유하는 것을 일본 정부가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협업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이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 일본에선 안 통한 네이버 표 커머스: 네이버 커머스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라인야후에 전수하겠다며 2021년 10월, 일본판 스마트스토어 ‘마이스마트스토어’ 베타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7월 31일 종료한다. 새 서비스 사용에 엄격하고, 온라인 쇼핑을 한국만큼 많이 하지 않는 일본 시장에서 네이버의 노하우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것.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환경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실패 이유로 보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당초 계획한 라인야후와 서비스 연동도 제대로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내부 목소리는: 라인야후 사정을 잘 아는 IT업계 관계자는 “일부 일본인 직원은 야후 같은 관료적인 IT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라인에 왔는데 합병해 걱정스럽다고 과거 타운홀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적도 있다”면서 “라인야후 합병 이후 라인이 하던 일들이 점점 야후로 넘어갔고, 네이버가 이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인은 기술도 야후에 비해 뛰어났고, 라인야후의 기술을 주도하는 이들 대부분이 네이버와 라인 출신이었다. 아마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도 이들의 동요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및 라인 계열사 직원들로 구성된 네이버 노조는 13일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며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며,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지분 협상은 어떻게 되나: 네이버가 지분을 일부 또는 전부 매각할 경우 지분을 단순 계산하면 네이버가 가진 몫은 약 8조3000억원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경영권을 넘기는 만큼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 네이버가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소프트뱅크 관계자를 인용해 “금액에서 차이가 커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     ━  3. 1억명 동남아 시장 영향은       라인의 일본 이외 지역(한국, 대만, 태국 등) 서비스를 담당하며 ‘비욘드 재팬’을 이끄는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의 손자회사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이용자 수는 약 9000만 명에 달한다. 라인야후 지분 협상 결과에 따라 네이버의 동남아 비즈니스 전략은 크게 요동칠 전망.   정근영 디자이너 동남아 ‘네이버+카카오’=라인: 라인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태국 5400만 명, 대만 2200만 명, 인도네시아 700만 명에 이른다. 인구 대비 MAU 점유율은 대만은 90%, 태국은 80%를 넘는다. 일본 시장 이용자가 9600만 명이지만 동남아도 그에 필적하는 시장이다.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대만, 태국에선 라인투데이(뉴스·콘텐트)를, 대만에서는 라인페이와 라인택시(택시 호출)를, 태국에서는 라인맨웡나이(배달앱), 인도네시아에서는 라인뱅크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선물하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비즈니스를 국내에서 하는 것과 유사하다.   라인야후 사태, 동남아도 흔들: 대만, 태국에서도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와의 시스템·네트워크 분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진 일본처럼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라인야후 사태로 인해 대만, 동남아 등의 라인 사업도 각국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만과 태국은 일본과 경제적으로도 가까운 사이. 현지에 많은 일본 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들 대부분 본토처럼 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도 이 시너지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 회사?: 라인야후 자회사인 Z중간글로벌(Z Intermediate Global)은 라인플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IPX의 지분 52.2%와 라인게임즈 지분 35.7%,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지분의 18.8%를 갖고 있다.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의 손자회사지만, 대표와 직원 상당 수도 한국인이다. 복잡한 지분 관계, 2500명에 달하는 한국 직원 등을 고려하면 라인야후 지분 변동으로 지배권을 소프트뱅크가 가져갈 경우, 각국 라인플러스 사업에 총체적인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신중호 라인 공동 대표(왼쪽)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 [사진 라인, 네이버]    ━  4. ‘NO라인’ 북미·중동·유럽 가능?   일본·아시아 시장에선 라인이 힘깨나 쓰지만, 북미나 유럽, 중동에서 네이버는 ‘도전자’다. 아시아 전략이 흔들리는 지금, 북미·중동·유럽은 괜찮은 걸까.   갈 길 먼 중동: 초기 네이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일본이었다면, 현재 네이버의 요충지는 중동이다. ‘네옴시티’라는 큰 판이 벌어진 현재,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을 수주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하이퍼클로바X 등 AI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 디지털과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나 생각보다 빠르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데다, 네옴시티 건설계획이 자금 부족과 기술적 문제로 난관에 봉착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사우디가 몇 달 전 ‘더 라인 프로젝트’의 1차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걸음마 뗀 유럽: 유럽은 데이터와 플랫폼의 탈세계화 현상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 네이버는 미·중 기업이 아닌 제3의 선택지를 원하는 유럽에서 ‘소버린 AI’로 대안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 소프트뱅크와 경영 통합을 하며 밝힌 목표와도 유사하다. 당시 양사는 “미국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맞설 ‘제3극(極)’의 테크 기업”을 목표로 내세웠다. 실제 지난해엔 유럽 AI 전략을 짜는 민관 씽크탱크 ‘유럽 AI 연합’에 가입하기도.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한 이후 가입을 승인받았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겠단 계획.   소버린 AI, 네이버가 가능할까: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한 노하우로 각국 언어에 맞춘 AI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네이버의 전략이다. 유럽, 중동을 공략하며 같은 키워드인 ‘소버린 AI’를 말하는 것도, 이들 국가에선 미·중 기업이 아닌 회사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다. 그러나 네이버 독자적으로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중동에서 하겠다는 것도 LLM과 데이터센터를 짓고 그들의 소버린 AI와 클라우드를 네이버가 구축하겠다는 건데 중동에서도 데이터 주권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  5. 제국주의 저항,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좁은 내수시장, 글로벌 공략은 한국 기업의 숙명과도 같다. 라인야후 사태라는 암초를 만난 팀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과제와 전망은.   커머스, 북미⋅유럽선 선방: 일본 커머스 실험은 실패했지만, C2C(개인 간 거래)는 상승세다. 네이버는 국내 크림, 일본 빈티지시티, 북미 포쉬마크 등을 연결해 글로벌 시장에서 C2C 전선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북미 1위인 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이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쇼핑 등 기술력을 전수하고 있다. 포시마크는 인수 1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 1분기 포시마크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고, 북미 사업 집중을 통한 비용 효율화, 라이브스트리밍방송을 통한 이용자 유입 증가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초엔 스페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최대주주가 됐다. 2021년 1억1500만 유로(약 1700억원)를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고 추가 투자를 통해 총 30.5%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포시마크의 흑자 지속 여부, 북미 시장 이외에서의 C2C 성과 등이 향후 관심사다.       인텔·삼성 AI 반도체 연합군: 네이버는 인텔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연합군을 꾸렸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인텔 비전2024’에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은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함께 양사가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인텔의 AI 반도체 ‘가우디’가 AI 학습에, 삼성전자의 ‘마하’가 저전력데이터 처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쿠다’처럼 네이버가 AI 소프트웨어를, 인텔은 이 소프트웨어 운영에 최적화한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저항했다 살아남은 회사’ 될까: 이해진 GIO는 2019년 “네이버 20주년을 맞아 기업사에서 어떤 키워드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미국과 중국 회사들은 1000조 이상 거인이 많다. 제국주의란 표현을 쓰는데 그런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 거인들이 전 세계 99%를 잠식했을 때 버티고 저항한 회사. ‘저항했다 쓰러졌다’가 아니라 ‘저항했다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 국내 IT기업 중 글로벌 진출 선두주자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이 그 기로에 서 있다.      ■ 팩플이 추천하는 자료 「 [팩플] 네이버 이해진의 꿈, 소뱅 손정의의 꿈 👉자세히 보기 2021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A홀딩스가 출범했을 때 전후 상황과 맥락을 해설한 팩플 오리지널입니다. 라인의 일본 진출 역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협력의 막전막후, 신중호 라인야후 CPO의 역할 등을 총망라했습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자세히 보기 2017년 일본 신문 니혼게이자이의 스기모토 다카시 기자가 집필한 책입니다. 소프트뱅크의 전·현직 간부를 수차례 인터뷰하고 주요 사건들을 심층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ARM 인수 등의 내막, 손 회장의 빅픽처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       

    2024.05.13 16:34

  • [팩플] 2500여명 직원 고용불안…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지분 매각 반대”

    [팩플] 2500여명 직원 고용불안…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지분 매각 반대”

