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민망사진이 거실TV에…' iCloud '당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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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장모(42)씨는 최근 자신의 아이폰에 깐 새 어플리케이션(앱) 때문에 부인에게 갑작스런 핀잔을 들었다. 재미있어 보여 별 생각없이 깐 게임앱에 대해 아내가 "왜 이런 게임을 하느냐"며 추궁한 것이다. 휴대폰에 몰래 깐 앱을 아내에게 들킨 이유는 애플의 새로운 콘텐트 공유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 때문이었다. 아내가 사용중인 아이팟과 남편의 아이폰이 아이클라우드로 이어져 있어, 한쪽에 깐 앱이나 사진 등이 자동으로 다른 쪽 기기에 공유되는 것이다.

애플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 아이맥, 애플TV까지 다양한 애플기기들끼리 콘텐트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용하면 각자가 찍은 사진이나 연락처, 문서, 앱 등이 자동으로 다른 애플 기기에 전송된다. 애플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아이클라우드 사용자는 전세계에서 1억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방심한 사람들은 아이클라우드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

지난주 일본의 인터넷 커뮤니티 2채널(2ch)에는 아이클라우드 때문에 딸과 어색해 졌다는 한 부모의 사연이 올라왔다. 딸이 쓰고 있는 아이패드에 아이클라우드를 설치해 집에 있는 데스크탑과 공유되도록 했는데, 그걸 모르는 딸이 '민망한' 사진들을 아이패드에 잔뜩 올렸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를 유혹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부터 진하게 키스하는 사진까지 집 컴퓨터와 공유돼 당황했다는 내용이다.

25일 일본 인터넷매체 제이캐스트뉴스에 따르면 최근 일본 트위터나 2채널 등에는 아이클라우드로 인해 큰일 날 뻔 했다는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부부 사이의 비밀이 폭로되는 경우다. "유흥업소에서 '언니'들과 찍은 사진이 집 텔레비젼에 커다랗게 떠올라 깜짝 놀랐다", "불륜 상대의 메일을 읽던 도중 잘못해 '스크린숏(스크린을 그대로 찍는 기능)'을 찍어, 그 내용이 아내가 쓰는 아이폰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등이다.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아이클라우드 기능으로 부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혼에 이르렀다는 사연도 전해진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24일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사는 한 20대 여성이 고장난 아이폰 수리를 받다 누드 사진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 수리 매장의 직원이 여성 고객의 아이폰에서 누드사진 파일을 찾아내 이를 유포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휴대폰에서 누드사진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매장 직원이 아이폰에서 사진을 지워도 아이클라우드에 공유한 사진은 그대로 남아있는 점을 이용, 이를 복원해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출시 초기에는 아이클라우드 포토스트림(사진첩)의 전체 삭제만 가능할 뿐 개별사진 삭제는 불가능해 실수로 공유된 사진을 재빨리 지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용자들의 반발에 따라 애플은 지난 8일부터 아이클라우드에서도 개별 사진들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빠른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이런 희비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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