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줄지않는 4대그룹 부당 내부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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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세차례에 걸친 집중 조사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의 부당 내부거래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당 내부거래가 문제되는 것은 부실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량회사까지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주주의 전횡에 취약한 지배구조는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 어떤 수법 동원됐나〓재벌들은 과거에 주로 계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해 직접 지원을 했지만 정부의 단속과 규제가 강화되자 해외 또는 비계열 금융기관 등을 통하는 우회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SK글로벌과 워커힐은 1998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중앙종금 등 6개 종합금융사에 8천6백14억원을 예금하고 이들 종금사가 이 돈으로 계열사인 성산개발(골프장업)과 위장 계열사인 정지원(부동산개발업)의 기업어음(CP)을 정상금리보다 낮게 매입하도록 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지난해 9월 삼성상용차가 3천4백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때 발생한 실권주 1천2백50만주를 순자산가치보다 1백25억원이나 더 주고 산 것으로 조사됐다.

LG칼텍스정유 등 5개사는 98년 6~12월 LG유통 등 3개사가 지은 LG강남타워빌딩 사무실을 빌리면서 임차보증금 3백59억원을 정상지급 시점(입주 6개월 전)보다 4~9개월 빨리 지급하는 방법으로 지원했다.

◇ 변칙증여.상속 의혹〓공정위는 재벌들이 총수 자녀와 친인척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증여.상속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택배는 99년 12월말 대주주와 임직원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대주주가 인수를 포기한 주식(실권주) 1백77만여주를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배정해 鄭회장이 이 주식을 정상가격인 8천6백2원보다 훨씬 낮은 5천원에 매입하도록 했다.

그는 이같은 방법으로 약 64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99년 2월 한일투신운용과 한빛투신운용 주식 60만주를 한빛은행이 보유한 삼성투자신탁운용 주식 60만주와 맞바꾸기로 한빛은행과 합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자신이 받은 주식 60만주를 한빛은행에 액면가로 매각해 3억원의 이익을 재용씨에게 안겨줬다는 것.

LG그룹은 구본무(具本茂)회장의 가족들에게 주식 저가매각을 통해 골고루 지원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LG석유화학 주식 2천7백44만주를 具회장의 형제.친인척 등 34명에게 싼 가격으로 팔아 약 1백1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10월 보유 중인 다른 기업의 주식 18만8천주를 가족 10명에게 정상가격보다 싸게 팔아 가족들이 32억원의 시세차익을 보게 했다.

◇ 아직도 위장계열사〓8개의 위장계열사가 또 적발됐다. 삼성은 렉솔아이엔씨.온사이트써치.한닉 등 3개 정보통신업종의 벤처회사를 위장계열사로 두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혐의다.

실제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지분의 30%를 가진 최다 출자자일 경우 공정위에 계열편입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위반한 셈.

현대는 현대전자가 93년 7월 차명으로 KM뮤직에 출자해 지분 70%를 갖고, KM뮤직은 코리아음악방송을 설립해 2개의 위장계열사를 거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LG는 IBM코리아와 합작 설립한 LG IBM퍼스널컴퓨터의 지분을 49% 갖고 있으면서 지분 51%를 소유한 IBM코리아를 제치고 임원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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