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위원 된 메이지 일왕의 증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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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케다

일본 메이지 일왕의 증손자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당선됐다. 지난달 26일 런던 그로스브너 하우스 호텔에서 열린 제124차 IOC 총회에서다. 다케다 쓰네카츠(竹田恒和·64) 일본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승마선수 출신으로 메이지 일왕의 아들인 그의 할아버지 다케다 쓰네요시 역시 IOC위원이었다. 다케다 위원은 현재로선 일본 유일의 IOC위원이다. IOC위원들의 비밀투표에서 무난히 과반수를 얻어 당선된 그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으로부터 IOC위원만이 받을 수 있는 오륜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소 차분하기로 정평이 난 다케다 위원은 IOC위원이 되기 전에도 일본올림픽위원장으로서 IOC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전 때 후보도시 평창의 실사위원으로 여러 차례 방한했다. 총회 직후 기자와 만난 그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승마선수로 첫 출전한 후 올림픽을 통해 값진 경험을 얻었다”며 “IOC위원으로서 올림픽 가치를 널리 알리는 건 무한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72년에 이어 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까지 출전한 그는 이후 나가노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스포츠 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IOC가 여전히 유럽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IOC 내 아시아의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한국과도 긴밀히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어깨 위엔 사실 무거운 짐이 얹혀 있다. 일본은 도쿄를 2020년 올림픽 개최 후보도시로 신청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이다. 2016년 올림픽 유치전에 도쿄는 이미 한 번 패한 경험이 있다. 다케다 위원은 “IOC위원으로서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좀 더 많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도쿄는 터키의 이스탄불, 스페인 마드리드와 경합 중이다.

도쿄 올림픽 유치전엔 일본 재계도 나서고 있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인 미즈노의 마사토 미즈노 회장은 지난달, “회장직과 도쿄 유치 활동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는 IOC의 조언에 따라 도쿄 유치위원회 CEO직을 선택했다. 미즈노 회장은 기자와 만나 “평창이 세 번의 도전 끝에 압도적 승리를 하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평창은 도쿄의 귀감”이라고 밝혔다.

런던=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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