    네이버 노동조합이 ‘라인야후 지분 매각’ 관련 협상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직원들 중심으로 확산되는 매각 반대 움직임이 향후 협상 결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13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약 51만 건이 유출된 사건에 대해 두 차례 행정지도에 나섰다. 행정지도에는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A홀딩스 주식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는 방안 등을 포함한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측은 “라인 계열 구성원들은 2021년 소프트뱅크와 50:50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네이버의 라인야후 경영 비중이 낮은 것을 우려했다”며 “그럼에도 경영진의 결정을 존중하고 라인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위해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인의 기술만큼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는 경영진의 말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경민 기자 또 노조는 “50%의 지분 중 일부라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된다면 2500여명의 대한민국 노동자인 라인 구성원들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돼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며 “매각으로 불안감을 느낀 라인 구성원들의 인재유출은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 라인파이낸셜, 라인넥스트 직원 수는 총 2500여명이다.   네이버 노조는 한국 정부의 대응도 요구했다. 이들은 “보안 사고 대책으로 지분을 늘리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요구는 상식적이지도 않고, 부당하다”며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기술을 탈취 당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부당한 요구에는 목소리를 (정부가) 내어 달라”고 밝혔다.    ━  회사측은   라인플러스는 오는 14일 전 직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4.05.13 11:44

  • "라인 팔면 10조 챙겨""일본 외 이용자만 1억"…네이버의 고민 [팩플]

    "라인 팔면 10조 챙겨""일본 외 이용자만 1억"…네이버의 고민 [팩플]

    한국과 일본 정·재계의 시선이 네이버로 향하고 있다. 라인야후 경영권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다. 이미 회사의 미래 뿐 아니라 한일 관계, 어쩌면 양국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대형 이슈로 커진 상황. 소프트뱅크와 공동경영 결단을 내렸던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50%씩 가지고 있다. '라인 지분 매각 사태'의 향방과 관련해 두 사람의 결단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양국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며 한일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포털사이트 ‘라인’ 검색량 지수는 47.1로, 사흘전(3.6)보다 13배 이상 늘었다. 최근 2년 중 검색량이 최다인 날을 100으로 설정해 일별 검색량을 수치화한 결과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라인 지분 조정을 요구한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란 내용의 기사가 공유되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  쟁점은?   네이버는 지난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이해관계와 자존심까지 얽힌 라인야후 사태, 협상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①팔까? 버틸까?: 네이버가 지분을 팔지 말지가 가장 중요하다. 최종 결론은 알수 없지만, 최근 발언을 볼 때 매각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단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지분매각을 직접적으로 언급했으며 전날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도 “소프트뱅크가 과반 이상 지분을 갖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강도현 과기부 2차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경영권은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있었고, 네이버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미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아름다운 동행’이 힘들다는 걸 전부터 느끼고 지분 매각을 검토했단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동경영을 통해 기대했던 시너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 이미 ‘사업적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단 것. 최근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에 최대 421억엔(약 3700억원)을 보조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국 플랫폼을 키우기 위한 ‘보호벽’을 갈수록 높게 쌓고 있다는 점도 ‘팔수 있을 때 파는 게 낫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라인이 일본 외 지역에도 1억명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라는 측면에서 네이버가 순순히 경영권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내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미 국익 대결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더더욱 매각 보단 버티기를 택할 수 밖에 없을 거란 목소리도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반드시 지분을 팔 것으로 보는 건 무리다. 동맹국이라 강요할 수도 없다. 네이버 입장에선 배임이 될수도 있고, 소프트뱅크 역시 큰 돈을 한번에 쓰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라인이 일본 외 지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라는 측면에서 네이버가 순순히 경영권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내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미 국익 대결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더더욱 매각 보단 버티기를 택할 수 밖에 없을 거란 목소리도 있다. 사진=라인 홈페이지 캡처 ②어디까지 팔까: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정확히 반반씩 갖고 있다. 한주만 더 가져도 경영권은 넘어간다. 일부 지분 매각으로 양사간 협업은 이어가며 일본 정부의 압박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모양새. 반대로 관계 유지가 별 의미 없다 판단하면 전부 매각해 일본 시장을 완전히 떠날 수도 있다.   ③얼마나 받을까: 적정 가치를 어떻게 계산할지도 쟁점이다. 지분을 단순 계산하면 네이버가 가진 몫은 8조3000억원 정도이지만, 시장에선 경영권을 넘기는 만큼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인공지능(AI)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네이버 입장에선 거액의 AI 투자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일본 정부 압박에 등 떠밀려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소프트뱅크가 그만한 재무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소프트뱅크 측은 앞서 “당사의 사업이나 현금흐름에 영향이 없는 전제 하에서 규모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  앞으로는   일본 총무성 보고 기한은 7월 1일. 최종 결론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방향은 이 안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이냐, 아니면 반반 지분을 유지하며 네이버의 경영상 역할만 조정하느냐, 선택지는 둘. 결국은 이해진 GIO의 판단에 달렸다는게 중론이다. 회사의 미래가 걸린데다, 반복된 실패에도 일본 시장 진출의 의지를 꺾지 않고 성공을 일궈낸 것도, 소프트뱅크와의 공동경영을 결정한 것도 그이기 때문.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인 자체가 이 GIO의 결단으로 여기까지 왔고,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회장도 직접 맡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언제 결자해지에 나설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라인야후 사태 최고 수혜자 소프트뱅크...손정의 역할 있었나 기업 압박하면서 "경영권 언급 아냐"…책임 회피하는 日정부 "정부, 라인사태 바다 건너 불구경"…野 이어 與 내부서도 비판윤정민ㆍ윤상언 기자 yunjm@joongang.co.kr

    2024.05.13 06:00

  • 우리 동네에 미니 원전이?…"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우리 동네에 미니 원전이?…"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 추천! 더중플 –AI 시대, 이곳을 봐라 「 인공지능(AI) 기술이 세상을 뒤바꾸는 요즘, 변화하는 산업 지형에 적응하기 위해 오늘도 스타트업은 분주합니다.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스타트업 혹한기’를 견디고 올해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도 있고요. 글로벌 시대에 AI 산업의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로 진출해 날개를 펼치려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AI 기술 발달로 뜻하지 않게 새롭게 주목받는 산업 분야도 고개를 들고 있죠.   ‘The JoongAng Plus(더중앙플러스)’는 지혜롭고 지적인 독자들을 위해 중앙일보의 역량을 모아 마련한 지식 구독 서비스입니다. 오늘 ‘추천! 더중플’은 AI 시대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과 산업을 모았습니다. 혁신 기술 산업과 비즈니스의 미래를 조망하고 있는 팩플 오리지널(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2)에서 AI 시대에 무럭무럭 크는 스타트업과 산업 분야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   ━  ① ‘AI 시대’, 고개를 들어 SMR을 보라    오혜정 디자이너 AI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산업을 뒷받침하느라 부족해진 전기 생산을 메울 기술로 SMR(Small Modular Reactor)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10분의 1 크기로 줄인 ‘미니 원전’이죠.   IT 산업을 선도하는 주요한 글로벌 리더들도 SMR의 잠재력에 뭉칫돈을 내놓는 중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일찌감치 2008년 SMR 기업(테라파워)을 직접 세웠고, ‘챗GPT’를 출시하며 AI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2014년 SMR 개발사(오클로)에 투자했습니다.   SMR이 유망한 이유는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 먹는 하마’로도 불리는 AI 기술의 패권을 잡는 데 SMR이 필수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SMR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부터, AI 시대에 날아오를 수 있는 잠재력까지. 기초부터 심화 내용까지 팩플 오리지널에서 분석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빌 게이츠가 꽂힌 ‘동네 원전’…“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001    ━  ② AI 시대 ‘곳간 채우기’…IPO 앞둔 강자는   오혜정 디자이너 신흥 강자가 등장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AI 기술이 등장하는 요즘. 기회가 넘실거리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곳간이 든든해야 합니다. AI 연구 개발과 사업 확장에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곳간을 채우는 주요한 방법의 하나가 기업공개(IPO)인데요.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올해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인 ‘배토당야컬두’(배달의민족·토스·당근·야놀자·컬리·두나무) 중에서도 IPO 채비에 나서는 곳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배토당야컬두는 각각 다른 성적표를 올해 받아 들었습니다. 지난해 침체된 시장 속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며 좋은 실적을 발표한 곳도 있지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곳도 있고요. 호실적을 낸 스타트업의 비법은 무엇이고, 아쉬웠던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오답 노트’는 무엇일까요? AI 시대를 맞이한 올해 IPO를 준비하는 대형 스타트업부터, 지난해 삐끗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절치부심 반등을 노리는 곳까지. 배토당야컬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담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토스? 야놀자? 컬리? 당근?…IPO 가장 앞선 강자는 누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1031    ━  ③ “해외 진출은 이제부터”…일본 공략하는 K-스타트업   오혜정 디자이너 이웃 나라 일본은 올해 ‘스타트업 육성’에 진심입니다. AI 기술 발달로 급변하는 글로벌 IT산업에 대응해,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과 AI 산업과 연구를 뒷받침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걸고 있거든요. 그리고 역대급 호황인 증시에 이끌려 전 세계 자금도 일본으로 몰리는 중입니다. 시장에 돈도 많고, 스타트업 육성책도 등장하고 있으니 너도나도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하려는 거죠.   물론, 일본 열도를 제패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당장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을 성공시킨 네이버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로부터 경영에 손 떼라는 압박에 국내외가 시끌시끌한 상황이니까요. 네이버 외에도 배민과 쿠팡 등 한국의 대표 스타트업들도 일본에서는 쓴맛을 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숱한 과거의 실패사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은 여전히 일본 진출을 위한 채비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AI가 글로벌 산업을 뒤바꾸는 상황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은 일본에서 어떤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걸까요? 일본에 진출하는 K-스타트업의 속내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주의점 등을 기사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쿠팡ㆍ배민도 망한 걸 어떻게? 日서 통한 K스타트업 공략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5876   ■ 추천! 더중플 –AI 시대, 떠오르는 스타트업과 산업 「 오늘의 더중플 추천 기사 모음입니다. 네이버 뉴스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더 알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빌 게이츠가 꽂힌 ‘동네 원전’…“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001   📌토스? 야놀자? 컬리? 당근?…IPO 가장 앞선 강자는 누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1031 📌쿠팡ㆍ배민도 망한 걸 어떻게? 日서 통한 K스타트업 공략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5876   」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4.05.12 05:00

