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와 B2C 혼합시킨 ‘퓨전판매’ 개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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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수 있는 곳이라면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TV 홈쇼핑 채널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민호 대표의 영업 전략이다. 지난 해 LG홈쇼핑을 통해 2시간만에 4백50대의 PC를 팔았다. 올해는 삼보컴퓨터 대리점 망을 이용해 가전제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티지랜드(http://www.tgland.com) 이민호 대표에게선 오후의 나른함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1년에 폭탄주 1천 잔을 마신다는 주량도 주량이지만, 수영·유도·검도에 매일 아침 조깅으로 다진 체력이다. ‘건강’이 경영의 기본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이대표는 밑천 하나는 든든한 셈이다.
CEO의 활력 덕분인가. PC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티지랜드는 올해 매출 목표를 2백억원으로 잡고 공격적인 영업을 시도하고 있다.

티지랜드는 삼보컴퓨터와 전자랜드21이 공동 출자해 작년 5월 설립한 전자제품 쇼핑몰이다. 10월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영업을 시작한 티지랜드는 12월까지 3개월간 48억4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은 일회용 기저귀라고 합니다. 하지만 단가가 낮기 때문에 큰 돈벌이는 되지 않죠. 고객당 구매액이 큰 전자제품이야말로 실속있는 전자상거래 품목입니다.”

이대표는 “5백만원이 넘는 프로젝션TV를 클릭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라며 “전자제품 온라인 구매에 이제야 시동이 걸리고 있다”고 말한다.

티지랜드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평범한 전자제품 B2C 사이트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웹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빙산의 일각’이다. 홍보비 부담이 큰 B2C에 의존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 이대표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영업 실적은 오히려 관련 쇼핑몰에 제품을 납품해서 얻어진 것입니다.”

이민호 대표는 B2B와 B2C가 혼합된 ‘퓨전’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제품 확보가 어려운 온라인 쇼핑몰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콘텐츠·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공동 구매용 제품을 선별해 제공해주는 식이다. 현재 오케이캐쉬백·다음·한솔CS클럽·코리아닷컴 등 14개 주요 사이트에서 티지랜드를 거친 전자제품이 팔리고 있다.

“경쟁 사이트를 대상으로 영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는 우리나 콘텐츠나 커뮤니티는 탄탄하지만 커머스 경험이 없는 사이트 쪽에나 서로 이익이 되는 일이죠.”

티지랜드가 B2B 영업에서 수완을 발휘하는 것은 탄탄한 제품 DB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C는 40일, 가전제품은 90일을 주기로 제품 DB를 전부 바꿔야 합니다. 입력 요원만 10명이 넘습니다. 작은 규모의 쇼핑몰에선 엄두도 못낼 일이죠.”

‘팔 수 있는 곳이라면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TV 홈쇼핑 채널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민호 대표의 영업 전략이다. 지난 해 LG홈쇼핑을 통해 두 시간만에 4백50대의 PC를 팔았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삼보컴퓨터 대리점 망을 이용해 가전제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민호 대표는 “티지랜드를 통해 온라인 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티지랜드는 삼보컴퓨터와 전자랜드21의 온라인 영업망. 오프라인에 기반한 기업이 온라인 영업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도 보여줄 참이다.

“닷컴기업의 성공 요소로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3C를 꼽지만 실제로 수익이 나는 곳은 ‘커머스’ 뿐입니다.” 온라인에서도 ‘장사’는 장사일 뿐. 닷컴기업이라고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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