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료전지 개발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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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 산성물질을 사용해 공해가 거의 없으면서도 비용 면에서 매우 유리한 새로운 연료전지의 개발이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연구진은 과학전문지 `네이처'' 19일자호에서 "고체산성물질인 세슘수소황산염을 사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실험에 성공했다"면서 몇가지약점을 보완하면 상용화가 가능한 새로운 연료전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세슘수소황산염과 백금촉매를 마치 샌드위치처럼 마주 보게 해 전해질을 만든 뒤, 이 사이에 수소가스를 주입해 수일 간 계속 전기를 발생시키는데 성공했다면서 이 연료전지는 기존의 것과는 달리 물을 제외한 별다른 부산물을 남기지않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많은 연료전지가 개발됐으나 대개 저온 혹은 고온에서 전기가 생산되도록 돼 있다. 저온에서 전기가 생산될 경우 연료전지의 안전성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시장성이 없고 반대로 고온 연료전지의 경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자칫 높은 온도로 인해 연료전지 내부물질들이 녹아 버릴 수 있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이번에 실험에 성공한 연료전지는 중간수준의 온도인 160℃에서 작동해 내부 물질들이 파괴될 염려가 없고 비용 면에서도 저온 연료전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더구나 기존 연료전지들이 주로 메탄올과 같은 액체물질을 사용하는데 비해 이 연료전지는 고체 전해질과 수소가스만을 사용해 부산물도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존 터너 수석연구원은 칼텍 연구진의 실험에 대해 "아직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초기 성과물"이라면서 "그러나 주목할 만한결과임을 분명하고 더욱 연구가 진행될 경우 광범위한 활용과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새 연료전지가 온도와 습도, 기타 조건들이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실험실과는 달리, 조건이 더욱 혹독한 실제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온으로 내부 물질이 녹아내리거나 습기로 작동이 안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또 생산되는 전기의 양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아르건 국립연구소의 연료전지 개발 담당자인 마이클 크럼펠트는 "칼텍 연구진은 실험실에서만 실험했고 따라서 이 연료전지가 실제 생활에서도 유용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틀랜드<미 오리건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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