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학교폭력] 가까워졌다, 주먹이 멀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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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마장중학교에서 손원석 교감, 박재우 생활인성부장 교사(왼쪽에서 첫째)와 학생들이 족구를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토요스포츠 활성화 등으로 학교폭력을 줄이고 있다. [안성식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의 마장중학교. 토요일인데도 본관 옆 공터에서 손원석(51) 교감이 학생들과 족구를 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손 교감이 낮고 빠르게 서브를 넣었지만 상대편인 3학년 정주영군은 공을 안정적으로 받아냈다. 정군의 단단한 수비 덕분에 팀은 이날 짬뽕 내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이겼다.

 “주영이가 작년까지만 해도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어요.”

 손 교감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주영이는 중1 때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엇나갔다. 화가 나면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갔다. 초등학교 때 씨름을 했던 주영이는 또래보다 힘이 세 친구나 후배 돈을 뺏기도 했다. 상담을 해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주영이가 3학년이 되면서 달라졌다. 후배들이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뺏으면 먼저 나서서 말린다. 체육고교에 진학해 경찰관이 되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주영이를 바꾼 건 스포츠였다. 마장중은 올해부터 ‘DoDoDo 운동(나Do, 너Do, 우리Do 행복한 학교)’이라는 이름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주영이처럼 흡연·학교폭력 등에 관련된 부적응 학생을 모아 토요일마다 생활인성부 교사들과 족구·농구 등을 했다. 박재우(50) 생활인성부장은 “부적응 학생들은 외향적이고 운동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좋아하는 걸 하도록 도와주면 일탈행동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들을 위해선 체육수업을 일주일에 1시간씩 늘렸다. 매주 화·금요일 오전이면 마장중은 거대한 체육관이 된다. 운동장에선 축구와 농구, 체육관에선 배드민턴과 탁구수업이 열린다. 요가교실도 있다. 토요스포츠데이엔 축구·피구 등 반별 대항전을 열어 참여율을 높였다. 덕분에 전교생 720명 중 40%가 참여한다.

 마장중이 스포츠 활성화에 나선 건 학교 주변 환경 때문이다. 마장동 축산시장과 붙어있어 학생들은 매일 등·하굣길에 상인들의 흡연·음주·욕설을 접한다. 학부모 대다수가 시장에서 일하다 보니 밤늦게까지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이명순(58) 교장은 “학교가 공부만 시키는 곳이 아니라 정이 넘치는 부모 역할도 해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한 지 석 달 남짓이지만 성과는 놀라웠다. 복장불량·지각 등 교칙을 어기는 학생이 지난해 하루 평균 70여 명에서 올해 7~8명으로 줄었다. 이달 초 자체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83%, 학생의 63%가 “학교폭력이 줄었다”고 답했다. 조덕일(52) 체육부장은 “학생들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폭력성은 줄고, 자존감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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