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가 비판한 보시라이 … 정치적 운명 다시 안갯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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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지난 5일부터 열흘간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보시라이(薄熙來·63)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정치적 운명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였다. 보 서기의 최측근이자 ‘충칭판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해온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이 지난달 초 미국 망명을 기도한 이후 보 서기의 거취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아서다. 보 서기는 올가을 18차 당 대회에서 결정되는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의 한 명으로,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 서기와 경쟁해 왔다.

 보 서기는 지난 9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건재한 듯했다. 당시 그는 “사람(왕리쥔)을 쓰면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자신의 용인술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당당한 언행을 보였다. 그러나 전인대 마지막 날인 14일 분위기가 반전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 서기를 겨냥해 “현 충칭시 당위원회(보시라이가 책임자)와 시 정부는 반드시 반성하고 왕리쥔 사건으로부터 제대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원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비판한 만큼 보 서기가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대세다. 그렇다고 보 서기가 곧바로 충칭시 당서기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작은 듯하다. 공산 혁명원로의 자제와 친인척으로 구성된 태자당(太子黨) 파벌 멤버인 그를 태자당이 여전히 옹호하고 있어서다.

 결국 보 서기의 정치적 미래는 18차 당대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때까진 왕양 서기가 포함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측이 경쟁 파벌인 태자당 소속의 보 서기를 계속 흔들면서 물밑 권력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최고 권력층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정원 9명) 진입이 좌절된다면 보 서기는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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