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치 여사가 불러올 미얀마의 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1일 치러진 미얀마 보궐선거는 이 나라가 민주화와 개방, 그리고 경제발전으로 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출마해 이변이 없는 한 첫 의회 진출이 확실시된다.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세계는 경제제재를 추가로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군사정권은 수치 여사를 장기간 가택 연금하고 민주화 운동과 인권을 탄압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제재를 받아왔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700달러 수준으로 세계 최빈국인 미얀마가 경제를 부흥시키려면 외국 투자와 기업 진출을 금지한 경제제재의 해제가 급선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텅스텐·주석·납 등 각종 광물을 개발해 경제개발의 시동을 걸려면 해외 자본과 기술이 필수적이다.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전까지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 동남아시아 제2위의 부국이었다. 군사정권이 나라의 문을 닫아걸고 ‘미얀마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 가난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3월 들어선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가 정치범 석방,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 등 민주화 조치를 잇따라 취한 것은 국가 이미지를 개선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찾아가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으며, 올해부터 외교관계도 대사급으로 격상했다.

 이제 이번 보궐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고 수치 여사가 의회에 진출하면 외국 투자의 물꼬가 터지면서 미얀마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미얀마 정부도 민주화와 개혁에 박차를 가해 나라 면모를 일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얀마가 가는 길이 북한과 쿠바 등 아직도 남은 폐쇄 국가들에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