  • [팩플] "日 차별 조치 강경 대응"…한일전으로 번진 라인야후 사태

    [팩플] "日 차별 조치 강경 대응"…한일전으로 번진 라인야후 사태

    라인야후 사태가 양국 정부가 모두 뛰어든 한일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본 정부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하는 한편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메신저앱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를 놓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 및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한 현안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라인사태 관련 현안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매각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기업에 (행정지도가)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라인야후가) 자본 지배를 상당 정도 받는 관계와 그룹 전체 보안 거버넌스의 본질적 재검토 가속화를 요구한 것”이라며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자 ‘행정지도가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강제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하지만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는 지난 8~9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정부의 자본관계 재조정 요청에 따라 네이버와 지분 문제를 협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분 재조정이 이뤄진다면 현재 라인야후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사이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  이게 왜 중요해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과기정통부·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16일 두번째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과기정통부의 첫 공식 입장은 2주 뒤인 지난달 29일에서야 나왔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브리핑은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가운데 열렸다.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주일 한국 대사관을 통해 일본 총무성과 접촉해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강도현 제2차관은 “이 건은 네이버의 입장 정리와 네이버의 이익이 극대화될 방향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중요해 지켜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네이버와는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당시부터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고 올해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후에도 지속적으로 협의했다는 것. 강 차관은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있었고,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왔던 상황이었다”며 “네이버의 경영상 이익을 보호하고자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라인야후는 전날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선 네이버 입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말을 아꼈다. 강 차관은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네이버 “지분 매각 포함 검토 중”   한편 네이버는 이날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확정된 구체적인 내용으로 설명 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2024.05.10 18:12

  • [팩플] ‘게임 공룡’ 엔씨의 다이어트…직원수 4000명 중반대로 줄이고, 부동산 판다

    [팩플] ‘게임 공룡’ 엔씨의 다이어트…직원수 4000명 중반대로 줄이고, 부동산 판다

    ‘게임 공룡’의 다이어트는 성공할까. 장기 실적 부진에 빠진 엔씨소프트가 권고사직에 사옥 매각 카드까지 꺼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R&D센터 사옥의 모습. 사진 엔씨소프트  ━  무슨 일이야   10일 엔씨소프트는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한 3979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68.5% 감소한 257억원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별로 보면 모바일 게임 매출은 2494억원으로 전년 동기(3308억원) 대비 24.6% 감소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PC·온라인 게임 매출은 9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로열티 매출은 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비용은 전분기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마케팅비는 효율화 전략을 통해 전분기 대비 83% 감소한 69억원을 기록했다. 김영옥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엔씨는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와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흥행 실패 등으로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급감했다.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분기 실적보다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비전을 말씀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질의응답 받기 전 박병무 대표가 나서 현재 회사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조정 시작: 인력 구조조정부터 단행한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023명. 박 대표는 “이달 중에 권고사직을 단행을 할 것이고, 여러 기능을 분사를 통하여 본사 인원을 올해 말까지 4000명대 중반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서 미션 크리티컬한 기능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력을 동결시킬 것이고,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박 대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 본사 일부 조직을 분사시킬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분사다.   부동산 팔고: 부동산 매각도 진행한다. 박 공동대표는 “올해 내 삼성동 타워를 매각해 신사옥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추가 검토에 따라 현재 쓰고 있는 판교 R&D 센터도 재산 유동화를 거쳐 부동산 자산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  앞으로는   엔씨소프트는 개발 절차 개선‧인수합병(M&A)으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개발 기간이 너무 길어 이용자의 트렌드 못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도입한 별도의 리뷰 시스템을 이용해 향후 1년 6개월 내에 새로운 장르를 포함한 10종의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1000억원 가량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다. 박 대표는 “자사주 비율은 약 10% 정도가 될 것이고 향후 M&A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자사주 비율은 10%를 유지할 예정이고 앞으로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해 10%가 초과하는 부분은 소각할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자사주 매입 소식에 힘입어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0.57% 오른 20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서비스 확장도 계속된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플랫폼 ‘퍼플’을 통해 해외 트리플A(블록버스터급) 게임 2~3개 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동남아 유수 기업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동남아 진출도 꾀하고 있다”고 했다. 쓰론 앤 리버티(TL) 글로벌 서비스, 블레이드 & 소울 2의 중국, 리니지2M 동남아 출시도 준비 중이다. 콘솔 시장 공략도 본격화 한다. 박 대표는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 기업과 협업해 기존 IP를 콘솔로 개발하거나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관련기사 스톡옵션 대박? 판교의 절규…5대장 ‘평균 연봉 1억’ 깨졌다 “‘18세 청불’ 벗어볼게요” 주가 폭락한 엔씨의 전략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4.05.10 14:28

  • [팩플] 카카오 1분기 영업이익 1203억 …"AI는 서비스화에 주력"

    [팩플] 카카오 1분기 영업이익 1203억 …"AI는 서비스화에 주력"

