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떨어지니 월세도 주춤

조인스랜드

입력

[최현주기자]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파크 푸르지오 59㎡형(이하 전용면적)에 '반전세'를 살고 있는 황모(33)씨는 같은 단지에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반전세(보증금 2억4000만원, 월세 50만원) 대신 전세(3억2000만원)로 옮기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해 전세물건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반전세로 들어왔지만 8000만원만 더 내면 전세로 살 수 있는데 대출이자보다 더 비싼 월세를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월세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월세시장은 전셋값이 급등한 2010년 이후 꾸준히 덩치를 키웠다.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가 늘면서 기존 전셋값에다 오른 금액만큼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는 이른바 ‘반전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등 준주택 월세도 내림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12월(-0.5%)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올 2월(0.1%) 소폭 올랐다가 3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다. 오피스텔도 4월 이후 2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3차 아파트 84㎡형은 올초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60만원에 반전세 물건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월세가 140만원까지 내렸다.

"세입자 어디 없나요?" 값 내려도 수요자 없어

월세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전·월세 거래 건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국토부·전국 기준)은 1월 35.5%까지 치솟았지만 4월 32.8%로 떨어졌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파크푸르지오는 지난해 말 전세물건 10개 중 4개가 반전세였지만 지금 2개 정도다.

인근 예스공인 남영숙 사장은 “전셋값 1000만원당 월세 전환 가격이 지난해는 8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6만원 수준”이라며 “그나마 반전세 수요가 거의 없어 물건 자체가 줄고 있다”라고 전했다.

월세시장이 주춤한 것은 전셋값이 내린 영향이 크다. 전세 관련 저금리 대출 상품이 늘어나면서 자금 마련의 숨통이 트인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신영공인 김의태 실장은 “월세는 곧바로 가계 부담으로 이어져 부담스러워 해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전세 물건이 나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바로 갈아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등 준주택이 많이 공급된 것도 월셋값 하락을 부추겼다. 서울 구로구 구로·신도림동 일대의 경우 지난해 준주택 1600가구가 새로 입주했다. 공급이 늘면서 수요가 분산돼 월세가격이 내리고 있다.

신도림동 콜카빌 오피스텔 28㎡형은 지난해 9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5만원은 줘야 세를 들 수 있었지만 현재 65만원에도 월세물건이 나온다. 구로동 SK허브수 오피스텔 47㎡형도 95만원이던 월세가 5만원 내려 90만원 정도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월세에서 전세로 돌아가려는 수요가 늘어나 아파트뿐 아니라 준주택 월세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