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헤엄친다" 10대女, 조사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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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원

세계 수영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예스원(16·중국)의 돌풍이 거세다. 그는 1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5초57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온 예스원은 자신이 예선에서 세웠던 올림픽 기록(2분8초39)을 2초82나 앞당겼다. 지난달 29일 개인혼영 400m에서 세계기록(4분28초43)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이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선수 중 처음으로 2관왕에 오르는 영광도 차지했다. 예스원에게 이날 금메달은 더 의미가 깊다. 도핑 의혹을 깨끗하게 씻어냈기 때문이다.

 수영의 중심이라 자처했던 미국은 열여섯 살 ‘수영 괴물’의 등장에 당황했다. 미국의 존 리어나도 세계수영코치연맹 이사는 여자 개인혼영 400m가 끝난 뒤 “열여섯 소녀가 이렇게 빠른 것은 불가능하다. 약물의 힘을 받은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의심해 본다”며 도핑 의혹을 제기했다. 리어나도 이사는 미국의 남자 수영선수 라이언 로칫(28)이 개인혼영 400m 마지막 50m에서 29초10을 기록했는데, 예스원은 28초93 만에 주파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어린 소녀가 흔들릴 법했지만 예스원은 씩씩했다. 그는 “도핑 의혹은 화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며 “지난 9년 동안 매일 아침과 저녁에 두 시간 반씩 다섯 시간을 수영장에서 훈련했다. 중국 대표팀은 더 엄격하게 도핑 테스트를 받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지난해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 개인혼영 400m에서 고열로 고생하면서도 세계 5위에 오른 독종다웠다.

 영국올림픽위원회(BOA)는 국제반도핑위원회(WADA)와 함께 예스원을 상대로 100가지도 넘는 약물에 대한 도핑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1일 BOA 회장 콜린 모이니핸 경(卿)이 직접 나와 “예스원은 깨끗하다. 의혹은 끝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이니핸 경은 “예스원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이렇게 놀라운 기록을 낼 때마다 약물 의혹이 나온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도핑 의혹을 일축했다. 예스원의 아버지 예퀸송은 “도핑 의혹을 제기한 서양 미디어는 거만하다. 항상 중국인들을 의심한다”며 날 선 비난을 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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