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친구 많은데 말 붙일 친구는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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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 지음
이은주 옮김, 청림출판
560쪽, 2만3000원

원제가 ‘홀로, 다 함께(Alone Together)’다. 제목만 보면 감성 풍부한 수필집이나 시집 같다. 한데 아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가 정보기술(IT) 발달이 가져온 인간관계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가 착안한 것은 네트워킹과 ‘사교 로봇’. 네트워킹은 인터넷을 이용한 e-메일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SNS 등의 효과를, 사교 로봇은 일본에서 한때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타마고치나 노인 말벗용인 바다표범 로봇 ‘파로’ 등 ‘디지털 생명체’를 가리킨다.

 이 두 가지가 인간관계의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유학간 자녀와 영상통화를 하고, 수십만 명의 팔로워나 ‘1촌’에게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전하는 것, 그리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 ‘반려’로 활약하는 것이 그런 예다.

 그런데 지은이는 묻는다. 인간관계가 다양해지고 촘촘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진정성과 깊이도 더해졌느냐고.

 예컨대 지은이가 참석했던 친구 장례식 풍경. 몇몇 추모객은 문자 메시지 보내는 데 정신이 없다. 그 중 60대 후반의 한 여성은 “휴대전화가 없었으면 그렇게 오래 못 앉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테크놀로지에 단련됐던 이 여성은 ‘애도’라는 장례식 취지를 잊었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관리 소홀로 죽은 타마고치를 기릴 수 있는 온라인 묘지가 있다. 여기엔 “나는 그 애의 엄마였어요. 내가 사랑한 만큼 그 애도 날 언제나 사랑해줄 거예요”라든가 “나는 네 아들을 키우고 있거든. (…) 네가 나이 들었을 때 자주 돌보지 못하고 살리지 못한 것, 정말 미안하다”란 추도문이 적혀 있다.

 그 결과는 아득하다. 미 미시간대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대학생은 1980년, 90년대 대학생들에 비해 “나보다 운이 덜한 사람들에게 애정과 염려하는 마음을 품을 때가 많다” 같은, 소위 공감능력이 40%나 줄었다고 한다.

 젊은이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85년과 2004년 비교해 연구한 결과 미국인이 중요한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2.94명에서 2.08명으로 3분의 1이 줄어든 반면 의논 상대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두 배로 늘었다.

 지은이는 네트워킹과 사교 로봇이 “친구 맺기를 강요하지 않는 교류”라는 환상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을 통해 형성하는 유대는 결속시키는 게 아니라 정신을 팔게 만드는 유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로봇이 디지털 연결망에 너무 빠져버린 우리를 치유할 수단이란 일부 의견에도 회의적이다. 로봇이 주는 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음식을 인간의 우정과 연관 짓지 않을 것이고, 아이들은 자기 몸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못 가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은이는 테크놀로지를 거부하거나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필요는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지만, 그리고 우리가 격식 없고 느슨하지만 수많은 ‘친밀성’을 원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우리는 고요나 고독 따위를 원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일깨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0년 지은이를 인터넷 이노베이터로 선정하면서 ‘사이버 스페이스의 마거릿 미드(원시민족을 연구한 미국 문화인류학자)’로 명명했다. 정신분석학·인류학·민속지학 등을 동원해 인간에 대한 테크놀로지의 영향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면 제대로 짚었다는 느낌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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