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회의 합의 실패 폐막

중앙일보

입력

세계 1백80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 기후회의가 2주간 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25일 막을 내렸다.

대표들은 이날 의장인 얀 프론크 네덜란드 환경장관의 중재안을 놓고 막판 절충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전세계적으로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탄산가스의 배출을 2012년까지 1990년보다 5.2% 감축키로 한 교토(京都) 의정서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회의는 미국과 EU국가간 견해차가 커 처음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양측이 대립했던 부분은 삼림 보유국에 가스 배출권을 확대하는 것과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였다.

9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23.3%나 증가한 미국은 배출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농지.삼림을 가진 국가에 이에 상응하는 배출권 확대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스 배출 증가가 거의 없는 EU국가들은 이에 반발했다.

미국은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목표치 이하로 감축한 국가들이 줄인 만큼의 배출권을 초과 배출한 국가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으나 EU는 반대했다.

EU측은 경제 붕괴로 러시아 등 동구권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준연도인 90년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배출권 판매를 허용하면 미국 등이 이를 구매하는 대신 가스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 소식통은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이 내년 5월 회의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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