    카카오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개선된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경쟁사에 비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 인공지능(AI)분야에선 효율적인 AI 서비스 위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   정신아 카카오 대표. 뉴스1  ━  무슨 일이야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매출(연결 기준) 1조9884억원으로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1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카카오는 이날 “어려운 외부 환경에서도 견조하게 성장을 이어간 점은 긍정적”이라며 “주요 그룹사 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흑자가 유지되고 있고, 카카오페이는 증권과 보험 매출이 본격화돼 이익 기여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실적 뜯어보니   정근영 디자이너 구체적으로는 카카오 그룹 양대 축인 플랫폼과 콘텐트가 고루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카카오톡·모빌리티·페이 등 플랫폼 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13%, 게임·엔터·웹툰이 속한 콘텐트 부문은 33% 증가해 각각 9548억원, 1조3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카카오톡 ‘톡채널 메시지’에 기반한 광고 수익과 ‘선물하기’를 통한 커머스 성장이 두드려졌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두 서비스를 가리켜 “카카오톡 본질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카카오만이 가능한 관계와 맥락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만의 운동장에서 수익성이 강화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 테무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의 범용성을 활용해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콘텐트 분야에선 엔터테인먼트, 픽코마(웹툰) 중심으로 글로벌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아이유의 월드투어 등 글로벌 활동이 본격화됐고, 픽코마도 세계 최대 웹툰시장인 일본에서 1위를 유지했다.    ━  카카오의 미래는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올해를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그간의 확장 중심 경영전략과는 결을 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그룹 거버넌스 개편(계열사 수 줄이기)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카카오 본사. 중앙포토 네이버 등 경쟁사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 AI 역량에 대해선 “외부 기대에 비해 저희가 늦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파운데이션 모델(LLM) 자체보다 이를 활용해 수익화할 수 있는지가 시장의 관심”이라며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위해 외부 모델의 적용을 유연하게 검토하면서 AI 서비스 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속도를 더하는 상황에서 직접 경쟁보다는 카카오의 강점인 플랫폼, 콘텐트에 AI를 얹어 수익화하는 방안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카카오 내부에선 현재 AI 서비스 대부분이 채팅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카카오톡 ‘안 읽은 대화 요약하기’처럼 AI 기반 콘텐트 추천, 상담  서비스 등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  더 알면 좋은 것   카카오 그룹의 올해 목표는 AI와 기존 서비스 융합, 계열사 수 줄이기로 요약된다. 현재 카카오 계열사는 총 128개로 지난해 5월에 비해 19개 감소했다. SM을 인수하며 산하 계열사 25개가 편입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 감소폭은 더 크다.   오픈채팅방 외에 AI가 접목된 형태의 채팅방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정 대표는 선물하기 서비스 성장세를 소개하면서 “가족과 지인을 넘어 관심사를 공유하는 비(非)지인과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까지 친구 관계가 확장됐다. 선물하기 등 커머스의 성장 기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관계를 이어와서 온라인 대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톡에서 새 관계를 만들게 유도해 잠재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영업이익률 하락은 우려되는 요인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분기별로 3.9%, 5.9%, 6.2%, 8.0% 등 개선되는 추이였지만, 올해 1분기 다시 6.0%로 내려왔다. 카카오 측은 "AI 투자 비중이 높은 헬스케어, 엔터프라이즈 등의 적자 영향이 있었다. 구조 개선 노력 중"이라며 "카카오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21.5%"라고 밝혔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2024.05.09 17:35

