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 경제학회, 복지 포퓰리즘에 “경제 하향 평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21일 연세대에서 열린 ‘2012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다. 한국경제학회(회장 이만우)·한국금융학회(회장 김대식)·한국재정학회(회장 손원익) 등 52개 경제 관련 학회가 참여해 4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경제학계 최대 학술행사다.

 이날 제1전체회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사공일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정치권에서 인기영합주의적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따기 쉬운 과일(Low-hanging fruit)’이 거의 사라졌는데도 과일이 아직 있는 것처럼 보편적 복지 등을 펴면 선진국이 먼저 당한 (경기 둔화) 문제를 우리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서강대 조윤제 교수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경제정책의 ‘쏠림현상’과 대중영합주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도 “어떤 수준의 복지를 지향하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치체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복지 포퓰리즘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좌승희(서울대 겸임교수) 한국제도경제학회장도 이날 발표문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포퓰리즘 민주주의는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앗아가고 경제의 하향 평준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지 지출을 늘리더라도 ‘퍼주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이지순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의 7.5%인 복지 지출 규모는 향후 10년에 걸쳐 적어도 1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며 “다만 미래 세대 희생 위에 현재 세대가 혜택을 누리는 시혜성 복지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복지정책을 시행할 땐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기본 명제를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하성근(연세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은 “정치권은 달콤한 것만 주겠다고 하는데 쓴 약은 어떻게 먹일 것인지를 경제학자들이 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만우(고려대 교수) 신임 경제학회장도 “학회가 앞으로 복지 관련 재정 문제를 점검해 사회 이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