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실각 … 중국 권력투쟁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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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18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9명) 선출이 유력시됐던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전격 해임됐다. 15일 그의 해임 보도는 측근이던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기도 사건 이후 38일 만이다. 보 서기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 충칭(重慶)시 왕리쥔(王立軍) 부시장의 지난달 6일 청두(成都) 소재 미국 총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으로 거취가 주목됐던 보시라이(薄熙來·63) 충칭 당서기가 해임됐다고 신화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그의 전격 해임 보도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14일 충칭시 당위원회를 비판한 지 하루 만이다.

올가을 18차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9명) 선출이 유력했던 그의 실각에 따라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보시라이는 혁명 원로 자제로 구성된 태자당(太子黨) 계열로,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가까운 인물이다.

 신화통신은 이날 “당 중앙이 며칠 전 장더장(張德江·66·부총리) 동지가 충칭시 당서기를 겸하도록 결정했으며, 보시라이 동지는 더 이상 서기직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당 중앙이 현재의 상황과 대국적 입장에서 출발해 신중한 고려를 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 서기는 그러나 25명 정원의 당 정치국원 직책은 유지했다. 통신은 왕리쥔에 대해선 충칭시 부시장직에서 이미 해임됐으며, 현재 절차에 따라 처리 중이라고 전했다.

 보 서기의 해임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엔 그와 경쟁을 벌여온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의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가 뽑힐 가능성이 커졌다.

 보 서기는 2007년 충칭시 당서기를 맡은 이후 ‘창훙다헤이(唱紅打黑·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부패를 척결한다)’를 내세워 치안 확립과 부패 척결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연평균 15%가 넘는 경제 성장률로 ‘충칭 모델’이라는 말을 만들며,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중용했던 왕리쥔 부시장의 망명 기도 사건 이후 정치적 궁지에 몰렸고 끝내 실각했다.

장더장 신임 충칭시 당서기는 김일성종합대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지린(吉林)성·저장(浙江)성·광둥 성 당서기를 거쳐 2008년부터 부총리를 맡아왔다.

◆태자당=중국 공산 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정치 파벌.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좌장이다.

◆공청단=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에서 요직을 거친 당 간부 출신의 파벌. 흔히 ‘퇀파이(團派)’라고 불린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좌장 격이다.

충칭시 당서기직 전격 해임
후임은 장더장 부총리가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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