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도전·좌절...젊은날의 초상,'키즈 리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키즈 리턴' 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첫 번째 시집 제목이다. 여기서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영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폭력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을 낳았던 '소나티네' (1993년) 나 냉혹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연출해낸 '하나비' (97년) 로 국내 관객을 현혹시켰던 기타노 감독은 90년대 일본 최고의 영화 예술가로 불린다.

쌀 배달을 하고 있는 신지(안도 마사노부) 가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친구 마사루(가네코 켄) 를 우연히 만난다.

고등학교 시절 약한 친구들의 돈을 뜯기도 하고, 성인 영화관 앞을 함께 얼쩡거렸던 그들은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하지만 마사루는 야쿠자로, 신지는 복서로 꿈을 키우기 시작하며 각자의 길을 걷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다.

오랜 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이렇게 고민한다.

"우리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

두 친구의 좌절과 절망을 통해 감독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입시켜 운명과 삶의 가치를 깨우치고자 한다.

욕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반항아들이 판을 쳤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나 마약에 전 아이들이 마구 내달리는 '트레인스포팅' 에 비해 이 작품은 한결 차분하고 관조의 눈빛으로 젊음을 바라보고 있어 따뜻하게 느껴진다.

(15세 관람가.아이비젼 엔터테인먼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