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권위, 차관급 숫자에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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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검찰 조직 내 직급 인플레이션이 이슈로 등장했다. 검찰 출신인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그제 “검찰에 차관급이 55명이라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거론하면서다. 그간 법조계 주변에서만 맴돌던 검찰 수뇌부 비대화 논란이 정치권에서 개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현 검찰청법은 검사 계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검찰총장-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지청장-부장검사-평검사의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총장이 장관급인 가운데 차관급 예우를 받는 검사장은 54명에 이른다. 검사장 자리가 노무현 정부에서 8개, 현 정부에서 한 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차관급이 청장 한 명뿐인 국세청·경찰청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특히 행정부의 전체 차관급 공무원(105명) 중 절반 이상이 검찰에 있는 현실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은 법원 조직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법원의 경우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법 부장판사 등 고위 법관이 133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험(사시)에 합격한 뒤 같은 교육(사법연수원)을 받았으니 그 예우도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그러나 법원은 사법부, 검찰은 행정부에 속한다. 배출 경로가 같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조직을 단순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 더군다나 막강한 권력인 칼자루를 쥔 사정기관의 경우 다른 부서보다 직급이 높은 건 균형에 맞지 않다. 타 부처의 경우 높아야 1급 정도가 앉을 실·국장 자리를 법무부에선 차관급이 맡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기관의 권위는 간부들의 직급에서 나오지 않는다. 진정한 권위는 그 기관이 얼마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검찰이 위기인 까닭은 주요 사건 수사가 정치적 고려에 좌우된다는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간부들에 대한 지나친 직급 예우는 재검토돼야 한다. 검찰은 외부로부터의 개혁 움직임에 반발하기보다 왜 여야 구분 없이 검찰 조직을 개혁 대상으로 삼으려 하는지 되짚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