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걸려 넘어진 웨스트우드의 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저 나무를 잘라버려야 한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분통을 터뜨렸다. 메이저 첫 승을 향한 그의 꿈이 또 한번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코스에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그의 꿈을 가로막았다.

웨스트우드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 레이크 코스(파70·7170야드)에서 열린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5오버파로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웨스트우드는 대회 첫날 3오버파 공동 40위에 그쳤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공동 29위, 3라운드에서는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도 웨스트우드는 경기 초반 선두를 3타 차로 추격하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5번홀(파4)에서 사고가 터졌다. 웨스트우드는 목표 지점을 확인하고 티샷을 날렸다. 공은 정확히 목표점을 향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낙하 예상 지점에서 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공이 페어웨이에 서있던 소나무 가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웨스트우드는 공을 찾지 못하고 티샷을 다시 했다. 분실구 규정에 따라 1벌타를 받고 더블보기를 범했다.

웨스트우드는 “내가 공을 잘못 쳤다면 수긍하겠지만 제대로 쳤다”며 “5번홀에 있는 나무를 잘라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격의 의지가 꺾인 웨스트우드는 이후 보기 2개를 더 범하며 타수를 잃었다. 17번홀(파5)에서는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이글을 잡기도 했지만 18번홀(파4)에서 또 1타를 잃고 경기를 마쳤다.

한편 1998년 US오픈에 출전했던 리 잰슨(미국)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잰슨이 티샷한 공도 나무 위에 걸렸다. 하지만 웨스트우드에게는 없었던 행운이 잰슨에게는 있었다. 잰슨은 나무에 걸렸던 공이 곧 땅으로 떨어져 경기를 속행할 수 있었다. 당시 잰슨은 페인 스튜어트(미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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