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들려주고픈 얘기 첫 청소년 판타지 소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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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소년 판타지 소설 『고타마』를 펴낸 작가 이우혁씨. [사진 비룡소]

“딸을 키우며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문학적 요소와 내용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아빠로서 딸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을 책에 담았습니다.”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47)이 첫 청소년 판타지 소설 『고타마』(비룡소)를 내놨다. 한국 판타지 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퇴마록』은 1993년 PC통신 하이텔에 연재됐고, 이듬해 출간돼 누적판매량 1000만 부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고타마』는 그가 작가 생활 20여 년 만에 처음 쓴 청소년 소설이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중학교 1학년생 딸을 위해 썼다”며 ‘딸바보’를 자처했다. 이번 주인공은 이스트랜드의 겁쟁이 왕자인 14살 듀란이다. 동맹국을 구하러 전장에 나간 부모와 형이 모두 적에 붙잡힌 뒤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게 된다. 나약했던 듀란은 ‘스스로를 이겨나가는 자’라고 밝힌 고타마를 만난 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모험을 겪으며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과 의미를 깨닫는 철학적 메시지가 판타지와 결합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고타마는 난관에 처한 듀란에게 엄청난 힘을 제공하지만 세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듀란은 치열하게 고민한다. 이씨는 “고타마가 어떤 존재인지, 조건을 만족하는 답이 한 가지만 있지는 않다”며 “각자 치열하게 생각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듀란이 고타마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답을 찾도록 한 것도 “청소년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설명이다.

 서양 중세풍의 작품 배경이 진부하다는 지적에 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답했다. “중세 판타지로도 철학적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며 “인간이 무엇인가 깨닫게 하는 것을 말하는 데 한국인이라고 (배경과 소재에) 한국적, 동양적인 것에만 치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유명 작가와 유명 작품 주인공 이름을 땄다. “청소년 독자들이 그 연관성을 찾는 재미를 경험하도록 한 ‘깨알 같은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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