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토스, 건강 스파이크 … 전국대회 우승 향해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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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여성배구단 팀원들이 15일 온양 천도초등학교에서 배구 연습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언니, 토스해 줘”

“스파이크 때릴 때 실패한다는 생각 말고 자신 있게 해야지.”

“자 백어택 간다.”

15일 온양 천도초등학교 실내 체육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이곳은 여성들의 배구 연습으로 뜨거워 진다. 정확한 토스, 날카로운 스파이크, 시간차 공격에 백어택까지 프로선수 못지 않게 열정을 발산하는 이들은 ‘아산여성배구단’ 회원들이다. 평균 연령은 42.5세. 모두 기혼자다. 배구 경기를 뛰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힘든 내색은 없다. 오히려 땀을 흘릴수록 그들의 표정은 밝게 빛났다.

“언니 어깨 힘 좀 빼.”

“언니 커버 플레이 짱 인데? 호호호.”

아산여성배구단이 결성된 건 지난 2001년. 아산시배구협회 이종인 회장과 관계자들이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인을 통해 아산에 배구 인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생활체육 활성화 일환으로 여성배구단을 모집하게 됐다”며 “다른 시도는 큰 대회가 다가올 때만 연습을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매주 나와 연습을 한다”고 흐뭇해했다.

“남편도 저 때문에 배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요즘은 회사 동호회에 가입해 저보다 더 열심히 배구를 하고 있죠. 제가 큰 시합을 뛸 때 관중석을 보면 항상 남편의 모습이 보여요.”

아산여성배구단 주장 심수정(41)씨의 얘기다. 심씨는 학창시절 배구부원으로 활동한바 있다. 성인이 된 후 개인 사정상 배구를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직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늘 배구를 그리워했다. 남편에게 매일같이 배구 얘기를 하는가 하면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심씨가 아산여성배구단이 있다는 걸 알고 팀원이 된 때부터 남편도 회사에 있는 배구 동호회에 가입해 선수로 뛰고 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줘서 힘이 나죠. 배구가 우리 가족을 더욱 화목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아산여성배구단의 부동의 세터 배미정(44)씨. 배씨 역시 선수 출신이다. 초·중·고를 거쳐 실업팀까지 진출했지만 작은 신장(165㎝) 때문에 배구를 그만둬야 했다. “여기는 팀원들끼리 경쟁보다 화합이 목적이잖아요. 제한 없이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아요. 배씨는 요즘 어깨 인대부상으로 격렬한 연습은 못하지만 “코트에 나오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웃었다.

특수교사가 직업인 팀의 막내 인소영(39)씨. 그는 3년 전 배구를 처음 시작했다. 하지만 실력은 선수출신 못지 않다. 연습 내내 코트에 넘어져가며 강 스파이크를 꿋꿋이 받아내는 열의를 보였다. “배구는 다른 운동과 달리 협동심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거기에 매력을 느꼈죠. 그리고 팀원이 모두 주부다 보니 육아문제와 같은 사적인 도움도 많이 받아요. 앞으로도 몸이 견뎌내는 한 이 팀에 오래 남고 싶어요.”

이들에게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 바로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 아산여성배구단은 매년 열리는 충남도민체전에 출전해 준우승만 3번을 차지했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10개 내외 팀이 참가하지만 유명 선수출신이 대거 포함돼 있어 경쟁은 치열하다. 올해 가을에는 더욱 쟁쟁한 팀들과 겨루는 전국생활체육대회에 출전한다.

“저희 팀원들 중 실업팀까지 진출했던 선수 출신은 별로 없어요. 또 대다수는 일반 회원이에요.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았죠. 이젠 우승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팀의 둘째 언니 유옥자(50)씨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다른 팀원들도 “매년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는데 이젠 전국생활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도민체전 우승을 넘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아산여성배구단을 지휘하고 있는 배은상 감독 역시 “이들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승은 현실 가능한 꿈”이라며 “이들이 우승하는데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다짐했다. 아산시여성배구단은 지자체나 스폰서 등의 지원 없이 100% 배구협회비로 운영된다. 매년 배구공을 비롯한 각종 물품비용이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아줌마들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화이팅을 외치며, 우승을 목표로 오늘도 코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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