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파업 이모저모]-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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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돼 노조원들을 강제해산한 27일에도 부산지역의 주택.국민은행 점포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거점은행으로 지정된 지점들마저도 업무마비 사태에 빠지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거점은행으로 지정된 주택은행 부전동지점의 경우 이날 자동화코너와 어음교환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이에따라 지점측은 정문 셔트를 내려놓고 직원들만 출입시켰으나 수십명의 일반 고객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지점안에 들어가 예금인출 등을 요구하다 항의하며 되돌아갔다.

거점은행인 국민은행 부전동지점은 부산본부와 연결된 전산망이 중단돼 업무가 완전중단되는 바람에 수백명의 고객이 장사진을 이룬채 현금인출 등을 기다리다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거점은행인 주택은행 부산지점은 26일에 이어 27일에도 계약직 직원의 부족으로 정상영업을 하지 못해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불편을 계속됐다.

국민은행 사상구 괘법동지점의 경우 현금지급기 3대가 모두 고장나 현금인출이 전혀 안되고 있다.

국민은행 남천동지점 등 대부분의 지점들은 아예 출입문을 잠근 채 일손을 놓은 상태가 이틀째 이어졌다.

이 바람에 돈이 급히 필요한 사람들이 여러 은행을 뛰어다니며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나눠 찾는가 하면 기업체들은 어음교환을 못하는 등 엄청난 불편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체직원 40%가 국민.주택은행에 봉급계좌를 갖고 있는 K기업의 경우 이달치 월급을 온라인 입금하지 못해 현금으로 나눠주었고 자동차부품업체인 S사는 국민은행에 예치한 직원 상여금과 거래대금 1억5천만원을 인출하지 못했다.

28일이 정기적금 납부일이라는 한 주부는 "적금 납부연기로 인한 손실은 어쩔수 없다"는 은행직원의 말에 "파업 때문에 납부를 못하는 것인데 그 손실을 왜 내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택은행 모 지점의 한 직원은 "사실상 영업이 되지 않는데 정부당국과 언론에서 영업이 되는 것처럼 알려 고객들이 찾아와 항의하는 바람에 죽을 맛"이라며 "제발 실상을 그대로 보도해달라"고 취재기자들에게 통사정을 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정부가 다른 은행에서 국민.주택은행 고객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전산시스템이 달라 접속이 안되는데 어떻게 지급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차라리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일정기간 업무정지를 하는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부산=연합뉴스) 이영희.박창수.조정호.민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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