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유전자변형 알고도 '쉬쉬'

중앙일보

입력

농산물 검사기관이 미국산이 아닌 수입 농산물에서 유전자 변형 작물을 처음 확인하고도 검사 결과를 스스로 부인하는 등 소심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 수입 옥수수에서 유전자 변형 사실을 알아내고도 식용이 불허돼 있는 미국산 '스타링크' 옥수수인지도 확인하지 않아 국민의 식탁 안전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농림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http://www.naqs.go.kr)은 30일 이달부터 시행된 유전자변형 작물 표시제 단속 결과 콩 2건과 옥수수 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유전자 변형 콩은 모두 미국산이었으며, 옥수수는 미국산 외에 아시아산이 포함됐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D사가 아시아국가에서 수입한 옥수수 시료에서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20% 이상 섞여있는 것으로 검사됐다" 며 "시료 채취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재검사하기로 했다" 고 지난 28일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29일 오전 재검을 위해 새로 채취한 옥수수 시료가 시험연구소에 도착했지만 본지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자 '해당 옥수수를 검사하지 말라' 는 지시를 내렸다. 유전자 변형 여부는 30분이면 밝힐 수 있는데 중단시킨 것이다.

관리원 관계자는 "나중에 수입 배의 화물칸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 검사할 것" 이라고 말했다.

관리원은 또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검출됐음에도 스타링크 옥수수인지 검사하지 않았으며, 담당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알리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스타링크 여부를 즉시 확인해 양성일 경우 바로 수거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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