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의 거대한 힘 '인디파워 2001'

중앙일보

입력

'인디파워 2001'. 2년전 여름 하드코어로 바꿔부른 '아빠의 청춘'을 앞세워 가요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던 인디밴드들의 리메이크 앨범 '인디파워'가 2001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앨범 역시 찬사를 아끼기 힘든 아주 괜찮은 작품이다.

수록곡 듣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현진영 GO 진영 GO

해뜰날

춘천가는 기차

샴푸의 요정

인디파워 2001엔 좀처럼 어울리기 힘든 '튀는 개성'과 '친근함'이 공존한다.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강성' 록밴드의 거친 포효는 우리가 알고있는 친숙한 멜로디와 함께 순화되버린다. '인디'라는 말에 겁부터 먹던 가요팬들에겐 오랜만에 이들의 음악을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로 다른 12개 밴드가 숨쉴틈 없이 펼치는 참신한 연주도 앨범의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앨범의 전체적인 음악성도 전작에 비해 한 층 무르익었다. 매스컴의 관심으로 반짝 타올랐던 '인디 붐'이 사그러들긴 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세월과 함께 깊이를 더했다. 장르의 특성, 열악한 환경 때문에 다소 거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 하지만 12 팀이 흘린 땀방울들은 짜릿한 흥분, 거대한 감동의 물결로 팬들 곁에 다가온다.

출발은 올해로 결성 10년째를 맞은 중견밴드 크래시가 맡았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연주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고른 노래는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지난해 하드코어와 힙합, 테크노 인더스트리얼이 공존하는 사운드를 선보인 크래시에겐 썩 잘 어울리는 곡이다. 탄탄한 연주와 함께 안흥찬의 강력한 보컬이 듣는 이를 전율케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곡은 닥터코어911의 '현진영 GO 진영 GO'. 당시에는 전무했던 힙합 그루브를 처음으로 가요계에 전파했던 현진영의 노래를 변화무쌍하고 공격적인 사운드로 들려준다. 다소 생소한 엑스맨 클럽(X-MAN CLUB)이 부른 '해뜰날'도 재미있다.

1977년 팝그룹 제이 가일스 밴드(J Geils Band)의 넘버 원 히트곡 '센터포드(Centerford)'를 접한 국내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센터포드'의 도입부가 한해 먼저 나온 송대관의 '해뜰날' 후렴구와 정확히 일치한 것. 80년대 팝과 70년대 가요를 접목한 독자적인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엑스맨 클럽은 아예 두 노래를 합쳐서 경쾌한 록으로 다시 불렀다.

불독 맨션이 부른 여섯번째 곡 '춘천 가는 기차'는 앨범의 숨을 고른다. 간결한 보컬과 연주의 조화가 김현철의 원곡보다도 따뜻하고 매력적이다. 푸른색 펑크 벌레를 뜻하는 푸펑충의 펑크 록 '매일 매일 기다려', 부산대 출신 SAINT의 '내게 다시' 등도 듣기 좋다. 힙포켓의 능수능란한 랩이 일품인 '샴푸의 요정'도 놓칠 수 없는 곡.

수록곡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크래시)
현진영 GO 진영 GO (닥터코어911)
말해줘 (피아)
그녀의 웃음소리뿐 (로튼애플)
해뜰날 (X-MAN CLUB)
춘천가는 기차 (불독 맨션)
작은 기다림 (SOUL AGE)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 (SOUL TRAIN)
매일매일 기다려 (푸펑충)
내게 다시 (SAINT)
샴푸의 요정 (HIP POCKET)
소양강 처녀 (?:QUESTION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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