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대만, 올 18개 대회 중 11승 합작 ‘아시아 4국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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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호 19면

아시아계 선수들이 5년 사이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확고한 지배세력으로 전면에 나섰다. 최근 5년간(2008년~2012년 8월 31일) LPGA 투어의 국가별 우승 현황을 살펴보면 아시아계 선수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그 중심세력은 한국과 대만·일본·중국이다. 이 기간에 4개국 선수들이 125개 대회에서 거둔 승수는 61승(한국 34승, 대만 16승, 일본 10승, 중국 1승)이고, 승률은 48.8%에 달한다.

달라지는 LPGA 판세

이는 그동안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40여 명의 한국 선수에게 집중됐던 견제와 질시의 눈초리가 이제는 ‘범아시아계’로 넓어졌다는 뜻이다. 또 LPGA가 글로벌 투어로 확대되면서 아시아계 선수들의 활약이 아시아에서 LPGA 투어의 판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LPGA 투어 마이클 완(47) 커미셔너는 “과거 ‘한국 선수들 때문에 스폰서가 대회 유치를 포기한다’는 말도 들렸다”며 “이제는 오히려 아시아계 선수들의 활약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대회 개최 문의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LPGA 투어의 판세는 어떻게 흘러 왔을까.

LPGA 투어는 2008년 총 33개 대회를 치렀는데 아시아계 선수가 10승, 미국 선수가 9승으로 팽팽했다. 승률로 치면 아시아계가 30%, 미국이 27%로 접전 양상이었다. 이때는 은퇴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득세하던 시절이다. 이 때문에 LPGA 투어는 매 대회 긴장감이 감돌았다. 2008년의 판세를 보면 미국(9승)-한국(8승)-멕시코(7승)-스웨덴(5승) 등 4개국이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그러나 소렌스탐이 은퇴한 2009년부터는 판세가 작게는 한국과 미국으로, 크게는 아시아(계)와 미국의 대결 양상으로 바뀌었다. 2009년 LPGA 투어 25개 대회 중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이 12승(한국 10승, 일본 1승, 대만 1승)을 합작했다. 승률이 48%로 껑충 뛰었다. 미국은 5승(20%), 멕시코는 3승(12%)에 그쳤다. 2009년에는 한국-미국-멕시코의 3파전이었다. 이때 한국의 대표주자는 신지애(24·미래에셋)였다. 그는 루키 시즌에 3승을 거두며 골프여제 오초아(3승)를 유일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그 판은 또 변했다. 2010년 25개 대회 중에서 아시아계가 16승(한국 9승, 일본 4승, 대만 3승)을 거두며 LPGA 투어의 핵심세력으로 진입했다. 승률도 64%로 압도적이었다. 미국은 5승(20%)으로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일본과 대만의 추격을 받았다. 흐름은 완전히 아시아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LPGA 투어는 이때부터 한국과 일본·대만의 아시아 삼국지로 탈바꿈했다.

2011년 LPGA 투어의 특징은 청야니(23·대만·사진)의 등장이다. 24개 대회 가운데 청야니 혼자 7승을 했다. 아시아계 선수들이 거둔 승수는 12승(대만 7승, 한국 3승, 일본 2승)이었다. 미국은 4승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LPGA 투어는 대만의 청야니와 한국의 신지애, 최나연(25·SK텔레콤) 등의 싸움으로 좁혀지고 말았다. 여기에 2010년 4승을 한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27)까지 가세하면서 LPGA 투어는 ‘아시아판’이라는 껄끄러운 이름을 얻었다.

올해 그 판세는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27개 대회 중 18개를 치른 상황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이 11승(한국 4승, 일본 3승, 대만 3승, 중국 1승)을 쓸어 담았다. 미국이 그나마 5승을 챙겨 모양새는 지켰다.
LPGA 투어 사무국의 숀 변(31) 토너먼트 비즈니스 매니저는 “지금 LPGA 투어 중계는 전 세계 171개국 2억4700만 가구가 시청 가능하다”며 “따라서 LPGA 투어는 개인의 국적은 있지만 우승의 국적은 없다. 단지 최고의 선수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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