  • 엔터-게임 융합 실험 탈났다, ‘민희진 사태’ 하이브 딜레마

    엔터-게임 융합 실험 탈났다, ‘민희진 사태’ 하이브 딜레마 유료 전용

    Today’s Personal Topic,게임 산업의 ‘엔터 인베이전’하이브의 두 마리 토끼 잡기   20%. 하이브 경영권 분쟁에서 공개된 민희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의 지분 비율이다. 창업자도 아닌 민 대표는 어떻게 20%나 되는 지분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일반 제조 대기업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 배경엔 IT·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엔터) 기업 사이, 어딘가에 있는 하이브의 독특한 성격이 자리 잡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하이브에 IT·게임 기업 DNA를 심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천재 개발자’에게 파격적 보상을 해 온 IT·게임 업계처럼, ‘스타 제작자’ 민 대표에게 파격 대우를 해 준 것이다.   게임 산업과 엔터 산업은 ‘흥행 산업’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10개가 망해도 1개가 ‘빅히트’를 치면 된다는 점, 그 흥행을 위해 많은 리스크를 진다는 점이 그렇다. 두 산업의 장점만을 취하기 위해 ‘빌드업’을 해 온 하이브의 정체는 기묘한 혼종인가, 새로운 혁신인가. 그리고 이번 갈등의 폭발과는 무슨 상관? 전 국민이 하이브란 기업을 궁금해 하는 중. 게임 산업의 엔터 침투는 그래서 성공적인 걸까?   ■ 💬목차 「 1. 📝현재 상황 3줄 요약 2. 🔑사태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① IT·게임인의 하이브 점령 3. 🔑사태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② 멀티 레이블? 멀티 스튜디오? 4. 🔑사태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③ 비욘드 BTS, 게임일까 5. 🎙️하이브, 어디로 가니 」  오혜정 디자이너  ━  1. 📝현재 상황 3줄 요약     민희진의 난?: 발단은 지난달 22일 시작된 하이브의 내부감사.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있다는 게 하이브 측 주장이다. 그러나 사흘 후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하이브 경영진들이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모략한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했다. 이후 서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톡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뚝 떨어진 주가와 실적: 지난달 12일 오전만 해도 23만원대였던 하이브 주가는 감사 발표 이후 20만원대로 급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분기 실적도 부진하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4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2.6%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연예기획사 아닌 IT 플랫폼: 하이브는 2021년 음악 중심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IT 플랫폼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BTS)이라는 단일 IP(지식재산권)에 기대는 사업구조를 바꾼다는 것. 이에 음악뿐 아니라 팬덤 플랫폼(위버스), 게임, 인공지능(AI)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중.    ━  2. 🔑사태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① IT·게임인의 하이브 점령   하이브는 유독 게임사 출신 임원이 많은 엔터사로 유명하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 임원 11명 중 4명(36%)이 게임인. 이들은 어디에서 왔나.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연합뉴스   하이브 정복 IT·게임인들: 박지원 대표, 이인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넥슨코리아 출신.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크래프톤, 정진수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엔씨소프트에서 왔다. 쟁쟁한 게임사 임원 출신들은 다 하이브에 모인 셈. 게임사 출신은 아니지만 NHN을 거쳐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를 경영했던 김태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있다. 방시혁 의장도 게임산업과 인연이 있다.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이 먼 친척이다.   김경진 기자 선진화와 비전문가 사이: 창작은 창작자가, 경영도 창작자가? 과거 엔터업계에선 창작자가 경영도 겸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사실상 경영을 한 게 대표적이다. 하이브는 이를 선진 경영으로 바꿔보겠다고 나섰다. 창작은 창작자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하자는 것. 그래서 IT 업계에서 경영 이력이 있던 사람들이 하이브의 C레벨로 자리 잡게 됐다. ‘음악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업’이라는 자기소개가 나온 배경. 하지만 K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의 경영으로 이번 사태와 같은 마찰이 생겼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곳은?: 비엔터 출신 대표가 엔터업계 ‘고인물’과 파트너를 이루는 구조가 대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장윤중 공동대표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 등을 거친 글로벌 엔터업계 ‘네임드’다. 권기수 공동대표는 포털 다음 시절부터 있었던 인물로 카카오엔터의 안살림을 담당했다. SM엔터도 재무회계 전문가(장철혁 공동대표)+정통파 엔터인(탁영준 공동대표) 조합.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정욱 대표가 실무를, 박진영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가 창작을 담당하는 식이다.    ━  3. 🔑사태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②멀티 레이블? 멀티 스튜디오?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이다. BTS의 소속사는 빅히트뮤직, 르세라핌은 쏘스뮤직, 아일릿은 빌리프랩이다. 모두 하이브라는 큰 울타리 안에 있지만, 각자 집에 따로 산다. 이른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다. 예전엔 안 그랬다. K팝 아이돌 시대를 개척한 그 옛날 H.O.T.와 SES도,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도 그냥 SM엔터 소속이었다. 왜 이렇게 바뀐 걸까.   멀티 레이블, 넌 어디서 왔니: 멀티 레이블을 먼저 만들기 시작한 글로벌 엔터사들의 영향도 있지만, 비슷한 시스템(멀티 스튜디오)을 과거부터 활용한 게임 업계와 ‘IT 회사’를 지향하는 하이브의 구조적 유사성도 주목받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어떤 게임이 크게 성공하고 회사가 커지면 ‘잘하는 것’과 게임팬들이 ‘잘할 거라 기대하는 것’이 생겨난다”며 엔씨소프트(엔씨)를 언급했다. 그는 “‘왜 매번 똑같은 리니지류만 만드냐’고 언론과 대중에 욕을 먹지만, 엔씨 입장에선 억울할 거다. 다른 걸 만들어도, 엔씨 팬들은 리니지만을 원하고 리니지에만 돈을 쓰니까. 반면에 멀티 스튜디오를 활용한 회사들은 기존 팬 기대를 최대한 깨지 않으면서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고, 개발자 입장에선 기존 회사 이름 아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실험을 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멀티 스튜디오로 얻는 것들: ‘스타 개발자’로 불리는 핵심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개발자의 창의력을 폭넓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고, ‘대표’ 자리와 함께 파격적 스톡옵션·성과 보상을 줄 수 있어 경쟁사 이적이나 창업 유혹을 줄일 수 있다. 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인 게임 시장에서 여러 게임을 더 가볍고 빠르게, 동시에 개발하며 재무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주력 게임이 비수기를 맞으면 산하 스튜디오의 다른 게임으로 버틸 수 있고, ‘건전한’ 사내 경쟁 체계가 구축되면 품질이 자연스레 올라갈 수 있기도 하다.    게임과 엔터의 평행이론: 게임산업 구조의 이런 장점은 엔터 시장에도 그대로 대입 가능하다. 연예 기획사 역시 기존 아티스트와 다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 스타를 계속 등장시켜야 하고, ‘스타 기획자’ 역량이 성공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데뷔 전까진 누가 ‘빵 터질지’ 가늠하기 극도로 어렵다. 회사를 먹여살리던 주력 아티스트의 공백기를 부드럽게 넘기는 게 숙제인 것도 마찬가지. 게임 업계에서 20년간 일한 한 관계자는 “민 대표 기자회견을 보면서 스타 개발자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뛰어난 개발자도 직장인이나 기술자이기보다는, 스타 프로듀서나 작곡가처럼 스스로를 아티스트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을 회사 안에 잡아 두려면 스스로 이끌 수 있는 조직과 권한을 줘야 하고 직장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보상을 챙겨줘야 한다”며 멀티 스튜디오 가동 이유를 설명했다.   양날의 칼에 찔린 하이브: 하이브가 업계 최초로 멀티 레이블을 꾸린 건 아니지만, 가장 과감하게 나선 건 확실하다. ‘BTS 원툴’의 빅히트를 넘어 대형 엔터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 기존 기획사들과 차별점 역시 멀티 레이블에 있다는 평. 잘 돌아갈 땐 효율성과 이익이 극대화된다. 그러나 좋은 칼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만, 자칫 주인을 해할 위험도 큰 법. 정교하게 작동할 때 극대화되는 장점이, 어느 한 부분이 삐걱대자 치명적인 양날의 칼이 됐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업계에선 지난 몇 년간 대박 조짐이 있는 게임을 둘러싸고 사내 갈등을 빚거나 소송전까지 벌이는 일도 많았다”며 “대박과 쪽박의 차이가 극명하다 보니 시작할 땐 회사가 자금도 대고 책임도 진다는 생각에 안심하지만, 대박이 나면 스튜디오 핵심 인력들은 ‘고생은 우리가 하고 이익은 모회사가 다 가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송전이 진행 중인 넥슨-아이언메이스 사태가 대표적. 일부 게임사처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역시 정교하게 작동하지 않아 경영진 갈등이 나왔다는 해석. 내부 경쟁도 방향이 잘못되면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으로 번질 수도. 뉴진스와 아일릿 사이의 베끼기 논란처럼.     ■ 💰민희진의 20% 파격 지분, 일반적? 「 ◦ 평균보다 많지만: 20%. 민희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의 지분이다. 창업자가 아닌 자회사 대표로서는 상당히 큰 비율이라는 게 엔터·IT 업계의 공통된 의견.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창업자가 아닌 주요 임직원이 20%도 아닌 10%를 갖는 것도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 그런데 왜 반발했나: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결국 자본가와 창조자의 싸움이라는 시각도.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는 “창조자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 창조성을 지키려 하는 것”이라며 “20%라는 엄청난 지분을 줬음에도 민 대표가 자꾸 반발하는 것은 결국 그 창조성에 대한 침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     ━  4. 🔑사태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③ 비욘드 BTS, 게임일까   지난 2월 하이브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박지원 대표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TTS(Text to Speech) 기술로 만든 목소리로 진행했다. 해당 기술은 하이브가 인수한 AI 스타트업 수퍼톤이 개발한 것. 콘퍼런스콜에 TTS를 내세울 만큼 하이브는 게임, AI 등 IT 사업에 진심이다.   게임부터 AI까지: 엔터사가 게임을 만든다고? 맞다. 하이브는 리듬게임 개발사였던 수퍼브를 인수해 게임 개발 자회사 하이브IM을 만들었다. ‘인더섬 위드 BTS’를 개발하고, ‘별이 되어라’ 등 퍼블리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던전 스토커즈 등 신규 퍼블리싱 게임 라인업도 발표했다. 미래 먹거리인 AI 분야에선 음성 AI에 집중한다. 하이브가 인수한 수퍼톤은 원래 AI 오디오 기업.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 콘텐트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음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수퍼톤 인수 당시 박 대표는 “수퍼톤의 AI 음성 합성 기술에 하이브의 제작 역량을 접목해 선보이게 될 콘텐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브의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 사진 하이브   목표는 IP 비즈니스+IT: 문화 산업의 핵심, IP 비즈니스에서 제일인 IP는 역시 K팝 IP. 잘 팔리는 IP에 IT 기술을 더한다는 게 하이브의 목표다. 그렇게 나온 게 팬덤 플랫폼 위버스다. 유료 구독하면 국내외 연예인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고, 굿즈 상품 매출까지 이어지면 2차 수익도 낼 수 있다. 하이브IM이 개발한 ‘인더섬 위드 BTS’ 역시 BTS의 IP를 단순히 게임사에 판 것이 아니라 IP를 직접 게임으로 만든 것.   돈은 못 버는데: 아직 돈 버는 사업은 아니다. 대표 IT 플랫폼인 위버스를 운영하는 위버스컴퍼니는 적자 규모가 2022년 15억원에서 2023년 80억원으로 커졌다. 하이브IM의 경우 2022년 창사 이래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22년에는 211억원, 2023년에는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  5. 🎙️하이브, 어디로 가니   “음악을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란 미래 계획을 가진 하이브가 게임사업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방시혁 의장이 2022년 11월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 한 말이다. 방 의장의 철학이 담긴 이 계획은 ‘민희진 사태’ 이후에도 지속 가능할까.   민희진 사태=시행착오? 하이브 ‘일단 고’: 일단 하이브 측은 민 대표와의 갈등을 ‘시행착오’로 규정하면서, 앞으로도 멀티 레이블 고도화를 계속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 2일 콘퍼런스콜에서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분도 있을 것 같다”며 “이번 문제를 잘 마무리짓고 멀티 레이블을 고도화하고 어떤 점을 보완할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미 시작된 전쟁, 승자는: 다만 눈앞의 문제부터 마무리지어야 한다. 현재는 BTS 이후 가장 ‘빅히트’를 친 뉴진스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상황. 하이브는 우선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민 대표 해임을 강행할 전망이고, 이미 민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 대표 측도 하이브를 상대로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반격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 안건에 대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것이 민 대표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취지. 양측 간 긴 법정 공방은 이미 예정된 수순. 승자는 알 수 없다.   이기면 ‘장땡’? 갈 길 멀다: 소송만 이긴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 진흙탕 싸움이 끝난 뒤 뉴진스 멤버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도 문제고, 엔터 업계의 천심(天心)과 다름 없는 팬심을 달래는 것도 숙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덤과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하는 등의 K팝만의 특수성이 있는데 IT 업종에 있던 이들(경영진)이 다소 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부를 다시 추스르는 게 먼저”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하이브는 기존 엔터 회사와 달리 엔터 출신 인사 반, 비엔터 출신 인사 반 정도로 세력이 나뉜 구조다. 안 좋게 말하면 파벌, 라인 같은 거다. IT‧게임과 엔터 업계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소비층의 반응 양상도 다르고, 공급‧소비 구조도 판이하다”며 “주먹구구식이던 업계를 시스템적으로 바꿔보려는 건 좋지만, 이번 일을 보면 아직 과도기인 것 같다. 멀티 레이블도 결국 어떻게 잘 운용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IT 인력을 대거 모은 하이브가 진짜 엔터를 뛰어넘은 플랫폼 회사가 되기까진 한참 갈 길이 멀다는 분석. 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BTS 지지모임 관계자들이 보낸 화환이 세워져 있다. 최근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의 갈등이 커지자, BTS 팬덤 '아미'는 하이브와 빅히트뮤직은 방탄소년단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과 음해에 책임 있는 자세로 수습에 임하고 즉각적인 법적 조치와 진행 상황을 확실하게 공지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2024.05.09 15:21

  • [팩플] 라인야후 "자본 관계 변경 요청"…라인의 아버지도 이사사임

    [팩플] 라인야후 "자본 관계 변경 요청"…라인의 아버지도 이사사임

    라인과 야후재팬.   라인야후가 모회사(A홀딩스)에 자본변경을 요청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본 정부의 ‘탈 네이버’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A홀딩스 대주주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향후 협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  무슨 일이야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라인야후 결산설명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한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한 대응으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운영 면에서의 자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총무성 지도를 받고 모회사(A홀딩스)에 자본 변경을 요청했다”며“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라인야후가 모회사에 요청한 내용은 “소프트뱅크가 머저리티(majority·다수)를 취하는 형식으로의 변경이라는 것이 대전제”라며 “더 구체적인 내용은 모회사끼리 협상인만큼 우리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라인의 IT 인프라 관리는 네이버가 위탁받아 운영·관리하는 형태다. 이데자와 CEO의 발언은 이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라인의 운영·관리 등 기술적 조치를 모두 라인야후가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이데자와 CEO는 여러 차례 ‘내제화’, ‘자립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네이버와의 단절을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에 대해서는 현재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사이에 관련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 CPO가 빠지면서 라인야후는 사내이사 4명을 모두 일본인으로 채웠다. 사실상 라인야후에서 네이버의 존재감은 한층 더 옅어진 셈이다.    ━  이게 왜 중요해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약 51만 건이 유출된 사건에 대해 올해 두 차례 행정지도에 나섰다. 행정지도에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가 담겼다. 통상 정보 유출 사고에 정부가 해당 기업의 지분 변경까지 요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일본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라인의 경영권을 네이버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  핵심은 AI데이터   전문가들은 라인야후 사태 기저엔 AI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잠재해 있다고 본다. 라인은 일본 내 9700만 명 사용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 이 메신저의 주인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일본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일본의 글로벌 디지털·AI 경쟁력은 한국보다 크게 뒤쳐져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디지털경쟁력 평가에서는 32위(한국 6위), 매년 글로벌 AI 지수를 발표하는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토터스 인텔리전스’ AI 지수 순위는 12위(한국 6위)에 그쳤다.   김경진 기자   더구나 메신저는 AI 개발의 핵심인 방대한 ‘언어 데이터’의 원천이다. 일본은 올해 1180억엔(약 1조40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인 생성AI 개발에 나서는 등 의욕적으로 AI분야 투자에 나선 상황. 지난해 7월에는 소프트뱅크에 생성 AI 개발 보조금으로 53억엔(약 467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내 한 ICT업계 관계자는 “AI 개발서 일본보다 앞서 나간 네이버가 ‘소버린 AI’(AI 주권)을 강조하며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를 자극한 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한·일 외교전으로 치닫는 건 일본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행정지도 내용은 (주식 매각 강요가 아닌)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야후 사태가 일본에 진출한 다른 해외 기업에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일본으로서는 조심스럽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과 투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의 대응은   네이버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신중호 CPO의 이사진 사임은 라인야후의 판단이고, 자본 변경 문제는 네이버의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아직 대응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네이버가 라인 야후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지분을 매각해 네이버가 라인야후 2대 주주로 내려올 경우 사업적 관계는 유지하면서 조 단위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라인을 바탕으로 대만·태국 등 아시아 사업을 확장하려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략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의 ‘명분’으로 작용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네이버가 더 전향적인 대책을 내놔 일본의 ‘지분 재검토’ 요구를 잠재우는 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데이터 주권 확보’가 AI 시대의 세계적인 흐름임을 감안할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일본의 기본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nag.co.kr,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2024.05.08 18:38

  • 이종호 장관 "AI 기본법 통과돼야 AI범죄 처벌 가능"

    이종호 장관 "AI 기본법 통과돼야 AI범죄 처벌 가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공지능(AI) 기본법’이 통과돼야 딥보이스 같은 AI 악용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시행령에 담을 수 있다”며 21대 국회 회기 내 통과를 재차 촉구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장관은 8일 세종시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기본법 수정안에) 시민단체가 제기한 우려를 모두 해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AI 기본법’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내 AI 산업 육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조항을 담고 있는 법이다.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지만 여야 갈등의 여파로 오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이달 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시민단체 우려 사항은 ‘우선 허용·사후규제’ 원칙으로, 수정안에선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이 장관은 “저도 굉장히 정교하게 목소리를 흉내 내는 ‘딥보이스’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AI 산업 발전뿐 아니라 신뢰성 확보 조항까지 담긴 균형을 갖춘 법이라 국민에게 다가올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한국 네이버와 자본 관계 등을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과 관련해선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과 투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이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와 소통하면서 협력하고 있었다”며 “네이버가 민감한 경영 판단을 해야 할 일인데, 정부가 갑자기 끼어들면 문제가 될 소지도 있어 진중하게 국가 이익을 위해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도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매우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한)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굉장히 강경하다고 다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연구·개발(R&D)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방식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기존 절차 대로면 R&D 사업이 너무 지연돼 빨리 연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2년간 성과로 누리호와 다누리호 발사,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 디지털 권리장전 제시 등을 꼽았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2024.05.08 15:40

  • “아직도 손님 10억명 남았다” 만원으로 인도 뚫은 한국 IT맨

    “아직도 손님 10억명 남았다” 만원으로 인도 뚫은 한국 IT맨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 글로벌 빅테크 ‘핫플’ 인도 개척자 크래프톤·밸런스히어로의 생존법    애플·구글·엔비디아부터 테슬라·AMD까지 글로벌 빅테크의 ‘핫플’로 인도가 떠오르고 있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의 공장’ 대체지로 부상해서다. 여기에 세계 최대 인구 대국(14억2757만 명) 타이틀까지 가져오면서 강력한 소비 시장으로도 주목. 하지만 앞서 인도에 갔던 포드와 GM, 디즈니 등은 일찌감치 사업을 포기하거나 떠났다. 모든 인도행(行)이 성공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 인도에서 유의미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IT 기업 두 곳이 있다. 2014년 인도 현지에서 창업한 밸런스히어로와 글로벌 히트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 인도법인이다. 밸런스히어로의 핀테크앱 ‘트루 밸런스’는 인도에서만 이용자 8500만 명을 모은 유력 앱이고, 크래프톤이 2021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는 누적 이용자 1억8000만 명인 베스트셀러 게임이다.    이들은 왜 굳이 물 설고 낯선 인도까지 가서 사업을 하고 있을까. 글로벌 기업도 실패했던 인도 안착, 어떻게 가능했을까. 인도 선배들이 보는 비즈니스의 미래는? 팩플이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창업자와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를 만나 인도 비즈니스의 겉과 속을 낱낱이 물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서울 오피스가 있는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대면 인터뷰를, 인도 현지에 있는 손 대표는 지난 3일 줌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 💬목차 「 1. 두 남자의 이유 있는 인도行 2. “없으면 만들어라” : 밸런스히어로 3. “생태계도 키워라” : 크래프톤 4. 인도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 」  오혜정 디자이너  ━  1. 두 남자의 이유 있는 인도行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워크타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밸런스히어로는 스마트폰 소액대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인도 시장에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845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을 기록.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는 인도 최초 TV로 생중계된 e스포츠 종목이다. 누적 시청자 수는 2억 명에 달한다. 두 사람에게 왜 인도를 택했는지 물었다.     왜 인도였나.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이하 이)=2014년 창업할 때부터 인도의 인구 구조를 눈여겨봤다. 14억 인구 중 상위 소득 1억~2억 명 아래 우리가 ‘넥스트 빌리언’이라고 부르는 10억 명의 두터운 중산층이 있었다(보스톤컨설팅 그룹·회사 추산). 이름만 중산층이지 사실 연 소득은 2300~7000달러(약 310만~950만원)였다. 한국처럼 은행에서 자유롭게 대출을 받지도 못한다. 급전이 필요하면 현지에서 동네 일수꾼 같은 영세 업자들에게 10만~20만원 정도씩 빌려 쓴다. 여기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인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이하 손)=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겠다면 인도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도는 외국 기업이 모바일·콘텐트 사업을 하더라도 직접 100% 지분을 가지고 사업할 수 있다. 중국이 게임뿐 아니라 산업별로 지분 제한 규정이 복잡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도시에 사는 인도인들은 영어도 능통해 언어적 장벽도 낮다. 14억 명이라는 큰 시장은 기본이다. 인도 현지에 있는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가 지난 3일 중앙일보 취재진과 줌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강광우 기자   성과가 어떤가 이=인도는 신용카드 결제가 거의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앱으로 공과금을 낼 수 있는 서비스만 출시해도 체감하는 효용이 0에서 100이 되는 시장이다. 공과금 선불 결제 서비스 등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2019년부터 1년 미만의 단기 소액 대출 서비스(약 1만6000~160만원)를 시작했다. 지금은 현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개인 대출(Personal Loan)’ 키워드로 검색하면 유료 광고를 제외하고 가장 앞에 나올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대출 취급액은 4300억원까지 성장했다. 이는 3년 전보다 11배 이상 성장했다.   손= 2021년 BGMI를 출시하고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앞서 2018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글로벌 출시를 했을 때 인도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중단된 서비스를 계승하는 게임이 나오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편집자 주 : 2020년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이 발생하면서 인도 내 중국 앱 서비스가 차단됐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당시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서비스가 중단됐다. 업계에선 중국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는 카드·보드 게임 등 단순한 캐주얼 게임 점유율이 70~80%나 돼 ‘1인칭 생존형 슈팅’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열광했다. 때마침 인도에서 4세대(G) 데이터 요금이 저렴해지면서 모바일 게임이 성장할 환경(매일 2GB까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월 3000원 수준)이 조성됐다.    ━  2. “없으면 만들어라” : 밸런스히어로   인도 중산층이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이유는 믿을 만한 신용 정보가 없어서다. 인도 비즈니스 생존을 위한 첫 번째 법칙이 여기서 나온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이철원 대표에게 물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워크타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신용 정보도 없는 인도 중산층을 상대로 어떻게 대출 서비스를 했나.   이=창업 초부터 강조한 게 ‘테크 퍼스트’다. 데이터팀을 제일 먼저 꾸려 자체적인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을 개발했다. 머신러닝 기반으로 이용자 문자메시지와 앱 사용 내역, 이동 정보 등 데이터 셋을 모아 최적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금융소득 정보가 없는 이용자도 얼마나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금융 앱을 많이 쓰는 이용자는 SNS 앱을 많이 쓰는 이용자보다 연체율이 낮다. 이런 데이터셋 1만2000개 이상을 활용하는 데 연체 정보와 잘 맞아떨어질수록 우선순위가 올라가도록 설계했다. ACS 도입 첫해 12%였던 대출 연체율이 최근엔 7%까지 떨어졌다.   로컬 기업과 경쟁이 심하진 않나. 이=우리보다 대출 취급액 규모가 6~7배 큰 로컬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디지털 소액 대출 서비스는 일부일 뿐이고 고액 장기 대출이 메인이다. 이 업체들이 이용자 1명에게 1억원 대출을 할 때 우리는 20만원 대출 500건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이 분야를 계속 고수할 생각이다. 인도처럼 큰 시장은 한 타깃이라고 해도 수천만 명, 수억 명이 포진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 세그먼트를 집중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   외국 기업이 대출 서비스를 하는데 차별적 규제는 없나. 이=인도에서 외국 기업이 디지털 대부업 라이선스나 전자 결제 라이선스를 받는 데 전혀 차별이 없다. 인도 정부가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 분야를 포함한 많은 규제를 푼 결과다. 김주원 기자    ━  3. “생태계도 키워라” : 크래프톤   인도 게임 시장의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한국 대비 5분의 1 정도다. 그마저도 실제 현금이 오가는 사행성 게임인 RMG(Real Money Gaming) 점유율이 높다. 산업 규모도 작은 데다 게임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선입견까지 있다. 손현일 대표는 인도 게임 생태계 자체를 키우며 이를 해결하고 있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 크래프톤   수익 모델은 뭔가. 손=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상품 유료화 모델이 동일하다. 게임 내 사용하는 캐릭터 스킨 등 유료 아이템 판매가 주다. 다만 인도 게어머들은 아직 게임 내 결제에 익숙하지 않다. 인도 게이머 4억5000만 명 중 게임 내 결제를 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게이머는 4분의 1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그 때문에 중저가 아이템 가격을 과감하게 낮춰 결제 경험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돈 1500원이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지난해 인도 발리우드 배우와 현지 유명 크리켓 팀 유니폼 스킨 등이 잘 나갔다.   외부 개발사 게임을 유통하는 퍼블리싱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손=인도 게이머는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 게임’이란 걸 처음 접해 본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소위 ‘린저씨’(리니지하는 아저씨)라고 불리는 이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잡았는데, 인도엔 그런 탄탄한 기반이 없다. 거기서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대다수 게이머를 타깃으로 한 퍼블리싱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봤다. 캐주얼 게임보다는 깊이가 있지만 접근하기 쉽고, 과금 모델을 붙일 수 있는 게임을 발굴하고 있다.   그래도 어려움이 많을 거 같다.  손=게임 생태계를 함께 키우고 있다. 인도에선 혼자 잘되는 것보다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고 인식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측면에서 현지 투자도 늘리고, 인도 대학과 연계한 채용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인도디지털게임협회 부회장도 맡았다. 퍼블리셔(배급사)로 외부 개발사 게임을 출시하며 현지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글로벌에서는 통하는데 왜 인도에선 통하지 않는지 고민하고 테스트하는 것이다.   큰 그림은 뭔가.   손=세 가지다. 먼저 인도 최대 퍼블리셔가 되는 게 목표다. 인도 퍼블리싱 회사는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다. 앞으로 3~5년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인도 최대의 로컬 퍼블리셔가 되려고 한다. 두 번째는 인도 내에서 투자하거나 자체 개발한 게임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 마지막 목표는 게임뿐 아니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전반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미 e스포츠와 웹소설, 오디오 스토리, 키보드 앱 등 관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매출 100억원 이상의 유의미한 규모로 성장했다. 김주원 기자    ━  4. 인도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   한국인들에게 인도는 여전히 낯선 곳이다. 선입견도 많다. 유튜브에서 비위생적인 길거리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나 한국인 여성 관광객들이 길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해서다. 인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비즈니스맨은 인도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경민 기자   한국인들에겐 여전히 개발도상국 이미지가 강하다. 이=지역에 따라 다르다. 한국과 미국도 우범 지역이 있다. 유튜브나 기사에 나오는 것도 인도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도시 지역에서 일반 관광객들이 여행하는 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워낙 땅이 넓다.   사업 환경은 어떤가. 이=사업할 수 있는 토양이 빠른 속도로 마련되고 있다. 나렌디라 모디 총리는 10년에 한 번 성공할 개혁을 1년에 5~6개씩 했다. 대표적인 게 인도의 신분증 역할을 하는 KYC(Know Your Customer)와 모바일 송금이 가능하도록 한 UPI(통합 결제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거다. 행정 분야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부정부패도 크게 줄었다. 주재원 비자를 갱신할 때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야 빨리 처리됐던 관행 같은 게 사라졌다. 크래프톤이 인도 전용으로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크래프톤   인건비 수준은. 손=인도공과대(IIT) 상위권 출신은 빅테크 개발자와 비슷한 처우를 받는다. 2억7000만~3억40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숙련도가 낮은 개발 인력은 연봉 1000만원대도 뽑을 수 있지만 이들도 매년 연봉이 10% 이상 오른다. 인도의 물가 상승률 5~10% 수준을 맞춰야 해서다. 경력직을 구하려면 기존 회사 연봉보다 20~30%씩 인상해야 한다. 현재는 인건비가 합리적이거나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들이 일이 익숙해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인도에 진출한 일부 해외 기업은 아예 높은 퇴사율을 전제로 채용과 인력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리스크와 극복 방법은. 이=2020년 코로나19로 인도 정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큰 위기가 있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대출을 안 갚아도 신용불량자로 만들지 않는다고 한 거다. 대출 서비스 부도율이 80%까지 올라갔다. 다행히 기존 투자자들이 300억원 규모로 추가 투자해 줘 버틸 수 있었다. 사업을 접지 않은 건 성장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서다. 중국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회장이 한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인도는 여전히 태풍의 길목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10억 명 중에 스마트폰 이용자가 계속 늘어난다.   손=규제·정치·사회적 이슈에 따라 개별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의사 결정에도 현지 직원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스타트업,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이=인도는 시장 규모와 성장률이 커 타깃을 명확히 하고 집중하면 충분히 수익을 얻어 갈 수 있다. 빅테크뿐 아니라 인도 로컬 기업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잘 찾아야 한다. 특히 일반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빅테크가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어 광고 모델로 돈을 벌기 쉽지 않다.    손=지난해 인도에 탄생한 유니콘 기업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매년 6~7%씩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고,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IT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때문에 디테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핀테크,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 소셜 미디어 등의 영역은 로컬이나 글로벌 기업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분야에서 새로 진출하긴 쉽지 않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강점을 갖는 제조업과 관련이 있는 IT 서비스나 콘텐트 영역에선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분야에선 스포츠와 레이싱, 퍼즐 장르가 눈에 띈다.  

    2024.05.08 15:21

  • 이젠 AI도 '가성비 전쟁'…언어모델 작게, 데이터센터 더 키운다 [팩플]

    이젠 AI도 '가성비 전쟁'…언어모델 작게, 데이터센터 더 키운다 [팩플]

    데이터센터는 더 크게, 언어모델은 더 작게. AI(인공지능) 시대 빅테크와 국내 기업들의 경쟁이 ‘쩐의 전쟁’과 ‘효율 전쟁’ 투트랙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한편 소형 언어모델(SLM)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연합은 2028년까지 1000억달러(135조원)를 투입해 AI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국내에선 LG유플러스가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에 초거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부지 면적은 축구장 9개 규모(약 7만3712㎡)로 국내 통신사 최대 규모다. LG유플러스 IDC 평촌메가센터 전경. 경기 파주에 짓는 IDC는 평촌메가센터의 4.2배 규모다. 사진 LG유플러스 이와 함께 전력과 자원 소모는 덜하지만 LLM(거대언어모델)만큼 똑똑한 SLM(소형언어모델)을 통한 ‘효율전쟁’도 한창이다. 지난달 25일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화 모델(HCX-DASH)을 출시했다. 학습 데이터가 영어로 구성된 AI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한국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  이게 무슨 의미야     AI 기술·서비스 개발을 위해선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중요하다. 하지만 물량 공세만으로 AI 시대 패권을 차지하긴 어렵다. 기술 개발 이후 서비스에 적용하는 단계로 갈수록 ‘가성비’가 중요해지기 때문. AI기업들이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SLM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국내외 여러 기업이 SLM 개발에 관심을 갖는 등 AI 경쟁이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도메인(산업)별 특화된 언어모델을 만들 때는 LLM 보다 SLM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쩐의 전쟁’ 데이터센터   국내에선 데이터센터 시장을 주도하는 통신사들이 신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 이외에도 국내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14개)를 보유한 KT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개소를 목표로 서울 가산과 경북에 IDC를 짓고 있다. 지난 2일 KT클라우드 최지웅 대표는 ‘kT 클라우드 서밋 2024’에서 “IDC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AI 기반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이미지. 게티이미지 SK텔레콤은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를 제공하는 AI 특화 데이터센터(AID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서버 제조 기업 수퍼마이크로와 AIDC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향후 수퍼마이크로는 SKT의 AIDC에 서버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GPU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에 투자했다. 투자액수,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  ‘효율전쟁’ SLM     SLM을 통한 효율전쟁도 계속되고 있다. SLM은 고품질 데이터학습과 파인튜닝(미세조정)을 통해 기존 LLM과 유사한 성능을 내지만, 운영 비용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AI를 휴대폰, 노트북 등에 적용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지난 3월 구글은 디바이스 시장 공략을 위해 제미나이의 경량 모델인 ‘젬마’를 출시했고, 지난달 MS는 경량 AI 모델 ‘파이-3 미니’를 내놓았다. 애플은 온디바이스AI에 최적화된 오픈소스 SLM ‘오픈ELM’과 관련한 논문을 공개하면서 AI 아이폰, AI 맥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에선 AI 기업 업스테이지가 SLM ‘솔라’를, 크라우드웍스는 SLM ‘웍스원’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러스트=김지윤]  ━  앞으로는     ‘쩐과 효율’을 추구하는 AI 투트랙 전쟁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40개에서 2027년 74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벨류에이츠리포트는 SLM 시장 규모가 2022년 51억8000만달러(7조473억원)에서 2029년 171억8000만달러(23조83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4.05.08 06:00

  • [팩플] 흔들리는 ‘검색의 제왕’ 구글…점유율 하락에 경쟁자 등장까지

    [팩플] 흔들리는 ‘검색의 제왕’ 구글…점유율 하락에 경쟁자 등장까지

    ‘검색의 제왕’ 구글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시장 점유율이 내리막길을 걷는데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인터넷 검색 사업을 위협할 경쟁자도 연일 등장하고 있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검색의 제왕’ 구글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내리막길을 걷는 데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검색 기술을 결합한 경쟁자까지 등장했다. 이에 더해 1심선고를 앞둔 미국 정부와의 검색엔진 시장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향후 구글이 공들이는 AI 사업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무슨일이야   6일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의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90.91%. 2018년 8월(90.91%) 이후 약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Bing)의 점유율은 3.18%에서 3.64%로 0.46%포인트 소폭 상승했고, 야후는 1.33%포인트(2.46%→1.13%) 하락했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0.15%에서 0.31%로 상승했다.    김주원 기자  ━  이걸 알아야 해   구글 검색엔진의 글로벌 점유율은 여전히 90%대로 압도적이지만, 앞으로의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다. AI와 검색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앞세워 검색 엔진 시장의 점유율을 탈환하려는 경쟁자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업체는 2022년 설립된 미국의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AI’. 이용자의 질문에 알맞은 검색 결과를 조합해 요약해주고, 추가 질문에도 정확하게 답해주는 AI 기술을 개발해 인지도를 얻고 있다. 지난 1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을 포함한 투자자로부터 7360만 달러(약 1002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았고, 3개월 후인 지난달에는 6270만 달러(약 853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대열에 합류했다.   오픈AI와 MS 등 주요 빅테크도 AI와 검색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며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2월 오픈AI가 MS 검색엔진 빙과 AI 기술을 결합한 검색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MS는 지난해 1월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3조6200억원)를 투자했고,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매체는 “오픈AI가 검색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면, 이용자와 대화하는 AI 기술을 놓고 싸우는 구글과의 경쟁 구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왜 중요해   인터넷 검색 서비스로 얻는 광고 수익은 국내외 대형 플랫폼 기업의 핵심 매출 통로다. 검색 서비스의 경쟁력이 약화할 경우 기업 전체의 매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구글의 검색·광고 부문 매출은 모회사 알파벳 전체 매출(3074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57%(17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기준 국내 검색시장의 57%를 차지한 네이버(인터넷트렌드 집계)도 지난해 전체 매출(9조6700억원) 중 최대 비중인 37%가 검색 광고 서비스를 포함한 ‘서치 플랫폼’ 부문(3조5980억원)에서 나왔다. 김주원 기자 설상가상으로 구글은 미 정부와 검색엔진 서비스를 둘러싼 반독점 소송 선고도 앞두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최종변론을 마쳤고, 늦어도 수개월 안에는 1심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을 불법 독점하고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최악의 경우 검색 사업을 분할하거나 일부 서비스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경쟁사와의 AI 검색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 정부와의 반독점 소송까지 패소할 경우 AI 서비스 등 미래 핵심 사업이 줄줄이 매출 감소의 악영향을 받게 된다.    ━  더 알면 좋은 것   한편 AI 기술 발전으로 기존 검색엔진 시장 전체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IT 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오는 2026년까지 생성AI 기술 등장에 따라 온라인 검색엔진 사용횟수가 현재 수준 대비 25% 감소할 수 있다고 지난 2월 전망했다. 앨런 앤틴 가트너 부사장은 “생성AI 솔루션은 점점 기존 검색엔진의 대체재가 되고 있다”며 “생성AI 기술이 확산할수록 기업들이 (기존 검색엔진 대신) 또 다른 마케팅 통로 전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기사 [팩플] '세기의 재판'서 드러난 구글·애플의 27조 거래 미국 법무부가 칼 겨눴다…‘검색 제왕’ 구글이 위험하다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4.05.06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